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랜벗 Oct 27. 2019

남녀가 아닌 사회적 약자의 문제일뿐

82년생 김지영, 2019

최대한 스포가 없게 썼다. 이미 책이 베스트셀러인데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극장 문을 들어서기 까지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 우리 부부는 말싸움을 해야 했다. 보고 싶다는 아내와 굳이 이 영화를 봐야하겠냐는 나의 입장. 그래 정유미와 공유라. 괜찮은 선택임을 알지만 이 영화가 페미니즘을 다루고 있고, 분명 남편은 죽일 놈으로 나올 게 뻔하며 시댁과의 관계도 나올테고. 아 끝나고 이 영화의 소감을 이야기하면서 분명히 나를 괴롭힐텐데. 그게 나의 반대의 이유였다. 그래서 나는 조건을 붙였다. 끝나고 나서 이 영화에 대해 아무 이야기 안하기. 그래서 영화를 봤다. 들어가면서도 '가장 보통의 연애' 포스터를 보고 이런 영화를 보자구. 라고 이야기를 했다. 일종의 심통이었다.


피해자가 여자뿐인가

역시나 영화는 불편했다. 실은 여자가 아니라서 느낄 수 없는 다양한 감정들이 막 밀려들어 오니 머리는 이해되지만 '저 정도는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었다. 그래서 남편으로서의 입장을 연기했던 공유가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 남편은 어떻게 선택했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공유가 선택한 육아휴직. 그 현실적인 고민이야기는 결국 꼭 여자만의 문제만은 아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의 일임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불평등하고 일방적인 사회에 대한 이야기. 그 때부터 조금씩 두 사람에게 빠져들었던 것 같다.


손수건을 준비하자

첫번째 눈물은 김미경씨의 눈물에서 나왔다. 그 손에 길게 그어진 흔적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짐작하지 못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그 이유가 정유미에게서 나오고,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자신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힐 때 엄마는 자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보다 내 딸의 아픔에 대해 걱정했다. 그토록 당당했던 엄마가 무너졌던 그 장면에서 얼마나 눈물이 나왔는지 모른다. 그리고, 두번째 눈물은 공유의 눈물에서 나왔다. 남편으로서 해결해 줄 수 없는 이 사회의 구조, 그녀의 어려움 속에서 얼마나 고민하고 힘들어했을까? 누구라도 저 상황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힘이 들 수 밖에 없었을텐데. 내가 느꼈던 슬픔의 순간과 아내가 느꼈던 아픔의 순간이 다르더라. 그래서 난 이 영화가 참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아픔에 대해 무관심한 사회

맘충. 노키즈존. 왜 저런 이야기가 나왔는지는 안다. 일부 무례한 사람들의 사례들이 부풀려져서 저런 사회 현상을 만들어냈겠지. 저렇게 이야기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회가 된 게 참 아쉽다. 그래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타인의 삶을 너무도 쉽게 평가하고 말을 내뱉고 있는거지. 알려고 노력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서로를 혐오하고 비난하는 법만 양산한다면 과연 이 사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육아는 선택일 뿐

모든 여자가 출산을 할 수는 있지만, 육아까지 필수인 건 아닐거다. 육아를 해야 한다고 다들 이야기하지만, 그건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어야 하는데, 선택할 수 없으니 부부끼리 혹은 가족들끼리 지지고 볶는다. 그러다 소진되면 아프기도 하고, 다치기도 하고. 육아를 선택할 수 없는 사람이나 혹은 선택하기 싫은 사람은 자연스럽게 출산을 포기한다. 그들에게 저출산의 짐을 지울 수 없는 노릇이다. 사회의 발전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요구할 수 있을까? 통했던 사회와 통하지 않는 사회 속에서 결국 꼰대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은 남여의 성을 구별하지 않는다. 유연하고 유연하지 않는 생각의 차이일 뿐. 그래서 결국 이 사회의 문제다. 나도 양보하고 너도 양보해야 하는 문제이지 너희들이 다 책임져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


이 이야기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이 책이 나와서 유행이었을 때 잠깐 이 책을 읽고는 너무 극단적인 사례들만 하나로 모아 하나의 인생으로 꾸몄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책을 덮고 말았던 것 같다. 하지만 영화는 그 이야기를 하나로 잘 엮어낸 것 같다. 많은 아역들과 배우들, 그리고 설정 하나로 참 잘 엮었다.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로 만들어 나가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정유미의 힘이 아니었던지. 과하게 흘러가는 감정신이 없다는 게 참 좋았다. 마치 신파가 될 수도 있었으니까. 이 영화를 다 보고도 불편했다면 그건 너무 불편한 시선으로 봐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을 했다. 이건 사회적 약자에 관한 영화다. 다만, 그 약자가 그녀였을 뿐이었다. 전태일이 될 수도 있었고, 위안부 할머니가 될 수도 있었고, 도가니가 될 수도 있었고... 여러 사회적 약자들 중에 여자에 관한 이야기이고, 그들을 괴롭히는 사회에 관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리고 그런 사회를 바꿔야 하는 건 결국 우리들이 아닐지.


아래 모든 이미지는 다음영화에서.

 

감독 김도영은 배우이기도 하다. 주연도 많이 했고. 이건 <더웹툰:예고살인>이란 영화에서 배우할 때.
남편의 대한 설명은 저 한 줄이 다했다. 그래 나도 그렇다.

 

큰 언니가 참 인상적이다. 그리고 막내 아들도. 현실감 있다고나 할까? 고모들과 한 판 붙을 때보면 정말 딸들의 설움이 느껴지는 듯.
너무나 먹먹했던 저 장면. ㅠㅠ
정유미란 배우 참 좋다. 발로 유모차를 왔다 갔다 하는 저 장면이 얼마나 현실적이었는지. 약간 힘이 없이 멀리 응시하는 그녀가 참 현실감있어 보인다.



올해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추천한다. 아, 기생충이 있었군.

1. 남자라도 공감할 수 있다.

2. 안보고 씨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같은 남자로서 창피하다.

아, 이상한 소리를 해 대는 사람이 남자라고 특정해 버리고 말았다. 죄송. 아닐수도 있겠네. 그렇게 믿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역사 앞에서 숙연해 지는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