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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siseon Nov 03. 2022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는 없다

평범을 논하던 여자는 그것이 얼마나 어불성설이었는지를 생각하며 헛웃음을 짓는다. 평범이라니.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온전히 연결되어야 하나의 상황이 만들어지는가. 결과만으로 그저 별 일 아닌 것처럼 치부하는 것의 무지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지옥이 장소가 아닌 상황이듯, 모든 상황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의 총합이다. 


잠깐 방심하면 신조차 뜻대로 할 수 없을 씨실과 날실의 완벽한 조합을 꿈꾸고야 만다. 현재 주어진 하나, 둘의 마음에 드는 상황조차도 언제 어떤 변수로 사라질지 모르는 것을. 그러니 현재 주어진 하나 둘의 최악의 상황 조차도 언제 어떤 변수로 사라질지 모르는 것을. 현재의 순간을 살되 현재가 영원할 것처럼 어리석게 굴지는 말아야지. 찰나의 순간이 가진 반짝거리는 순간들을 찾자고 마음먹는다.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는 없다 했다. 현재의 순간을 마치 흐르는 강물처럼 대한다. 어느 순간도 똑같이 반복될 수는 없으니 흐르는 강물이 가져다주는 찰나들에 그저 마음을 좀 더 낸다. 그렇게 나의 시간들을 쌓아간다. 강물은 끝없이 흐르지만 나의 시간들은 나에게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므로. 끝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나는 무엇을 보았나. 무엇을 선택하였고 그래서 무엇을 가졌는가, 혹은 남겼는가. 그래서 나는, 이제 무엇을 볼 것인가. 무엇을 선택하고 그래서 무엇을 가질 것인가. 무엇을 남길 것인가. 


글쎄. 그저 그 흔적에 혼란만 남지는 않았으면. 괜한 무거움과 우울이 아닌 가벼움과 조금의 '가슴 떨림'정도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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