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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Jan 31. 2024

인생에 '게임 체인저'가 중요한 이유

K드라마에서 배우는 인생

방송 드라마는 한류와 K컬처를 이끌어온 3대 분야로 꼽힌다. 1997년 중국의 CCTV를 통해 처음 방영된 한국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크게 히트하면서 드라마 한류가 시작된다.


그 역사는 화려하다. <겨울연가> (2002)는 순수한 사랑에 대한 동경과 욘사마(배용준) 붐을 일으키며 일본에서 한류 열풍의 불을 지핀다. <대장금>(2003)은 중동을 중심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며 한류 확산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 한국 드라마의 성공 계보는 2021년 <오징어 게임>이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 6개 부문을 석권함으로써 미국 주류시장의 공인을 받으며 그 정점에 오른다.       

    


K드라마 성공 포인트 이해하기



한국 드라마의 성공 포인트


한국 드라마가 이처럼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다양한 요인 중에서도 우선 '여성 서사'를 주목하고 싶다. 대표적인 한류드라마 <대장금>(2002)은 유교적 보편성 위에 한 여성의 드라마틱한 성공담을 담았다. 신분과 직업, 특히 성차별을 극복한 공감 스토리텔링으로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이란을 비롯한 중동지역에서 큰 인기를 끈 이유다.           


K드라마의 여성 중심 서사는 시대적 상황의 변화와 맥을 같이 한다. <파리의 연인>, <꽃보다 남자> 등 여성들의 로맨틱한 판타지를 충족하기도 하지만, <내 이름은 김삼순>, <황진이>처럼 사회경제적으로 독립적 주체로 떠오른 강인한 여성이 서사를 주도하기도 한다. <닥터 차정숙>이나 <더 글로리>처럼 최근에도 성공의 역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김수현, <옷소매 붉은 끝동>의 이준호처럼 남자 배우의 눈물 연기도 많아져 눈길을 끈다.   

    


한국 드라마, OTT라는 날개를 달다

         

또 하나는 OTT 플랫폼과의 만남을 들 수 있다. OTT는 한 마디로 K드라마의 '게임 체인저'였다. 1세대 한류 드라마는 주로 국내 지상파 방송사가 제작해 수입국의 방송사로 수출하는 구조였다. 2014년 기점으로 새로운 유통창구로 부상한 OTT 플랫폼은 K드라마의 글로벌 확산과 성공에 절대적이고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OTT와 한국 드라마의 결합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로 이어진다. OTT는 새롭고 매력적인 콘텐츠의 보물창고를 얻는 한편, 한국 드라마는 대규모 자본과 전 세계시장이라는 거대한 날개를 달게 된 덕분이다. 이제 한류드라마를 벗어나 ‘K드라마’라는 새로운 이름이 등장한다. 가족이나 청춘남녀 중심의 이야기에서 다양하고 강렬한 스토리와 메시지로 크게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다. 아시아 시장을 넘어 전 세계에서 큰 인기와 반향을 일으키는 점도 고무적이다.  


          

한류드라마에서 K드라마로



세상에는 게임 체인저가 필요하다     


게임 체인저는 어떤 상황을 게임이라고 볼 때 전체 판도를 바꾸는 사건(발상)이나 사람을 말한다. 세상을 살면서 종종 듣거나 만난다. 우연이나 인연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준비된 자에게는 운 좋은 기회처럼 올 수도 있다. 특히 시장이나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 같은 획기적인 혁신 창조자나 찬스 메이커가 흔한 건 아니다.      


때로는 상식을 거스르며 멀리 내다보고 갈 필요도 있다. 봉준호 감독이 2017년 극장이 아니라 넷플릭스에 선공개한 영화 <옥자>를 제작할 당시 많은 논란과 비판, 의구심이 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시대 상황이 어떻게 바뀌는 건지를 내다본 결정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넷플릭스는 결국 K콘텐츠의 게임 체인저로 작용했으니까.            



내 인생의 게임 체인저를 찾아보니   

  

인생을 살면서 많은 일을 겪는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나 사건에 휘말리기도 한다. 어떤 순간 우리의 인생은 뜻밖에 크게 바뀌는 경우도 생긴다. 좋은 일로도, 그렇지 못한 일로도 인생의 변곡점이나 분기점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내 인생을 돌아보면, 새롭게 맞닥뜨린 ‘낯선 세상 자체’가 게임 체인저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토박이처럼 한 곳에서 산 게 아니라 나는 인생의 단계마다 이동이 잦았다. 산골에서 소도시로, 광역시를 거쳐 특별시까지 생활 근거지를 옮겨 다녔다. 해외에서 연수생활을 하고 상당 기간 국제업무를 접하며 다른 세상을 경험한 적도 있다.

     

서울에 처음 온 20대에 나는 세상을 모르는 조용한 학생이었다. 넓은 세상이 주는 충격은 내 삶의 큰 자극이자 도전이고, 중요한 동력이 됐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생존 감각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조금씩 적응하면서 살 길을 찾아나갔다. 지방 출신의 한계를 마주한 후엔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고, 평생 공직 생활을 하게 됐다.       


영국에서 잠시 연수 생활을 할 때 받은 문화적 충격도 잊을 수 없다. 완전히 딴 세상에 온 것 같았다. 30대 후반에 잘 되지도 않는 영어로 수업과 토론에 참여하고 과제를 제출하는 일은 고역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또한 적응의 동물, 많은 한국인 유학생처럼 눈치코치 보며 수업을 따라갔고 학위도 무사히 받을 수 있었다. 귀국한 이후 나는 공부에 재미를 붙였고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자신의 길을 꾸준히 간다면


은퇴한 지금엔 '2라운드 인생'이라는 경험 해보지 못한 판 자체가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된 듯하다. 이제 과거에서 자유로워지는, 또 다른 인생을 살아보려 한다. 예전의 틀에 박힌 관성적인 문법은 잊고, 다가오는 상황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생활이 목표다. 안 해본 것을 많이 해보고, 해본 것은 새롭고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게 요즘 나의 일상이다.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게임 체인처를 만날 수 있다면 행운이다. 크든 작든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 그런 기회는 올 것이다. 자신의 길을 꾸준히 걸어간다면 인연처럼, 은인처럼 그런 게임 체인저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오늘 하루, 인생의 게임 체인저를 만나는 행운을 그리면서...



*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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