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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Mar 01. 2024

35살, 시 쓰기


커피 들고 카페 자리에 앉는데 시가 쓰고 싶다. 인생에 이유의 공간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 축객령 내린다. 그 자리를 '그냥'이란 부사로 대체한다. 아, 나는 지금 시가 쓰고 싶다. 시를 써야겠다. 35살 먹었다. 선생님 요구와 무관하게 시를 지어보자.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시는 "운율적 언어에 의한 모방"이다. 고로 시 쓰기는 사물을 운율적 언어로 치환하는 활동이다. 하루 만에 배우는 시 쓰기란 브런치 글을 읽는다. 시를 어떻게 써야 하는가. 우선 마음가짐을 만들어야 한다. 마음을 비우고 세상과 내면에 경탄할 태도를 갖춰야 한다. 다음으로 좋은 시를 암송하는 것이다. 일단 읽어야 한다. 그다음으로 시인의 시 쓰기 작법을 배운다. 이것이 준비 단계다.




구체적 방식은 이렇다. 일상에서 소재 발견한다. 시적 언어를 찾는다. 감정을 들여다본다. 시인의 시를 모방해 시를 적는다(?). 이것으로 시 짓기 강좌는 끝이 난다. 




브런치 글만 봐서는 선뜻 시 짓기에 착수할 수 없다. 공부가 필요하다. 브런치 다른 글을 읽는다. 현대시 잘 쓰는 법. 박진성 시인의 현대시 창작이란 책을 요약한 글이다. 그의 강좌는 이렇게 진행된다.



단문으로 짧게 쓰는 것으로 시작하라.

예) 그 여자에게 편지를 쓴다/ 형수가 죽었다 / 너도 그러니 


단문으로 쓰면 리듬 만들기 쉽다. 확장성이 높다. 


다음. 단어를 골라두고 시작하라. 짧은 시로 가정해 10개 정도를 고른다. 구체어 5개, 추상어 1개, 뜬금없는 단어 1개다. 사랑의 시를 쓰는 경우,

예) 플라타너스, 편의점, 아스팔트, 흡연구역, 천장, 서럽다, 축복, 귀엽다, 현기증, 눈누난나 



플라타너스 아래 너는 서있다



건너편 편의점 앞으로 흡연 구역

기체들이 아스팔트로 쏟아진다

폭염 속에서 아지랑이, 여름의 아지랑이


나는 건너편에 서 있다

귀여웠다가 서러웠다가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너는 기대어 서 있다


눈누난나, 초록 이파리들이

눈누난나, 초록 이파리에게로

섞이고 있다 너도 섞이고 있다


나는 천천히 아스팔트를 건너

너에게로 갔다

너를 꼭 안아주었다






이제 좀 알았다. 축약의 예술이다. 내가 생각하는 감정과 생각을 몇 가지 단어로 축약한다. 그리고 조합한다. 



위 글을 정리한 브런치 작가가 쓴 시 두 편이 있다. 한 편은 책의 가르침을 얻고 쓴 시, 한 편은 작법이 뭔지 모를 때 끄적인 시다. 브런치 창을 종료했다. 기억나는 것은 작법 배우기 전의 시다. 그 참신함이 마음에 든다. 시인의 시를 모방해 작문하라는 조언을 따른다. 모방할 대상은 위 독후감 글쓴이의 습작 '피카츄'다. 








김조흐 (피카츄)

출처 : https://brunch.co.kr/@kimjogh/118




좋은 표현이다. 피카와 삐까, 라이츄 되지 말라. 피카든 삐까든 그 상태 그대로 울어달라는 부분이 백미다. 다소 상투적인 표현이 있다. 그 부분을 고치고 참신함을 그대로 살리는 방식의 편집을 하겠다. 



여기에 박진성 시인의 조언을 따라 단어 10가지를 골라서 사용하겠다. 피카츄의 귀여움이 주제다. 피카츄의 특징은 진화하면 더 이상 피카츄일 수 없는 존재. 마치 아이와 어른의 비유 같다. 무심한 세월의 흐름, 어린 시절을 그리는 장면을 첨부하면 괜찮을 듯하다. 유토피아처럼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곳, 그러니까 우리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어린 시절을 피카츄를 통해 부르고, 잡을 순 없지만 피카피카를 말하며 한순간 스쳐가는 그 시절을 그려볼까 한다.



이에 부합하는 단어 10가지: 몬스터볼, 갸라도스, 실내화가방, 포켓몬 레드버전, 포켓몬빵, 철봉, 디지몬, 롱블랙, 당뇨, 혼노초 역 2번 출구





피카피카 삐까삐까



잉어킹이 펄떡

갸라도스 파괴광선 발사

위험해 지우가

위험해 세이브


실내화 가방 던져

모자 뒤집어 

모니터에 몬스터볼 던져

레드버전에도 피카츄 

넌 내꺼야

디지몬은 몰라 피카츄

넌 내꺼야


피카인가 삐까인가

포켓몬 빵 30개 먹어도

풀리지 않아

피카인가 삐까인가


철봉 

벤치 프레스 100kg로

일본어 

언어로

히로스에 료코

혼노초역 2번 출구 스마트폰 액정으로


이상해씨도 가고

파이리도 가고

당뇨의 위기

액상과당 안녕 그래도 롱블랙은 아직 안 가고


피카츄야

라이츄가 되지

말아


그리고 울어줘

피카피카 삐까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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