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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Jun 04. 2023

장강명의 '재수사'를 읽고

(6월말 독서 모임을 준비하며 끄적 거리는 글임. 스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


같은 팀원이었던 정엄님의 추천으로 알게된 소설이다.  회사에서 작은 독서모임을 다시 준비하면서 시즌2의 첫 책으로 재수사를 정했다. 책의 소개글에서는 "한 사람을 죽게 하고, 그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한 것이 과연 한 악인의 잘못에 불과한지, 한 사회의 사법 시스템이 이 사건의 본질적인 원인이 아닌지, 소설은 주장하는 대신 캐묻는다"라고 말하지만, 이런 사회고발적인 내용보다는 인간의 모습, 윤리학적 질문과 같은 더 본질적인 질문이 여운으로 남는다.


막판 반전이 있는 잘 짜여진 추리소설이지만, 윤리학 책 한권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22년전 죽은 한 여대생의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와 살인자의 목소리가 교차된다. 살인자는 왜 사람은 사람을 죽여서는 안되는가라는 윤리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자신의 생각을 변증해간다.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계몽주의의 윤리에 대한 비판과 (범인이 주장하는) '신계몽주의'의 윤리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을 하면서도 결국은  살인에 대한 자기 변명일 뿐이고, 그 토대 역시  계몽주의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느끼게 된다.  


책을 읽으며, 많은 질문이 떠오른다. (독서모임에서 나눌 이야기들...)

- 신계몽주의 윤리의 덕목으로 말한 '명예'는 결국은 열등감과 분노의 변명은 아닐까?

- 신의 부재에서 윤리의 토대가 세워질 수 있을까?  신이 없는 윤리란 이기심으로 자신이 아닌 모든 인간을 수단으로 만들고, 결국은 카인이 되어  동생 아벨을 죽이는 결말로  치닫지 않을까? 

-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읽어본 일이 있는가? 소설속 살인자가 해석하는 도스토옙스키의 주인공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피해자를 알았다면, 피해자가 뱉었던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았다면 어땠을까 ? 사람을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 범인이 말하는 트롤리의 딜레마에서  공리주의적 접근이 아닌 거리를 기준으로 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피해자 역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지 않았나? 

- 저자는 거대서사가 부재한 시대를 살고 있는 세상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새로운 거대서사를 시도했던 범인의 서사는 왜 실패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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