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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ecial J Feb 02. 2022

#시댁에 대한 단상

인터넷 커뮤니티에 명절이 되면 올라오는 화두가 있다.


시댁, 시가, 시어머니, 간혹은 시아버지

주로 제목은 "이거 정상인가요?" "또그러네요" 등의 의무과 뒷담화들이 올라온다.


누군가가 결혼한다고 할 때도 꼭 묻는 질문은 시댁은 어때? 시부모님 어때? 이다. 심지어는 시댁을 결혼할 때 봐야할 우선 순위로 꼽는 사람도 있다.


유부들에게 시댁은 항상 화재이다. 시댁에 대한 욕을 하는 사람을 들으며, 공감하며 더 열내며 욕하기도 하며, 또는 나는 저런 막장이 아니라 다행이다라며 가짢은 위로를 받기도 한다. 요즘에도 그런 시어머니가 계신가? 라는 분이 계시는가 하면, 저 정도면 휼륭하다는 분도 계신다. 소위 막장이 아니라도 불편한 상황에 대한 조언도 다양하다. 앞에서는 "네"하고 뒤에서 무시하라던지, 처음부터 "그건 틀렸습니다"로 나가라던지.


내가 들은 애기를 바탕으로 보면 불편한 시부모님에 대한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해 보면, 정말 답이 없는 분, 문화차이로 인한 분, 천사 등급이 있는 것 같다.



답이 없는 시부모

답이 없는 부류는 며느리에게 인간이하의 대접을 하는 부류다. 아니 대접같은건 하지 않는다. 며느리를 자기 '종'이고 '호구'인지 안다. 지 아들이 잘났기 때문에 며느리가 돈이고, 노동력이고 다 제공해야 한다. 돈 욕심이 있는 부류는 택도 없는 예단을 요구해서 결혼이 깨지기도 한다. 시댁에 며느리가 오는 순간 당연한 듯이 제사 음식, 명절 음식, 설거지를 자연스레 하게된다. 그리고 간혹 안부전화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건 자기 아들한테는 이런 애길 못하거나, 하지 않는다. 잘못된 것이 있으며, 아들대신 며느리를 잡는다. 그런데 며느리가 아들보고 머라 하는 건 아들 기죽이는 거니 못참는다. 요즘은 안부전화 대신 단톡방을 만들다던지, 카톡을 수시로 보내는 행태를 뛴다고 한다. 손주가 있으면 이를 핑계로 화상전화를 하기를 원하기도 한다.


문화차이

문화차이는 시댁의 가족문화와 친정의 문화차이로 인한 경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문화라는 것이 좀 애매하기는 하다. 위의 부류와의 차이는 며느리에게 인간/며느리로서의 대접을 할 마음이 있냐 없냐로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경우 시댁을 뒷담을 좀 할수도 있다. 하지만 답이 없는 정도는 아니라, 그냥 또 그려러니 하고 살기에 큰 잡은 없다. 시댁은 며느리에게 연락을 자주 하지 않고, 생일, 명절 등 특별한 날에만 한다. 며느리가 시댁 방문시 집안일의 참여도 저조한 경우이다.


천사

내가 아는 사람 중 1~2명 정도가 이런 부류이다. 시어머니는 아들을 통해서만 연락하며 며느리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경우는 없다. 심지어는 연락처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 아들과 며느리 부부에게 대접받으려고 하기보다는 더 주려고 한다. 집안일은 설거지도 시키지 않는다.




이 쯤에서 나의 시부모님에 대해서 궁금할 것이다. 시부모님이 개인적으로 연락하신적은 거의 없다. 나도 개인적으로 생신 때나 특별한 일을 제외하고는 카톡, 전화와 같은 연락드리지 않는다. 아들을 통해 연락을 주로 하신다. 시댁에 가면 상다리가 부러지게 산해진미를 만들어 주신다. 새우장, 정복, 스테이크 등이 있다. 음식솜씨가 좋으셔서 맛도 있다. 남편 통해서 집에 필요한 것들을 택배로 보내주신다. 겨울에는 귤을 주로 보내주시고, 전복, 밑반찬, 김부각 등을 보내주셨다. 우리는 예물, 예단은 모두 생략했다. 시어머니께서는 그래도 챙겨줘야 할 것 같으신지 남편이 나에게 명품가방을 사주는 것처럼 해서 사주라고 남편에게 명풍가방을 살 고액을 주시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남편 욕을 하면 잘 받아 주신다. "아 개가 그럴때가 있다" 이런식으로 받아주신다. 


이렇게 애기로 들으면 천사에 가까운 시부모님이다. 그럼에도 나도 불편할 때가 있다. 음식을 먹을 때 왜 시아버지는 자리에 앉아 계시는지(우리 아버지는 엄마 눈치 보고 바쁘게 돌아다니시는데...), 가끔 같이 무언가를 같이 하자며 부담스럽게 애기하실 때라던지, 부르는 호칭에 관련된 내용이다. 아무래도 내 집만큼 편하지 않기에 시댁에 오래 머무리고 싶다는 마음도 들지 않는다. 머무는 것은 남편을 위해서이다. 나는 할 수만 있다면 각자의 집에 가서 쉬고 오자는 주의이다.


하지만 마음착한 남편은 딸만 있는 집 왕따 우리 아빠의 아들같은 사위가 되고 싶다고 한다. 이번 설에는 우리집에 가서 아빠 안마를 해드렸다. 아빠는 기분이 좋아져서 "오~ 사위밖에 없다. 안마받는거 30년 만이다"라며 싱글벙글 하셨다. 나는 시댁 관련해서 불만을 위주로 남편에게 머라고 했는데, 반성이 되는 시간이었다.  안 그래도 사람 많은 집인데, 사위까지 오니 집이 풍성해지는 것 같아 좋았다.나도 남편을 보니 시댁에 대한 여러 생각이 지나갔다.


나도 남편을 위해서 시댁에 내가 할 수 있을 만큼, 해드려야지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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