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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Jan 25. 2024

의식의 흐름

삶을 Yuji 하자



1. 의식의 흐름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았다. 창가 자리에 앉았다. 날이 춥다. 영하 8도다. 샷시 기술이 좋은지 창가 쪽이 춥지 않다. 창가 자리에만 파워 포인트가 있다. 전기를 사용하고 싶다면 창가 자리에 앉아야 한다. 이것은 스타벅스의 전략일까? 따뜻한 장소에서 전기를 사용하며, 행인들 구경하고, 장기역 풍경을 즐긴다.



스타벅스 앞으로 택시들이 줄지어 정차 중이다. 역에서 나온 이들을 기다린다. 추위가 버스 기다릴 의지를 뺏는다. '그래 기본요금 거리라면 그냥 5천 원 쓰고 편하게 가겠다!'라는 생각으로 이끈다. 기사님들에게 파란 조끼 입은 사람들이 다가간다. 운전석에 다가서니 기사님들이 창문을 내린다. 5초가량 대화하고 떠난다. 선거 유세 같다. 일전에 지하철 앞에서 핫팩을 하나 받았다. 들여다보니 예수님 믿고, 교회 나올 것을 홍보하는 문구가 있었다. 예수님은 무수히 많은 신 표방자 중 하나다. 물론 그가 직접적으로 본인을 신이라 말한 적은 없다. 제자는 그가 신의 아들(모든 인간이 신의 아들이므로 중의적 표현)이라며 신의 현신으로 받아들인다. 인류사에 존재했던 무수한의 신 중 하나가 이토록 위세를 떨치다니! 극악의 확률을 뚫고 세기를 넘어 한국인에게 영향을 준다. 주머니에서 열을 내며 인간의 손과 목과 볼을 따스하게 데워준다. 당장 유익함을 제공했으므로 다른 신보단 의미 있는 존재가 됐다. 신은 그들의 추종자에 의해 위세가 결정된다. 로마가 세계를 호령하기 시작했던 3세기부터 국교로 간택됐다. 추종자들은 중세 전체와 근대, 현대에도 예수 이름을 널리 퍼트리고 있다. 2024년 한국에도 핫팩과 함께 예수 이름이 퍼지고 있다. 영하권 날씨에 핫팩은 굉장한 위력을 발휘한다. 싸게 묶음으로 사면 개당 300원, 비싸게 낱개로 사면 개당 1000원이다. 영하의 날씨 속에선 기꺼이 천 원을 내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천 원의 소비가 8시간 동안 소비자를 지켜준다. 핫팩 영업은 훌륭한 전략이다. 생면부지 예수님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심리학 서적을 몇 권 읽었다.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방법 중 하나가 따뜻한 커피를 주는 것이다. 인간은 감각을 혼용한다. 손에 들고 있는 커피가 따뜻하면, 지금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인간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같은 맥락에서 놀이공원에서 연인 탄생이 쉽다. 낙하 운동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심장의 두근거림의 출처를 놀이 기구가 아닌 상대로 오해한다. 놀이공원의 만남은 두근거림이다. 낙수효과로 모두가 차은우가 된다. 자이로드롭 한정 차은우. 당신의 심장에 지진을 일으키겠어!



