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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Mar 06. 2024

인생 콘텐츠를 풍부하게 하는 법

K컬처와 나의 인생 콘텐츠

은퇴 후 명함을 만들며 든 생각


그럴싸한 직함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전직과 과거 경력으로만 채우고 싶진 않다. 흘러간 시절을 추억하는 ‘라떼 인생’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의 내 모습을 적어두고 싶다. 어떤 단어를 새길지 생각하며 내 인생을 돌아본다.      


명함은 현재의 인생뿐만 아니라 삶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직(職)’이 아니라 ‘업(業)’이라고도 한다. 명함을 새로 만들면서 내 인생을 재정의한다.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다는 다짐과 약속도 되새겨본다. 명함에 새겨 넣은 '작가'라는 타이틀은 무겁고 과분하다. 하지만 앞으로 내 인생자본을 콘텐츠로 만들어가는 일에 즐겁게 도전해보려 한다.     



요리와 인생은 닮았다


요리의 3요소를 꼽으라면 신선한 재료, 특별한 요리법(소스와 조미료), 그리고 뛰어난 요리사라고 할 수 있다. ‘추억의 8할은 음식’이라고 한다. 우리의 삶을 감칠맛 나게 하는 건 '음식'에 대한 기억과 여운이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한 자리는 더욱 잊히지 않는다. 재료와 조리법이 같다고 같은 맛이 나진 않는다. 요리사의 손길이 특히 중요하고, 3가지가 서로 잘 어우러져야 함은 물론이다.    

  

오늘도 K컬처를 채우는 수많은 콘텐츠를 만난다. 콘텐츠의 3요소라면 신박한 아이템, 특별한 아이디어와 기획, 그리고 유능한 크리에이터를 꼽을 수 있다. 3가지가 결합해서 팬들의 호응과 공감을 잘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콘텐츠는 우리의 일상에 재미와 활력을 주고 삶을 다채롭고 풍부하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은 어떤가.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일상의 사건을 접하면서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다양한 지식과 정보도 흡수한다. 인생자본과 콘텐츠를 축적하려면 이런 일상의 재료를 일관된 콘셉트나 방향으로 묶어내는 기획이 중요하다. 스스로 창의적인 기획자나 설계자가 돼야 하는 이유다.    


  

요리와 인생은 닮았다. ⓒ김성일

    


인생에서 콘텐츠가 중요한 이유


Life is a journey, not a destination. 인생은 자신의 세계를 찾아가는 하나의 여정이다. 미약한 존재로 태어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로 성장하는 과정이 사람의 일생이다. 거기서 우리는 자신의 영토를 조금씩 확장해 가고 그에 합당한 몫의 자유를 얻는다.      


인생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배움과 성장이 필수적이다. 콘텐츠가 풍부해지면 삶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고 자존감도 높아진다. 그런 사람은 타인의 삶이 결코 부럽지 않다. 자신과 주변의 관계에서 독립된 주체가 갖는 자유를 느끼기 때문이다.  

  

자유와 성장은 2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진다. 먼저 일이나 지식 측면이다. 경험과 경력이 쌓일수록 세상을 넓고 깊게 보고, 좋은 자리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우열과 층위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끊임없이 긴장한 채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두 번째, 개인적인 삶은 다르다. 누구나 각자의 삶을 살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여기엔 높낮이나 우선순위가 없고, 다름과 만족이 있을 뿐이다. 이런 개인적인 자유야말로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을 주는 건 아닐까.      


     

나의 인생 콘텐츠 돌아보기


다시 나의 일상과 삶으로 돌아온다. 내 인생 콘텐츠라고 꼽을 만한 것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축제 이벤트. 2017년 <축제에서 일주일을>이란 제목으로 펴낸 책의 주제다. 국내외 유명한 축제와 메가 이벤트를 7가지 주제로 정리한 일반 교양서. 내가 그간 경험하고 공부했던 내용을 지식형 콘텐츠로 구성했다. 지금 보면 부족한 점이 너무 많고, 내용과 스타일도 드라이해서 아쉬운 점이 많이 남는다.


