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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 Sep 10. 2017

그렇게 끝

서슬 같은 밤을 견뎌내고

해가 뜰 때 즈음,

찬 바람이 드는 슬리퍼를 대충 신고

턱턱 소리가 나게 끌어 걸으며 들어섰던 곳.


처음에는 힘들어서,

그 다음 날에는 좀 견딜만 해져서,

어떤 날은 살만해서,

또 어떤 날은 죽을 것 같아서


그렇게 오간 세월이 삼십년.


내 나이가 벌써 육십이 넘었으니

이 건물이 지어진 지도 백년이 다 돼간다.


내 몸도 이제 성치 않은데

이 곳도, 그래 이제는 허물어질 때가 됐다.


그동안 남한테는 못했던 말

다 쏟아냈던 이 곳.

그 덕에 나는 잘 살아냈고

내 자식들도 이렇게 컸다.


고맙다, 너무 고맙다.

시커멓게 탄 가슴이

네 덕에 바스러지지 않고 꾹꾹 뭉쳐

단단해졌다. 




엄마가 다니던 교회가 없어진다.

더 크게 지어 이사를 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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