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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Feb 14. 2024

인생을 다채롭게 만드는 축제 이벤트

축제 이벤트에서 배우는 인생

축제 이벤트 측면에서 2023년은 아쉬운 해다. 부실한 준비로 논란이 된 ‘새만금 잼버리 대회’가 여름에 열렸다. 그나마 K팝 이벤트로 겨우 마무리한 게 아닌가 싶다. 국가적인 관심을 모았던 '2030 부산엑스포 유치'는 실패로 끝났다. K컬처로 한껏 고조된 국운을 '경제 올림픽'으로 연결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올림픽과 월드컵 등 웬만한 메가 이벤트를 모두 유치한 한국에 거의 유일하게 남은 숙제라면 '등록' 엑스포*였던 까닭이다. *대전과 여수에서 열린 엑스포는 '인정' 엑스포로 한 단계 낮다.

 

하지만 2024 강원 동계 청소년올림픽은 14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하고 지난 2월 1일 폐막했다. 성인올림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역사나 규모에서 차이가 있지만, 국제 행사를 개최한 경험은 또 하나의 자산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겨울 축제들이 열려 사람들의 눈길,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우리 주변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축제 이벤트


관광에서 겨울은 보통 비수기에 해당한다. 추운 날씨로 인해 야외활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럴 때 흥미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만들어 어떤 장소를 매력적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이벤트 효과'라고 한다. 대표적인 게 바로 축제다.      


축제 이벤트야말로 한국인의 기질과 취향에 딱 맞지 않을까 싶다. 한국인은 서로 어울리면서 뭔가를 만들어가는 역동성이 넘치기 때문이다. 축제는 유래적으로도 제의와 종교성으로 출발했지만 갈수록 유희와 오락성이 강해진다. 한과 흥의 민족인 한국인의 모습과 겹친다. '체험과 놀이'를 좋아하는 현대인의 문화와도 부합한다.    


일 년 내내 전국 각지에서 축제와 이벤트가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특히 겨울에 열리는 강원도의 축제는 코로나 이후 많은 방문객이 몰리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화천 산천어축제부터  태백산 눈축제, 평창 대관령 눈꽃축제, 평창 송어축제 등 풍성하다.        


 

K팝과 K컬처의 열기도 계속된다.



인생은 알고 보면 기획과 이벤트의 연속


축제는 크게 보면 이벤트에 속한다. 이벤트를 유형과 종류별로 나눠 보면 지역 축제, 국제회의와 산업전시, 문화예술 이벤트, 스포츠 이벤트, 관광상품 이벤트(여행과 호텔 등 포괄), 기타 프로모션과 홍보 이벤트를 포함한다. 이벤트는 일정한 시간에, 특정한 목적을 위해, 인위적으로 행해지는 행사를 말한다. 계획성, 긍정성, 비일상성이라는 3가지 특징을 띤다.

         

인생은 알고 보면 '기획과 이벤트의 연속'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한다.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게 기획이라면, 그런 인생을 다채롭고 생생하게 만드는 게 이벤트다. 이벤트는 되풀이되는 일상에 변화를 주는 마법 같은 역할도 한다. 잘 활용하면 삶이 풍부해지고 활력이 생긴다. 뭔가 신나는 일을 꾸미는 걸 좋아하면 이벤트 기획자로서 자질과 역량이 있다는 뜻이다. 그들의 인생은 늘 흥과 텐션이 넘친다. 내가 그렇게 살거나, 그게 어렵다면 그런 사람을 친구로 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국 축제 이벤트의 역사


한국의 축제 이벤트는 국운의 상승과 함께 했다. 특히 1980~1990년대는 글로벌 도약기에 해당한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은 한국의 경제성장과 국력 신장을 국제사회에 선보인 절호의 기회였다. 신흥 개발도상국이었던 한국이 국제사회의 주목할 만한 일원으로 공인을 받은 것이다. 스포츠 이벤트는 단순히 경기력만을 겨루는 행사가 아니라 한 나라의 총체적인 역량을 대내외에 과시한다. 많은 나라가 앞다투어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이유다.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스포츠 이벤트는 정점을 기록한다. 길거리 응원과 치맥이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1993년 대전엑스포, 1994년 한국방문의 해 등 과학기술, 관광과 같은 여러 분야에서 한국의 의욕적인 이벤트가 계속된다. 일본이 도쿄올림픽(1964)과 오사카박람회(1970)를 통해 이벤트 강국으로 부상한 것처럼, 한국도 점차 이벤트 역량이 크게 강화되면서 국가적인 자신감도 부쩍 올라간다.      


