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일 Feb 28. 2024

인생의 3대 사건을 꼽아보기

K컬처와 마케팅에서 배우는 인생

내 인생의 3대 사건   

  

3가지로 생각하는 걸 좋아한다. 한두 가지면 조금 심플하고 넷을 넘어가면 장황해지기 십상이다. 질의응답을 하거나, 특히 답을 할 때 3가지 옵션은 내게 유용하다.      


은퇴한 후 종종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내 인생의 3대 사건은 무엇일까. 사진 1장으로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 장면은 무엇일까. 30대 후반에 떠난 영국 연수, 학교 캠퍼스가 먼저 떠오른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작한 2년간의 시간 덕분에 내 인생의 시야와 지평은 놀랍도록 확장하게 됐다. 


두 번째는 박사과정에 다니던 학교의 봄철 어느 날, 화사하게 꽃이 핀 따사로운 교정이다. 40대 중반에 시작한 학과 수업은 만만치 않았지만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게 즐거웠다. 지식의 깊이와 내공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시기다.      


마지막으로 2022년 여름날, 두 번째 책을 낸 날이다. 서점에 깔린 책을 보며 나는 특별한 기분에 휩싸였다. 첫 책이 지식과 전공 관련이라면 두 번째는 일상과 인생이 중심이다. ‘일에서 인생으로’ 옮겨간 시선, 코로나 시절 브런치에 하나씩 쓴 글 덕분이다. 3가지 장면은 내 인생 여정의 터닝포인트가 아닐까.


      

영국 중부의 Warwick(워릭) 대학교. 내 인생의 전성기였을까.


   

창의적인 생각과 마케팅     


나만의 멋진 기획을 위해서는 창의적인 생각을 끌어내는 법이 중요하다. 그런 생각은 ‘질문하기’부터 시작한다. 무엇보다 일상에서 질문하기를 습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찰'(무슨 일이 있었나?)에서 '성찰'(왜 그런가?)을 거쳐 나만의 '통찰'(무엇이 중요한가?)을 이끌어내는 것, 이른바 ‘3찰(察)’이다. 일상에서 얻은 생각과 느낌을 정리하고, 어떤 의미와 메시지를 도출하는 데 유용하다.         


세상을 살면서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걸 실감한다. 비즈니스만이 아니라 인생도 마찬가지. 모든 조직은 마케팅이 필수고 개인도 그렇다. 마케팅은 기업이 상품을 고객에게 유통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개인이라면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과 내용이다.     


마케팅의 3요소는 기업의 상품, 고객의 수요 및 유통이다. 나(기업)를 기준으로 했을 때 상대(고객)와 ‘상대에게 이르는 방법’(유통, 소통)이다. 우리는 내가 알리고 싶은 것, 동시에 상대가 원하는 것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궁리한다. 마케팅 마인드가 뛰어난 사람(기업)은 훨씬 효과적으로 바라는 결과를 얻기가 쉽다.           



K컬처는 한국과 세계의 욕망을 매개한다. ⓒ김성일



K컬처와 마케팅     


K컬처의 본질은 무엇일까. 마케팅의 3요소 관점에서 쪼개어 보면 K(韓國性)와 세계, 둘 사이의 매개와 소통이다. K의 취향과 스타일이 세계의 욕망과 만나 성공적인 소통을 이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K컬처는 참신하고 역동적인 매력으로 세계인에게 어필했다. 특히 변화와 트렌드를 읽고 외부와 발 빠르게 소통하는 마케팅 감각은 놀라운 성취로 이어졌다. K팝은 한국형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장착하고 유튜브와 디지털 유통 혁명을 통해 세계인들을 사로잡았다. 강력한 글로벌 팬덤이 이를 뒷받침한 결과, 날개를 달았다.      


K무비는 시장 개방에 대응한 활로 개척 과정에서 산업의 내적 역량을 키우며 효과적인 마케팅을 전개했다. 영화한류의 시작은 1990년대~2000년 초, 숱한 위기를 맞으면서도 한국영화는 시야를 외부로 돌렸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영화제를 꾸준히 개최하고 국제영화제의 호평을 받는 등 저변과 팬덤층을 확대한 것이다. 


K드라마는 OTT라는 게임체인저와 절묘한 만남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 보고로 주목받고 있다. 가족과 청춘, 로맨스가 중심이던 '한류드라마'에서 2014년을 기점으로 다양하고 독특한 장르물의 'K드라마'로 계속 진화하는 중이다. K콘텐츠의 성공은 K푸드, K관광 등 다양한 분야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세계에 확산하고 있다.    



마케팅 측면의 K컬처 성공요인. ⓒ김성일



내 인생의 마케팅 방식     


다시 내 인생의 3장면으로 돌아온다. 나는 왜 그 장면을 인생의 최고 순간으로 꼽았을까. 지적인 호기심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 욕구가 아니었을까. 무언가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게 나는 무척 즐겁다. 그런 과정과 이에 필요한 노력은 스스로 조금씩 성장하는 자극과 도전이 된다.      


그렇다고 나의 성취 능력과 수준이 아주 뛰어난 건 아니다. 그런 과정은 때로 힘들고 스트레스가 된다. 다만 내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즐기려고 한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이젠 소중한 일상이 됐다. 큰 호응이나 인기를 구하기보다 적절한 거리를 두고 나의 스타일과 속도를 유지하는 게 편하다.     


비록 소수라도 내 글을 읽는 독자(고객)와 진정 어린 소통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자신에게 적당한 방식으로 소소한 만족을 찾는 것, 이를 가르쳐준 것은 '고객과 소통이 중요하다'는 마케팅의 가르침이 아니었나 싶다. 오늘은 마케팅에서 인생을 배운다. 






* 표지 사진은 영국 스코틀랜드의 글렌피넌 고가교(Glenfinnan Viaduct). [사진] unsplash




#K컬처 #K컬처마케팅 #마케팅3요소 #창의성 #창의적인생각 #한국성 #세계성 #K팝 #K무비 #K드라마 #OTT #팬덤 #소통 #유통

이전 08화 일본, 절대 만만히 보면 안 되는 3가지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