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 제작기
할뭉스 라는 머리꽃 (스크런치라 부르는 머리끈)을 판매해서 얻은 수익으로 스티커를 만들어 동네 어른들께 전달하기로 하고 이런 스티커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가볍게 시작해서 그냥 잘 보이게만 써서 만들면 되겠지 하고 주문을 할까 했는데 문득 이 작업을 하기 전에 계획했던 "함께 고민해보려고 했던" 부분을 혼자라도 해봐야겠다 싶어 순서를 정했다.
1. 어떤 품목을 쓸것인가
2. 어떤 색으로 할것인가
3. 어떤 크기로 할것인가
4. 스티커를 담을 OPP봉투의 크기를 어떻게 할것인가
5. 스티커와 함께 담을 카드의 크기는 어떻게 할것인가
6. 스티커와 함께 담을 카드는 어떻게 만들것인가
일단 이번 포스팅에서는 1.2.3번에 대해 작성해 두기로 한다.
어떤 품목을 쓸 것인가는 사실 안다고 착각하고 간장/매실액/액젓 같은 것들도 스티커로 만들려고 했다.
그러다 어떤 색으로 할까를 고민하면서 마트에 가서 실제로 제품들을 눈으로 확인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품목별로 잘 정리된 마트의 품목들을 사진으로 찍어보며 안다고 착각했던 나의 오만함에 당황했다.
음식은 대부분 이 제품이 무엇인지 명확한 키워드로 라벨링이 되어있었다. 간장과 액젓이 헷갈릴수 있지라고 생각한건 그저 책상에 앉아 고민한 결론이었던 것이다. 사실 식품류의 라벨은 명확히 진간장/양조간장/국간장/굴소스/멸치액젓/참치액젓 처럼 큰 글씨로 아주 잘 써있었다.
맛술이나 식초도 마찬가지였다. 비슷한 색으로 되어 있는 것들이 헷갈릴거라는 안다는 착각이 쓸모없는 것을 만들어 낼 뻔한것이다. 아차 싶었던 순간이다.
이정도로 라벨링이 잘 되어 있는데 헷갈려서 실수한다면 제작하려는 스티커도 사실 의미가 없는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트에서 확인한 제품명이 명확한 것들은 모두 삭제 했다.
그중 가장 많이 헷갈려 하는 소금과 설탕은 왜 잘못넣는 것인가 다시 곱씹어 봤는데 소금, 설탕은 주로 봉투에 담겨있는것을 소분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헷갈려하는것이었다.
그래서 소금과 설탕은 스티커에 넣기로 했다.
정말 헷갈리는건 미용에 관련된 용품들이었다. 사용 목적이 가꾸는데 있기 때문인지 찬찬히 패키지를 들여다 보니 화려하고 예쁘게 혹은 멋지게 제작되어 있는것들이 대부분 이었다.
처음보는 브랜드는 나 조차 그냥 놓고 뭐가 샴푸고 뭐가 린스인지를 물어보면 일단 제품을 들고 둘러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어른들 눈에 헷갈릴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게 잘못되었다 말할수 있는것도 아니다. 목적에 맞게 타겟에 맞게 제작되는 제품들이고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아쉬움이 있지만 그것을 보완할만한 디자인을 뽑는다는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미션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스티커를 제작해서 배포하는 일이 꼭 필요하겠다 싶기도 하다.
어른들이 사용하는 제품은 실상 젊은 사람들 처럼 많지도 않다.
메이크업을 하고 외출을 하시는게 일상인 정도면 제품을 구분하는것도 크게 어렵지 않으실테니(라는 가설) 자녀들이 사다주는 혹은 누군가에게 전달받은 제품이 무엇인지 구분할 수 있기만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역시 가설)
일단 최종적으로 선별해 보니 정말 몇개 되지 않는다. 일단 섭취하면 큰일나는 것들은 빨간 테두리를 쳐두었다. 일단 1차적으로 제작해서 배포해보고 정말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 앞으로도 배포를 지속해 볼 생각이다.
어른들의 삶이 머지않은 나에 삶이 될것을 이번 관찰을 통해서 더 세심히 느끼게 된다.
발전하는 세상속에서 불편함을 개선하는 일이 어딘가에서는 계속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안다고 착각하지 말고 책상에서 일어나 세상을 돌아봐야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계속 이야기 하고 기록하는 것이 누군가의 삶에 그리고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어른들 덕분에 삶을 배우는 중인 사십대의 어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