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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아파커플 Oct 04. 2023

우리 싱그럽게 살자

싱그르 벙그르

네 달 전, 네가 프러포즈를 할 때 운 좋게도 호텔 매니저가 룸을 업그레이드해주었어. 한강과 아차산이 모두 잘 보이는 코너룸으로. 심지어 기존 체크인 시간 보다도 훨씬 일찍 체크인도 하게 해 주었지.


너의 표정에서 여자친구를 향한 사랑이 차오르다 못해 흘러넘치는 걸 본 걸까?

프러포즈를 어떻게든 성공시키고 싶어서 발을 동동 구르던 너의 얼굴에서 호텔 매니저가 순수한 사랑의 모습을 발견했던 걸까? 내가 사랑하는 너의 투명한 그 얼굴 표정을 그도 알아차린 걸까?

그래서 그런 배려들을 선물한 걸까?


그리고 얼마 전엔, 내가 강남에 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너와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브런치를 예약했지. 너를 위해 직접 만든 케이크를 준비했어. 요즘 말로, 답 프러포즈라고 하는 이벤트를 준비한 거야.

그 케이크에 “나랑 결혼하자”라는 글자를 본 레스토랑 매니저가 또 우리 커플에게 깜짝 선물을 주었지. 한 조각에 9천 원이나 하는 호텔 일층 카페에서 판매하는 샤인 머스캣 조각 케이크와 고급스러운 음료 두 잔.


이렇게 배려를 선물 받을 때면, 나는 매번 그냥 우리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 왔는데. 그것만이 이유는 아닌 것 같아.


4년을 넘게 만났는데도, 4개월 만난 사이 같다는 이야기를 듣는 우리.


사람들이 너와 나의 얼굴에서 서로를 향한 사랑을 발견해서 그랬던 거 같아.


우리의 사랑을 우리를 처음 본 이들이 응원하게 되는 게 정말 럭키한 일이다. 감사한 일이야.


‘싱그럽다,’ ‘싱글벙글.’ 요즘 이 단어가 계속 마음에 떠올라. 요즘의 우리를 나타내는 단어 같아.

우리 여름의 신록이 우거짐같이 앞으로도 싱그럽게 살자.


우리를 보는 사람들의 입가에도 싱그러운 미소가 맺히도록. 청량한 기운이 흘러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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