1995년 출범한 지방자치제는 한국이 이른바 '축제공화국'으로 발돋움하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축제가 가진 지역 경제 활성화와 관광 효과가 그만큼 막대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1996년 문화관광 축제에 관한 정책을 통해 재정 행정 측면의 지원을 시작하자 축제 붐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시너지 효과로 이어진다.   

 


생일 파티는 일상의 친근한 축제 이벤트. 잊히지 않는 최고의 생일 파티는 언제일까.



내 인생의 이벤트 3가지


살면서 많은 축제와 이벤트를 만난다. 친구들과의 모임이나 생일파티 같은 소소한 이벤트부터 지역과 여행지의 축제에 참가한 경험까지 셀 수 없을 정도다. 내 인생의 이벤트라면 어떤 것일까. 평생을 두고 잊을 수 없는 인생 프로젝트를 떠올려본다.


세상에 뒤졌던 나는 20대 시절의 국토 여행을 통해 세상에 눈을 뜬다. 대학원 2학년 여름이던 1986년, 기숙사 4인방은 전국 여행을 떠났다. 고향이 공교롭게 경기, 충청, 부산, 광주. 우리는 본가를 베이스캠프 삼아 경부선을 따라 부산까지 갔다가 광주의 무등산에서 여정을 마무리했다. 나는 친구를 얻었고 우리 산하에 매료됐으며, 세상이란 이처럼 넓고 크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 친구들과는 지금도 평생 동지처럼 연락하며 만난다.


두 번째는 영국 연수시절이던 2000년 2주간의 유럽 자동차 여행이다. 차를 배에 싣고 이동해 유럽 대륙의 10여 개 나라를 돌아봤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자연과 기후, 오랜 역사와 전통, 다양한 문화와 종교 등 내 앞에 펼쳐진 세상은 경이로움 자체였다. 인생의 시야를 확장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한 번 세상을 배우는 순간이었다.         


세 번째는 2008년 칠순을 맞은 부모님을 모시고 떠난 사찰 순례다. 서울에서 출발해 영주(부석사), 봉화(청량사), 안동(하회마을), 경주(불국사)와 양산(통도사)을 거쳐 부산(범어사와 해운대)까지 여정은 이어졌다. 두 분을 그렇게 가까이서 오래 모신 것은 성인이 된 후 처음이다. 3년 후 아버지가 사고로 떠나신 것을 생각하면 그 여행의 기억이 더욱 마음깊이 사무친다.  

   

돌아보니 모두 여행이다.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여운이 그만큼 크고 깊다는 것 아닐까. 사람들이 늘 일상을 떠나 여행을 꿈꾸는 이유일 것이다.  

        


일상을 신나게 만드는 이벤트 실행법     


단조로운 일상에 소소한 즐거움과 놀라움을 주고, 밋밋한 하루를 멋진 추억의 순간으로 바꾸는 데 이벤트만 한 것이 드물다. 사는 게 권태로워지면 뭔가 다르거나 새로운 걸 찾아볼 일이다. 나도 모르게 활력이 생기고 어떤 설렘이 깃드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일상에 변화를 주는 이벤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요즘 내가 애정하는 걸 하나씩 정리해 본다.


생일을 맞은 카톡 친구에게 축하 쿠폰을 보내고, 아침 식탁에서 시 한 편을 읽는다. 일주일에 최소 한두 번은 외식이나 멋진 카페를 방문한다. 한 달에 최소 한 번은 문화활동에도 나선다. 영화(특히 조조영화), 전시, 연극 나들이 같은... 역시 강렬한 이벤트는 여행이 아닐까. 1박이나 연박 이상의 여행을 두어 달에 한 번은 시도한다. 1년에 한두 번은 해외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다. 완전히 다른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니까.


나와 가족, 친구들의 기념일을 '스페셜 데이'로 활용하는 것도 요령이다. 나도 즐겁고 주변 사람들도 기분 좋게 할 수 있다. 이렇듯 축제 이벤트는 우리의 일상과 인생을 다채롭고 생생하게 만든다. 오늘부터라도 당장 챙겨보자.  



겨울엔 가끔 이런 게으른 여행을 꿈꾼다. ⓒ김성일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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