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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Dec 17. 2019

현대시 잘 쓰는 법

박진성, <김소월을 몰라도 현대시작법>을 읽고

우연한 기회에 시를 써보게 되었다. '시'라는 것을 잘 몰랐기에 생각나는 대로 써봤다. 그랬더니 어린이가 쓴 시인 동시 정도의 작품이 나왔다. 무릇 시라는 것은 함축적이고 운율적인 언어로 쓰이는 것일 텐데. 내 시는 너무나도 직관적이었다. 사랑을 표현하는 의미인 "달이 참 예쁘네요.", "심장이 아찔한 진자 운동을 반복한다."등의 시적 표현이 아닌, "나 당신 너무 사랑해요!", "너 참 예쁘다."등의 직관적인 표현이 가득했다. 그 외에도 데굴데굴, 데구루루, 둥실둥실, 울긋불긋 등의 의태어를 많이 사용했다. 


그래서 그런지 앞서 말한 것처럼 초등학생 정도의 어린이가 쓴 동시 같아 보이기도 했고. 매일 1개씩 꾸준히 시를 쓰기는 했지만 내가 쓰는 방식이 맞는 것인지 확신이 없었다. 그러다가 지인이 추천해준 책 <김소월을 몰라도 현대시작법>을 읽은 뒤로 내 시는 그럴듯한 시로 변모했다. 이제는 제법 시 다운 시를 쓰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은 박진성 작가의 현대시작법 책을 읽은 덕분이고, 지인이 한 땀 한 땀 내 시에 대해 피드백해주고 배움의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고마운 사람이다. 


김소월을 몰라도 현대시작법에는 모든 글쓰기에 꼭 기억해야 할 서른 가지 방법이 나온다. 시를 잘 쓰는 법이 담긴 고마운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시를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분들과 SNS에 글 쓸 때 막막한 분들을 위한 책이라고 한다. 저자는 책을 읽고 그대로 일단 한 번 시작해보라고 한다. 박진성 시인은 시집 <목숨>, <아라리> 등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시인이다. 10년 넘게 시 창작 강의를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시작법 책을 낸 만큼 시를 잘 쓰는 꿀팁들이 가득했다. 시를 처음 쓰는 나도 책을 읽고 많은 깨달음과 성장을 이뤄냈다. 시에 관심이 많거나 시를 잘 쓰고 싶은 사람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시를 아예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시를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시들은 왜 그렇게 어려울까. 저의 요즘 고민입니다. 17년 동안 시인으로 활동하면서 이런 것들을 알면 시를 쓰는데 도움이 되겠구나, 그런 작고 사소한 조언들을 모았습니다. 시를 쓰시려는 분들, 그리고 시를 쓰고 계신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_2018년 여름, 박진성


박진성 저자는 책의 머리말에서 요즘 시들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한다. 어찌 보면 시를 쓰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시가 더 어려워 보일지도 모르겠다. 17년 차 시인의 작고 사소한 조언들을 들어본다면 시를 쓰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가? 책의 목차에는 '시의 첫 문장이 어려울 때', '시를 쓰는 네 가지 단계', '시에 철학을 더하는 일', 예쁜 문장에 가시 하나', 조금 싸가지없는 느낌으로', '구어체에 가깝게 쓰는 일'등의 차례들이 나온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맞게 적절하게 읽어본다면 시와 조금 더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시를 쓰는데 첫 문장을 쓰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어떤 것을 써야 할지도 막막한데 첫 문장을 시작하기에는 얼마나 더 막막할까? 시작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박진성 시인은 시를 이제 막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단문으로 짧게 시작해보는 방식을 추천한다. 


그 여자에게 편지를 쓴다
_이성복, <편지> 중

형수가 죽었다.
_이문재, <기념식수> 중

너도 그러니
_익명, <사랑에 관한 시> 중


위와 같은 예시의 시는 단문으로 짧게 시작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성복의 <편지>는 그 여자에게 편지를 쓰는 '나'에 대한 시이다. 이문재의 <기념식수>는 형수가 죽은 후의 이야기를 담은 시이다. 익명의 <너도 그러니>는 사랑에 대한 시이다. 일단 이렇게 짧은 문장 하나로 시를 시작하면 얻을 수 있는 장점들이 많다. 첫 문장을 시의 중간에서 반복해서 리듬을 만들 수도 있으며, 첫 문장이 시 전체의 기둥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시를 쓸 경우 시가 한층 더 풍요로워지고 시를 쓰는 일이 더 수월해지는 것이다. 


시를 처음 시작한 내가 제일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단어를 활용하는 일2 p109>에 나온 내용이다. 박진성 시인은 시를 한 편 쓰기 위해 보통 40개 정도의 단어를 사용한다. 짧은 시를 짓는 데는 어떤 단어를 사용할지도 중요하다. 시의 제목을 정하고 제목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 10개를 적어놓으면 시를 짓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단어 10개를 기준으로 구체어 절반, 추상어 4개, 뜬금없는 단어 1개 정도가 좋다고 한다.


사랑에 대해서 쓰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일의 따뜻함, 그리고 서러움', 이것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단어들입니다.
플라타너스, 편의점, 아스팔트, 흡연구역, 천장, 서럽다,
축복, 귀엽다, 현기증, 눈누난나 이렇게 10개입니다.


위 단어들을 사용하여 쓰인 시는 다음과 같다.

플라타너스 아래 너는 서있다

건너편 편의점 앞으로 흡연 구역
기체들이 아스팔트로 쏟아진다
폭염 속에서 아지랑이, 여름의 아지랑이,

나는 건너편에 서 있다
귀여웠다가 서러웠다가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너는 기대어 서 있다

눈누난나, 초록 이파리들이
눈누난나, 초록 이파리에게로
섞이고 있다 너도 섞이고 있다

나는 천천히 아스팔트를 건너
너에게로 갔다
너를 꼭 안아주었다

_박진성, <김소월을 몰라도 현대시작법> p115 중


이처럼 시의 주제에 대한 10개의 단어들을 미리 정해 보는 것만으로도 시를 쓰기가 훨씬 더 수월해진다. 나도 이 방법을 통해서 시를 쓰기가 한결 더 수월해졌으며 이 방법을 알기 전보다 훨씬 더 빠르고 훌륭한 시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글을 쓰는 것에도, 시를 쓰는 것에도 공부가 필요한가 보다. 단순히 머릿속에 떠오르는 영감을 합쳐서 시를 쓴다고 좋은 시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무턱대고 많이 쓴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올바른 방식으로, 제대로 알고 쓰는 것이 좋은 시를 짓는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시를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면, 시를 잘 쓰고 싶은데 방법을 모른다면, 시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박진성 시인의 <김소월을 몰라도 현대시작법>을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처음 쓴 시와 최근에 쓴 시를 남기면서 글을 마쳐보도록 하겠다. 아직 공개하기는 부끄럽지만. 과거에 비해서 많이 늘어난 시 짓는 실력에 내심 뿌듯하기도 하다. 오늘은 모두. 김영하 작가가 말한 날씨가 바삭바삭한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책을 읽기 전의 시 '피카츄'(좌), 책을 읽고난 후의 시 '노을의 하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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