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작가 Sep 04. 2019

30일간 블로그 글쓰기 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30일간의 글쓰기 과정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목적은 달랐을 지 몰라도 무언가를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큰 힘이 되었다. 썰렁했던 내 공간에도 사람의 흔적이 남기 시작했다. 비록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사이지만, 온라인 세상에서 만나는 이웃들은 어느새 서로의 일상을 가장 잘 아는 존재가 되었다. 방문자수와 이웃수도 꽤 늘었다.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유입키워드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글을 쓴 덕분이다. 생각없이 끄적거리던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나의 일상, 나의 글에 관심을 갖고 봐주는 존재가 있다는 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또 하나의 소득은 바로 성취감이다. 30일간 무언가를 해냈다는 뿌듯함. 비록 아이의 컨디션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게 내 일상이라지만, 피곤함을 무릅쓰고 어떻게든 미션을 완수해야만 잠을 잤다. 아이가 잠들기 전에 마치면 그나마 다행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이를 재우고 밤 12시 되기 직전까지 부랴부랴 글을 쓰기도 했다. 그럴 때면 '이게 대체 뭐라고, 당장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돈까지 내 가면서 이러고 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블로그 컨텐츠를 쓰면서도 내가 뭘 위해서 이러고 있는지 확신을 갖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무언가를 하기 위해 생각보다 꽤 많이 몰입을 하는 나를 발견했다. 한달 간의 깊은 몰입의 기억이 나에게는 아주 큰 힘이 되었다.


블로그를 하는 삶과 하지 않는 삶은 다르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선은 시간에 관한 것이다. 어떤 것을 하지 못할 때 단골 핑계거리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시간’이다. 사람들은 항상 시간이 없어서 뭘 못했다고 얘기한다. 연애할 때 시간이 없어서 만날 수 없다는 건 다 핑계라는 걸 알지 않는가. 사랑한다면 아무리 바빠도 어떻게든 만나러 오기 마련이다.


그런 것처럼, 그동안 아이 보느라, 집안 일 하느라 바빠서 블로그를 꾸준히 할 수 없었다는 건 핑계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는 블로그에서 혼자 끄적대는 것도 며칠에 한번씩 겨우 했다. 30일컨텐츠 과정을 하면서는 단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글을 썼다. 그것도 워드 2페이지, 새로운 분야의 정보가 가득 담긴 글들을 말이다.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없던 시간도 생긴다는 걸 알았다. 단, 목표가 명확하고 약간의 강제성이 있으면 더 좋다.


두번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주변의 사소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블로그를 하다 보면 매일 뭘 쓰지?를 고민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주변을 살피게 되고, 쉽게 지나쳤던 것들도 눈여겨보게 된다. 가족끼리 강화도 카라반 캠핑장에 다녀온 적이 있다. 예전에는 여행 가서 사진 찍고 놀기 바빴을 텐데, 블로그를 하기 시작하니 모든 것들이 물음표로 다가왔다. ‘ 곳은 어떤 사람들이 오면 좋을까 곳의 장단점은 뭘까? 여긴 언제 오픈했길래 깔끔하지? 몇 세대가 있지? 여기 캠핑하면서 주변에는 가볼만한 곳이 어디지? 여기 사장님은 어떻게 카라반캠핑을 운영하게 되셨을까?’ 이런 물음들을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하나의 컨텐츠로 완성된다. 


세번째는 기록하는 습관이 생긴다. 기록도 해 버릇 해야 는다. 처음에는 사진을 찍는 것도 몸에 베어 있지 않았다. 아이 사진은 많이 찍지만 그 외 일상들은 굳이 사진을 찍을 일이 없었다. 블로그를 하다 보면 일단 사진은 많은 게 좋다. 그래야 골라서 쓸 수 있으니까. 밥 먹기 전에, 커피 마시기 전에, 책 읽으면서 등등 모든 것들이 내 블로그의 컨텐츠가 될 수 있으므로 수시로 찍어 둔다. 특히, 책은 블로그의 가장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어떤 걸 써야할 지 모르겠을때,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이나 좋은 글귀들을 옮겨 적으면 된다. 이런 기록들이 쌓여서 나의 자산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과 함께 했던 30일컨텐츠 과정은 엄밀히 말해서 블로그를 이용한 수익화나 브랜딩이 그 목적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애 둘 아줌마였다. 수익화를 할 것도, 브랜딩을 할 것도 없었다. 블로그로 돈을 버는 방법도 배우고, 솔깃할 때도 있었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은 아니었다. 내 공간에 내 이야기가 아닌, 다른 제품을 위한 글로 도배하고 싶지 않았다. 뭘 하고 싶은 건지 확실한 목표를 찾지는 못했지만, 그것을 찾기 위해 꾸준히 해보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과정들을 기록하는 공간으로 꾸려 가기로 했다   


어느 덧 블로그는 하루의 일상이 되었다. 뭘 해야 할 지 몰라서 시작한 블로그였다. 묵묵히 나에게 매일 묻고, 답하고 삶의 흔적들을 채워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블로그를 왜 해야 하냐구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