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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스윔 Nov 18. 2023

06.땅

서울에서 양양으로

집을 알아봐야 했다. 먼저 서핑을 하는 사람이라면, 양양에 살아보려고 시도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아파트를 알아봤다. 나 역시 처음 양양에 왔을때 알아봤던 아파트였다. 불과 4~5년 사이에 2배가 넘게 올랐다.


월세를 살자니 세가 아까웠다. 전세를 살자니 매물이 없었다. 사자니 여기까지 와서 아파트에?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만족하는 사람도 시끄러워 못살겠다는 사람도 다양했다. 편하게는 살겠지만 아파트라는 공간이 주는 답답함이 싫었다.


그도 나도 평생 단독주택에서만 살았기 때문일 수 도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이유는 따로있었다. 


서울에서 살때 아파트와 오피스텔에서 잠시 살았었지다. 나는 그 때가 내 인생의 암흑기 처럼 기억된다. 왠지 아파트에 가면 또 그렇게 불행해 질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파트와는 전혀 상관도 없는 일들이었는데도 그냥 그럴것 같은 기분이 들었달까...


그래서 단독 주택을 알아봤다.

월세가 없다. 전세도 없다. 매매가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더 좋은 방법은 카페를 접고 그 자리 온전히 2층집을 집으로 쓰는거였다. 근데 그럼 돈은 어디서 벌지...

내가 살고 싶은 동네는 현남면이라는 곳이었다. 한적하고 조용한 7번 국도 뒤 서핑을 하러 갈 수 있어야 하는 바다와 너무 멀지 않은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양양이 핫하다 한들 이 곳도 시골이기에 몇 안되는 가구수와 드문드문 떨어진 집들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닷가 앞은 이미 상업시설로 포화상태이거나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서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월세 매물이 나왔다고 해서 보러가면 수리비가 월세보다 더 나올것 같은 집이거나 너무 외졌거나 농로를 통해서 들어가야 하거나 하는 여러가지 문제가 수반되었다.


무언가는 포기하고 무언가는 얻어야 한다는데 도무지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얻어야 하는건지 아리송한 집들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가을 빛이 좋은 하늘 파랗던 날 양양에 놀러온 엄마를 태우고 드라이브삼아 7번 국도 뒤쪽 2차선 도로들을 돌아다녔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하며 도로 한켠에 차를 세우고 네비게이션을 확인했다. 네비게이션을 다시 설정하며 주변을 보니 넓게 펼쳐진 논과 밭 너머 멀리 바다가 보이는 곳이었다. 이정도만 되도 참 좋겠다 싶어 엄마에게 "이정도면 좋겠다"하니 엄마는 "시골 구석에 뭐하러" 라고 했다.


이런 느낌이 낭낭한 곳에 차를 세우고 했던 이야기였다. 

 그러게... 시골 구석에 나는 뭐하러 이렇게 들어오려고 하는걸까?


그리고도 몇달이 지났다. 이사를 가야한다는 마음은 집을 지어야겠다는 마음으로 변하고 있었다.

집을 짓는다고? 어디에? 집지으면 10년이 늙는데! 그냥 서울에 살아 뭐하러 양양까지 가서 고생을 사서하려고 그래! 


그래 근데 너라면 할 수도 있겠다.


내가 집을 짓고 싶다고 하면 대부분 비슷한 반응이었다. 어렵고 힘든일이지만 너라면 할 수도 있겠다는 반응... 왠지 나도 할 수있을것 같았다. 마음이 동했다. 땅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땅에 ㄷ자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땅 뭐 그냥 사면 집 지으면 되는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무지랭이랄까.


그러던 어느날 블로그에 매물이 나온지 1년쯤 된 그러니까 누가봐도 살만한 가치가 없는 땅으로 판단되는 매물이 나왔다. 가격도 평수도 적당했다.

나는 20평쯤 되는 작은 집과 30평쯤 되는 로스터리 카페를 짓고 싶었다. 100평쯤 되면 50평은 건물을 짓고 50평은 마당이 된다고 생각을 했다.


매물로 나온 땅을 찾아가보았다. 동산에서 카페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주변에 집도 몇채 없고 조금 동떨어진 곳이었다. 땅이 높게 있어 올라가는 길도 없었다. 뒤로 돌아서 다른 땅을 지나서 올라갈 수 있었다. 이때 내가 땅이라는것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안사지않았을까 싶은 그런곳이다.


로드뷰는 그때를 기억하고 있다. 덤불과 농로의 힐러스의 옛터랄까...


매매하려는 땅으로 추측되는 곳까지 가보니 앞은 가파른 내리막이었고 길보다 4~5미터 높게 위치해 있었다. 땅의 일부는 마을 사람들이 쓰는 길로 포장이 되어있었고 포장이 된 길로 갈라진 땅은 쓸모없이 버려진 부분마져 있었다. 땅의 크기조차 가늠 못하던 나에게 "길때문에 빠지는 땅이 2~30평"일것이라는 거짓말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계약을 한 후에 측량이라는것을 하고난 뒤 70평이 넘는 다는 사실을 알겠되었다.



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진 후였다.

나는 처음 가시덤불을 해치고 들어가 그 땅위에서 바라본 풍경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탁트인 하늘과 해송사이로 빼곡히 보이던 바다.


그 풍경에 홀리듯 아무것도 모르는 채 덜컥 계약을 해버린것이다.


건물을 짓는데 얼마가 드는지, 땅을 사면 그 후로 무슨일이 생기는지 하나도 모르는... 새하얀 백지같은 내가 무슨 패기로 그 땅을 샀는지 모르겠지만 그날 내가 본 그곳의 풍경이야말로 진짜  "동산에서" 였다.

여기에 집을 지으면 진짜 언덕위의 하얀집이 되고 그림같이 살 수 있을것만 같았다. 하지만 세상이 어찌 그리 호락호락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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