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기록 : 내가 졸업시켰어

by 낭만피셔

금요일 아침, 알람이 울리기 직전의 희미한 소음 속에서 의식이 먼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아직 밤의 잔상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이었다. 밤새 몸을 뒤덮었던 꿈의 온기가 아직 흩어지지 않은 채 공기 중에 남아 있었다. 그 온기는 현실의 차가움과는 다른 몽롱하고 아련한 기운을 갖고 있었다.


꿈의 배경은 소음으로 가득 찬 쇼핑몰의 아트리움이었다. 거대한 철골 구조가 드러난 높은 천장에서는 차가운 백색의 인공광이 소독약처럼 쏟아졌고 그 아래에는 수많은 가족들이 뒤섞여 있었다. 아이들의 높은 웃음소리, 부모들의 나직한 대화, 행사용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배경음악들이 분주하게 공간을 채웠다. 아빠, 엄마 순서로 진행되는 게임. 지정된 색깔의 열쇠를 찾아 같은 색의 물품 보관함을 여는 단순한 규칙의 행사였다.


나는 내 몫의 순서를 기계적으로 마쳤다. 몸은 익숙한 동작을 따랐지만 정신은 어딘가 붕 떠 있었다. 아빠들의 차례가 끝나고 엄마 순서가 되자 나는 인파 속에서 물러나 프레임 밖의 관찰자처럼 그 풍경을 응시했다. 의미 없는 시선이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 위를 표류하던 중 주머니에서 짧은 진동이 울렸다. 누구지?


무심코 꺼내 든 휴대폰 화면 위로 너무나 익숙한 세 글자가 떠올랐다. 그분의 이름이었다. 그 이름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세상의 모든 소음이 한순간에 소거되었다. 시끄럽던 쇼핑몰은 깊은 침묵 속으로 잠겨들었다. 오직 액정의 서늘한 빛만이 유일한 현실인 것처럼 느껴졌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고개를 들자 그들이 서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모습 그대로 눈꼬리를 접어 환하게 웃고 있는 그분. 내가 겪어보지 못한 시간을 홀로 통과한 듯 훌쩍 자라버린 아이.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듯한 앳되면서도 의젓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마치 투명한 벽이라도 있는 듯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했다. 닿을 수 없는 거리감. 두 사람은 손을 마주 잡은 채 나를 향해 세상 가장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웃음은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내 가슴을 짖어놓았다.


멍하니 그들에게 다가간 나에게 그분이 말했다. "오빠 내가 이레 졸업시켰어"


그 목소리가 마음의 가장 깊은 곳을 울리는 순간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의 알람이 시끄럽게 울렸다. 꿈의 세계는 파편처럼 산산이 흩어졌다. 방 안에는 익숙한 천장의 무늬와 창문으로 스며드는 금요일의 희미한 빛만이 존재했다.


몸을 일으켜 앉았다. 아직도 귓가에는 그분의 목소리와 그들이 웃던 얼굴이 선명하게 떠 있었다. 그것은 꿈의 흔적이자 동시에 나의 현실을 지배하는 그림자였다. 이 선명한 잔상들과 함께 나의 금요일 아침이 시작되었다.

이전 19화과거와 현재를 끌어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