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시 아키코 - 은지와 푹신이
아기 덕분에 열린 넓고도 깊은 새 세상에서 하야시 아키코 선생님의 비중은 상당하다. 그림도 글도 너무 좋아서 거의 매일 본다.
아기의 순수한 마음과 부모의 사랑..(일본은 80년대에도 부모님들이 저랬구나. 가정이 저랬구나. 80년대 한국에서 어린이였던 사람은 깜짝 놀람), 친구가 된다는 것의 의미.
여러 번 읽고 울고 웃고 감동하고. 아기의 몸과 움직임을 애정 가득 리얼하게 그려낸 그림을 만져보기도 하고.
거의 다 모은 책 중 최근에 산 ‘은지와 푹신이’에서 푹신이 말이 마음에 계속 남았다.
튿어진 푹신이의 팔을 고치러 모래언덕 마을에 계신 할머니에게 기차 타고 가는 길. 도시락을 사오다 기차 문에 꼬리가 끼어버린 푹신이 ㅠㅠ 은지에게 도시락은 따뜻하고 아무 문제 없다고 말하며 여기서 먹자고 한다. 그리고 차장 아저씨가 다가오자 이렇게 말한다.
“기차표가 없어서 여기에 있는 건 아니에요.
제 꼬리가 문에 끼어 버렸기 때문이에요.“
통로에서 도시락 먹으면 무임승차해서 표 검사 피하려 한 걸로 보이기 십상이지만, 놀랍게도, 실제로, 꼬리가 문에 꼈다구요!!;;
남의 사정이란 건 늘 넘겨 짚을 수 있는 범위 그 이상이란 거. 말도 안 되는 그런 일을 겪으면서도 따뜻한 도시락으로 힘낸다는 거. 친구가 있으니까 통로에서 먹어도 괜찮다는 거.
꼬리가 낀 채로 방긋 웃는 푹신이, 그 와중에 오동통 귀여운 은지의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