친구가 온다. 저녁 사주러 온다. 나는 떠난다. 일주일 뒤에 호주로 떠난다. 한국 생활이 일주일 뒤에 끝난다. 내일부터 6일 일정으로 여행에 나선다. 친구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친구는 그 기회를 잡았다. 친구는 나를 호주 보내기 전에 밥 사줘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탄다. 그 사명감은 불필요하다. 친구가 사주는 음식 먹지 않아도 나는 건강히, 무사히 호주에 도착할 것이다. 비행기에 이상이 생겨 나를 포함한 승객 모두가 죽는다 해도 마찬가지다. 그 한 끼 먹는다고 비행기 사고 나만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다. 나만 생존하면 나는 이 세상이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그것은 마치 기차 전복 사고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브루스 윌리스다. 그는 언브레이커블로, 슈퍼파워를 지닌, 절대 다치지 않는 존재다. 그는 존재한다. 영화 속에 존재한다. 내가 숨 쉬는 곳은 영화가 아니다. 그렇게 믿고 있다. 내가 영화 속 인물이 되면 더 이상 현실은 현실이 아니다. 내 세계는 무너진다. 그렇다면 그간 믿고 따랐던 세계의 문법이 해체된다. 이 세계의 실존이 부정된다. 아무튼 친구가 밥을 사주든 말든 나의 귀국 일정엔 변함이 없다. 그는 와이프와 축구 경기 시청과 저녁 식사 일정을 조율해 굳이 굳이 나를 보러 온다. 며칠 전에 봤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만날 필요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초밥을 사주러 온다. 초밥은 비싸다. 친구는 돈을 많이 벌지만, 내가 훨씬 많이 번다. 내 돈으로 사 먹을 수 있다. 며칠 전에 다 같이 영등포에 모여 양고기를 먹고 근처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그다음 날 아침으로 순댓국을 먹었다. 이것으로 친구의 도리, 우정의 증명은 끝났다. 한국 체류에 만날 사람이 많아 되도록 한 번 본 사람을 다시 만나지 않는다. 위 이유로 그의 방문이 불필요하게 느껴진다. 친구는 굳이 굳이 앵콜을 외치며 내가 머물고 있는 장기역으로 온다. 이해가 안 되는 행위를 할 때 부사를 넣는다. 불가해의 행위에 넣는 부사 '굳이'가 두 번 반복된다. 불가해를 강조한다. 그 불가해의 부사는 8000km의 거리를 잇는 끈이 된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굳이 굳이 더 멋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돈도 굳이 굳이 더 많아야 한다. 썩어날 정도로 많아서 썩기 전에 도려서 나눠줘야 한다. 왜 그렇게 사는지 모르겠다. 정말 성가시다.




2. 의식의 흐름 2



이어서 써도 됐다. 굳이 나눴다. 이미 의식의 흐름 1을 쓸 때의 마음가짐과 멀어졌기 때문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여기서 부대는 가축의 장기로 만든 플렉시블 수통이다. 현대식으로 표현하면 고무식 온수패드와 같다. 뜨거운 물 부어서 침상에 올리면 훈기가 올라온다. 부대를 넣고 부대찌개를 끓일 수 없다. 부대는 음료 보관용으로 제작됐고, 섭취에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동물 장기라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용도가 이미 수통인데 먹기엔 부적절해. 가죽 지갑이 동물로 만들었다 해서 먹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많이 질길 듯.