두 번째는 시선이 일에서 인생으로 이동했다. 코로나 시국을 맞아 출퇴근길이나 점심시간에 혼자서 산책을 즐겼다. 브런치에 글을 쓰며 자연스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늘었다. 유년의 기억부터 외국에서 연수한 시절까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시간 여행에 빠져들었던 시기. 지나간 인생 여정이 하나씩 복기되면서 내가 어디쯤 와있는지, 어디로 갈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글에 조금씩 삶의 이야기가 묻어 나오기 시작했다. 나의 혼란과 방황, 상처와 트라우마, 인간적인 모습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엔 상상할 수 없었지만, 글을 쓰며 자신을 정직하게 대하는 법을 배운 것 아닐까. 2022년 여름 두 번째 책인 <여행이거나 관광이거나>가 나왔다. 어언 나이가 60, 나는 말할 수 없는 특별한 기분에 휩싸였다.        


요즘엔 K컬처에 관한 글을 쓴다. 지식과 정보만이 아니라 인생의 이야기를 담는 게 목표다. K컬처가 우리의 삶과 어떤 관계가 있고 배울 만한 점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싶은 것이다. K컬처를 우리 인생과 연결 지어 보는 것, 이는 나 자신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한다. 


      

인생 에세이로 소개된 <여행이거나 관광이거나>를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사진 ⓒ김성일



인생 콘텐츠를 풍부하게 만드는 법     


크게 인풋과 아웃풋, 그리고 소통과 네트워크로 정리해 볼 수 있다. 

먼저 외부로부터 배우는 것. 책 읽기와 강의 듣기, 내가 애용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처음 책을 쓰기 전에는 글쓰기 방법론 책을 여러 권 읽고 강좌에도 수차례 참여했다. 홍대 '상상마당'에서 배운 논리적 글쓰기와 개인적 글쓰기라는 2개 강좌는 두고두고 많은 도움이 됐다. 훌륭한 멘토를 만나는 것도 인생의 복이고 인연이다.    


다음으론 외부로 발산하고 표현하는 것. 글 쓰고 강의하기 같은 아웃풋을 할 때면 보다 정확하게 내가 알고 있는 걸 되새겨본다. 어설프게 아는 건 제대로 아는 게 아니다. 의외로 기초가 약하다는 게 실감나서 개념부터 다시 찾아보는 일이 흔하다. 고치고 다듬어가면서 브런치에 쌓인 글들은 두 번째 책을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인풋과 아웃풋이 적절히 결합하고 순환하는 것이 콘텐츠의 완성도와 자신만의 활력을 높이는데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소통과 네트워크. 사람은 관계 속에서 성숙해진다. 사람을 만나서 대화하고 교류하면서 우리의 안목과 시야는 한 단계 높아지고 숙성의 과정을 거친다. 이 같은 끊임없는 접촉과 상호작용 속에서 진정한 고수는 탄생하는 법이다. 자신에게 맞는 소통의 방식을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내가 갖고 싶은 타이틀


은퇴 후 명함을 교환할 일이 별로 없다. 주위를 둘러보면 친구나 동료들도 거의 퇴직자, 연수자(연금수급자)다. 현직이 아니니 만남이나 교류 기회도 자꾸 줄어들고, 사회 관계도 소수의 정해진 사람들로 좁혀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현재에 머물면 인생 또한 그만큼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관계도 만들어가야 한다.


'작가'라는 타이틀은 얼마나 많은 의미와 무게를 담고 있는지, 브런치 작가들은 공감할 것이다. 내가 그 이름에 걸맞은 충분한 자격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만 머물면 답이 없다. 벅차고 과분하지만 나는 앞을 보며 생각하려고 한다. 나만의 콘텐츠와 인생 자본을 꾸준히 만들어보려는 것이다. 


오늘도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모든 작가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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