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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Jan 24. 2024

영화에서 배우는 인생

K무비, 개방을 견디면서 성장의 길을 찾다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대중문화와 엔터테인먼트의 가장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장르.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고 이야기하는 매체가 바로 영화다. 한류와 K컬처를 끌어온 3대 분야라면 대중음악, 드라마와 함께 영화가 손꼽힌다. 한국영화는 <기생충>(2019)이 칸영화제와 미국 아카데미상석권하면서 세계 영화계의 정점에 올랐다.  



한국영화사의 위기와 도전


국영화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거론되지만,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이라면 ‘개방에 대한 대응과 혁신’을 꼽고 싶다. 한국영화 역사의 분기점으로 3가지 개방을 들 수 있다. 이는 한국영화의 성장과 발전에 있어 가장 어렵고 힘겨운 도전이기도 했다.


1) 1988년 국내 영화시장의 대외 개방과 자유경쟁체제 전환

    제한적으로 수입되던 할리우드 영화가 미국 영화사를 통해 자유롭게 직접 배급된다.


2) 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조치 단행

    영화, 애니메이션, 가요 등 일본 대중문화가 단계적으로 개방된다.


3) 2006년 한국영화 의무 상영일수가 최대 146일에서 73일로 축소

    한미 FTA 협상을 계기로 자국영화 보호장치(스크린쿼터)가 대폭 완화되어 몇 년간 한국영화 침체기로 이어진다.


일련의 개방 조치는 한국영화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하지만 이를 통해 한국영화는 차츰 내적인 경쟁력을 갖추면서 영화 분야의 독특한 한국형 모델을 정립해 나간다.


결론적으로 개방조치는 고난의 시험대였지만, 동시에 체질 개선을 위한 자극제이자 분기점이 된 셈이다. 넘어지면서 배우고, 무너지면서 성장하는 한국인의 강인한 기질이 잘 나타난 게 바로 영화가 아닐까 싶다. 그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한국영화는 마침내 칸 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 같은 세계적인 무대에서 큰 주목과 찬사를 받기에 이른 것이다.          


 

역사에서 배우는 지혜


개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국가적 생존과 흥망의 갈림길로도 작용한다. 영국과 일본이라는 두 섬나라의 사례를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섬나라는 태생적으로 고립과 자기만족에 머무르기 쉽다. 반면 시야가 밖으로 향하면 확장과 팽창의 길을 걷는다. 탐욕적인 제국주의로 이어지기도 한다.


유럽의 서쪽 끝 섬나라인 영국은 유럽 본토와 대립과 경쟁, 교류와 협력을 통해 변방의 소국에서 세계의 강국으로 성장한다. 명예혁명, 스페인 무적함대 격파, 산업혁명 등 정치 경제적 안정이 대외 확장의 출발점이 된다. 일본도 에도막부 시기 오랜 폐쇄정책을 벗어나 문호개방과 메이지 유신(1868)을 단행한다. 발 빠르게 서구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면서 국력을 키워 일약 동양의 맹주로 부상한다.


개방과 성장의 사다리를 움켜쥔 자가 운명의 주인이 되는 역사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우리에게는 구한말 쇄국의 뼈아픈 역사가 있다. 적절한 개방 타이밍을 놓치고 근대화에 뒤지면서 일본의 강점기 아래 놓이게 된 것이다.


21세기 들어 전세가 다시 역전되고 있는 것 같아 흥미롭다. 일본이 내수에 안주하는 사이 한때 잘 나가던 J컬처는 퇴조현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은 대외 개방과 수출로 경제와 문화 시장의 활로를 개척해 오늘날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K컬처를 꽃피우고 있는 것이다.               



인생에서 개방이란   


인생의 성공과 행복을 좌우하는 건 무엇일까.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적극적인 교류와 소통의 자세가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하게 된다. 우리 인생의 많은 시간은 배움과 교류를 통해 조금씩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과정이다. 때로 숙명의 경쟁자나 빌런을 만나지만, 평생을 함께할 동료나 친구, 멘토와 인연을 맺기도 한다.


세상은 참으로 넓고 만날 사람이나 배워야 할 것들은 많다.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배울지는 각자의 선택과 책임이다. 삶의 성취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자신을 낮추고 열린 자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뛰어난 고수와 전문가는 많고도 많은 법이니까. 고난과 역경, 혼란과 숙성의 시간을 거쳐 또 다른 나로 거듭나는 것이 바로 인생의 여정이다. 시간과 경험의 축적을 통해 오늘도 나를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해 나가는 이유 아닐까.        

        


나의 인생, 변화와 개방에 단련된다는 것


내가 살아온 길을 돌아보면 한국사회의 변천 과정과 살짝 오버랩되는 걸 느낀다. 빠른 도시화와 산업화, 진통의 민주화과정에서 한국은 놀라운 역동성과 변화 대응력을 보인다. 산골에서 태어난 나는 학교와 사회생활을 하면서 군 소재지인 소도시를 거쳐 광역시와 특별시까지 진출하고, 잠시 해외 생활도 했다. 로컬에서 내셔널과 글로벌로 공간이동을 하는 사이 변화와 개방에 조금씩 단련되면서 오늘의 내가 만들어진 것 같다.     


우리 삶은 태어난 지역이나 집안 환경이 결정적인 경우가 많다. 4km를 걸어야 초등학교를 구경할 수 있는 두메산골이란 여건은 힘겨운 삶의 분투가 무엇인지를 절감케 했다. 나는 사실 개방적이거나 적극적인 성격이 아니다. 집안 자체가 그런 편으로 보수 안정형에 가깝다고 할까. 그나여기까지 이끈 건 배움과 성장의 욕구가 아니었을까.


인생의 고비마다 넓은 세계를 만나며 나는 큰 자극을 받았다. 때로 좌절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내면서 오늘의 나로 성장한 것이 아닌가 싶다. 위기와 도전 앞에 한국영화가 일어섰듯이, 나 또한 고난의 시간이 만든 성장의 결과물이란 걸 실감한다.


힘든 오늘을 견디는 모든 이에게 희망의 문이 하나씩 열리길 기원한다.



        



오늘도 자신의 길을 떠나는 모든 사람을 응원한다.



* 사진 pixabay


#K컬처 #한류 #한국영화 #기생충 #스크린쿼터 #일본대중문화 #J컬처 #인생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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