내일부터 여행이다. 한국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여행이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장인장모님과 최후의 만찬을 먹고, 그다음 날 새벽에 떠난다. 아시아나 인천- 멜번 직항이다. 100만 원이 넘는다. 편도 백만 원은 너무하다. 물론 편도 직항은 편하다. 2번 갈아타면 반값에 갈 수 있다. 다만 항공사가 다르므로 경유지에서 체크아웃, 짐 픽업, 체크인, 수하물 수속을 다시 밟아야 한다. 경유 시간이 3시간으로 조금만 늦어도 비행기에 탈 수 없다.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이다. 비행기 놓치면 책임은 본인이 진다. 그러니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돈은 돈 대로 쓰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마주할 수 있다. 아니, 생각해 보니 죽지만 않으면 최악은 아니다. 죽음이 최악이다. 죽음은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기 때문이다. 죽지 않으면 뭐가 됐든 한다. 뭐가 됐든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어떠한 불행에도 합리화와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다. 고통 세탁이 가능하다. 아, 그 사건으로 나는 성장했고 더 강해졌어. 사건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라며 포장지를 씌운다. 죽으면 말짱 꽝이다. 아무것도 못 하므로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이다. 내가 행동력의 강점에 대해 말할 때 사골처럼 우려먹는 표현이 있다. 도전하지 않으면 가능성은 0이다. 도전하면 최소한 0은 아니다. 죽음은 모든 것을 0으로 돌린다.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돈은 돈대로 써도 최악은 아니다. 인간은 합리화, 정신승리의 달인이다. 그렇지 못 하면 버틸 수 없다. 실패를 극복할 수 없다. 문명을 만들 수 없다. 진보할 수 없다. 우리가 우리를 위로해야 한다. 또한 고통이 인간을 강하게 만드는 것, 성장의 동력인 것도 사실이다. 너를 죽일 수 없는 것은 너를 강하게 만든다는 노래가 있다. 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다. 이 가사도 말한다. 죽으면 꽝이다. 너를 죽이는 것은 너를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든다. 죽으면 끝이야. 물론 신앙을 가진 사람은 예외다. 죽어도 삶이 이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들은 죽음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후 세계가 전제되기 때문. 아무튼 리스크를 고려했을 때 아시아나가 최선이다. 돈은 많이 쓰겠지만 편하게 안전하게 간다. 아침 8시 비행기다. 새벽부터 나가야 하는데, 장인어른이 공항까지 태워주신다. 염치없는 사위다. 염치란 것을 모르고 이 험난한 세상을 살고 있다. 말이라도 예쁘게 해야지. 감사 표현을 아끼지 말자. 아 그래서 내일부터 여행이다.



스피드캣의 시대가 도래했다. 유행은 돌고 돈다. 스키니진의 지배를 벗어나 허벌 바지의 시대에 살고 있다. 모두가 힙합 바지를 입고 도로 쓸고 다닌다. 청소 차량이 태업해도 도시 경관은 Yuji 될 것이다. 나이 먹고 의식하는 게 있다. 누군가를 조롱하고 웃음의 소재로 쓰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앞선 문장의 'Yuji'는 김건희 여사를 조롱하는 표현이다. 내가 진보라고, 기본 소득의 주창자로서 이재명을 적극적으로 밀고, 윤석열 정부의 트럼프식 국가 운영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해도 이런 표현은 쓰면 안 된다. 이전엔 풍자를 사랑했다. 하지만 풍자는 약자가 강자의 횡포를 지적하는 목적에서만 성립할 수 있다. 풍자 대상이 약자라면 써선 안 된다. 인터넷 세상에선 유명인이 약자다. 내가 강자다. 김건희 씨도 약자다. 대한민국에서 내가 Yuji란 표현을 쓴다 해서 나를 잡아갈 사람이 없다. 민주국가에서 이 정도 풍자는 용인 가능한 범위다. 그러니 아무 제지 없이 조롱을 할 수 있다. 잃을 것 없는 괴롭힘이다. 그래서 쓰면 안 되는데, 그래도 쓴다. 일단 너무 웃긴다. 나는 도시 경관 Yuji란 말이 재밌어서 참을 수 없다. 내가 이런 문장을 구사했다는데 기쁨을 느낀다. 시사, 정치에 관심 있는 인간을 연출할 수 있고, 적당히 정치색을 드러낼 수 있고, 뜬금없는 표현으로 의식의 흐름이란 주제를 강조할 수 있다. 게다가 김건희 씨가 내 브런치 읽을 확률은 로또 두 번 맞을 확률보다 낮다. 그러니까 상대 없이 하는 쉐도우 복싱과 같다. 주먹질 맞는 사람이 없기에 거리낌 없이 휘두를 수 있다. 저 표현을 Yuji 한다. 아 그래서 스피드캣이 다시 유행이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합리적 제품을 판매한다. 무신사란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그들은 마진을 극단적으로 줄인 고퀄리티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런 노력이 이런저런 채널을 통해 알려진다. "이 정도 소재와 마감, 미감을 가진 제품을 이 가격에 판다고?"란 물음을 불러일으킨다. 기존 가격이 합리적인데 세일 가격은 더 합리적이다. 온라인에서 구매하면 추가로 쿠폰과 할인 혜택을 받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 한국에서 무신사 사지 않으면 손해다. 무신사의 슬로건은 무신사랑해다. 중의적 표현으로 무신사를 사랑한다는 말과 쇼핑을 무신사에서 하라는 말을 뜻한다. 나는 그 모든 의미로 무신사랑한다. 무신사에서 정장을 샀다. 무신사 스탠다드 울블렌드 오버사이즈 자켓과 팬츠를 샀다. 친구가 대리 구매를 했는데 5프로 할인 쿠폰을 적용했다. 12만 4천 원에 출시된 제품을 6만 원대에 구매했다. 울이 50%나 들어 있는 새 재킷을 6만 원대에 산다는 것은, 음... 좋은 표현이 있을까. 마치 제네시스 최신 세단을 2천만 원대에 구매한다는 것과 같다. 중국집 2인 세트- 짜장 하나, 짬뽕 하나, 탕수육 소짜를 12900원에 구매하는 것과 같다. 짜장면 한 그릇에 6천 원, 짬뽕 한 그릇에 6천5백 원, 하면 탕수육을 400원에 산다는 것이다. 게다가 짜장면 맛도 좋다. 아 그래서 무신사 스탠다드는 합리적이다.




