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인규 Oct 16. 2019

#11 나를 위한 요리

스테이크와 샐러드, 파스타와 오믈렛

해가 지기도 전에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은 나를 위한 요리를 만들 생각이다. 어제 사둔 고기를 꺼내 시즈닝을 하고 채소들을 꺼내 다듬기 시작했다. 가지도 자르고 파프리카도 자르고. 팬에 올리브유를 잔뜩 두르고 고기와 다듬은 채소들을 올렸다. 구워지는 동안 모짜렐라 치즈를 곁들인 루꼴라 토마토 샐러드도 만들었다. 만들다 보니 또 2인분이다. 아침에 만든 오믈렛도 2인분을 만들어 1인분이 남은 상태였는데 혼자 먹는 음식을 만드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나는 가족들과 함께 사는 터라 1인분을 만들어본 일이 거의 없었다.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또 너무 많이 만들었어.” 


친구는 말했다. “원래 음식은 2인분 이상 만들어야 더 맛있는 거야” 


노트북을 펴고 친구와 채팅을 하며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고기도 잘 구워졌고, 루꼴라 샐러드에 요거트를 뿌리니 상큼하고 좋았다. 맥주를 좀 넉넉하게 사 올걸 왜 달랑 한 병만 사 왔는지 아쉬웠다. 

절반이나 먹었을까? 먹다 보니 갑자기 먹기 싫어졌다. 요리하는 시간 동안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 좋았는데 막상 먹으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쓸쓸해졌다. 난 내가 만든 음식을 좋아하지만 혼자 먹는 음식은 오래가지 못했다. 별로 먹지도 않았는데 먹기 싫어졌다고 친구에게 말하자 이런 대답이 왔다.


“요리를 하는 시간이 너에게 위로가 되었으니 고기는 그걸로 수명을 다했어. 괜찮아.”


우리가 하는 행동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애써야 할 때가 있고 애쓰지 않아도 될 때가 있다. 내 마음을 돌보는 일은 최대한 애쓰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면 한다. 스스로를 다그쳐서도 안 되고 다른 사람 시선을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오로지 나와 내 마음에만 집중하면 된다. 한 발짝이 더 안 움직여지면 그냥 그 자리에 잠시 주저앉아도 된다. 그 시간조차 스스로에겐 필요한 것일 테니까. 내가 오늘 나를 위해 요리했던 시간처럼. 각자의 마음이 하는 행동에는 다 그런 이유가 있다. 


+

그리고 다음날 저녁은 소시지를 곁들인 가지 토마토 파스타를 만들고 한 시간 동안 아주 천천히 다 먹었다.


+

혼자 먹는 오믈렛에 계란을 4개나 넣었던 날.


매거진의 이전글 #10 베를리너가 된 것처럼 동네를 산책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