친구와 저녁 약속은 6시 30분이다. 지금 시간은 2시 하고도 10분이다. 그러니 4시간 하고 20분을 기다려야 한다. 안타깝게도 그란데 사이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2/3나 마셨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1/3이나 남았네! 발상의 전환으로 기쁨을 누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1/3 잔으로 4시간 20분을 버티기엔 나의 염치와 갈증이 허락하지 않는다.  화장실도 가야 하고, 사거리 길 건너 다이소도 가야 한다. 장인어른 심부름을 해야 한다. 한국은 믿음의 나라다. 랩탑과 가방과 소지품 일체를 스타벅스에 두고 나가도 아무도 건들지 않는다. 그러니까 나를 믿고 당신을 믿고 화장실로, 다이소로 향할 필요를 느낀다. 4시간 20분은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길고 짧음을 가르는 데에 필요한 것은 '할 일'이다. 할 일이 많으면 4시간은 짧은 시간이 된다. 그러니 할 일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글도 어느 정도 쓰다 보면 할 말이 없다. 지금이 그런 상태다. 할 말도 없고, 할 의욕도 없다. 이 정도 썼으면 충분하다. 이제 글쓰기가 아닌 독서와 영작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독서는 침대에서도 할 수 있지만 영작은 할 수 없다. 기껏 카페에 왔으니 영작을 하는 편이 낫다. 다만 영작 선생님이 파업 중이다. 챗GPT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작동을 하지 않는다. 핸드폰 앱으로는 구동이 되나, 랩탑의 웹페이지에선 아니다. 인간임을 인증하라 하고 모종의 이유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단 말을 반복할 뿐이다. GPT는 못 말려. 시간이 흘러가도록 음악에 집중한다. 일본 그룹 Globe의 유튜브 메들리를 듣다, 국내로 넘어왔다. 클론 메들리를 듣고 있다. 글로브가 더 좋다. 하지만 우타다 히카루로 넘어왔다. 알고리즘은 무섭다. 유튜브 우측에 관련 영상으로 90년대 일본 히트곡 메틀리를 띄웠다. 우타다 히카루로 시작해 당시를 풍미한 가수들이 포진했다. 우타다 히카루의 Automatic으로 시작한다. 말을 걸면 자동적으로 해가 빛난다. 이것은 반사적이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 그 눈에 담기는 것만으로, 두근두근 멈추지 않아 뭐라 표현할 수 없어. 아무 말도 못 해. 이것은 반사적이다. 띤떵훈 자동번역 기능을 켰다. 할 말이 고갈됐다. 아 그래서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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