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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ilip Lee May 06. 2021

넌 이름이 뭐니?

선우, 은혜를 끼치는 아이 되길..

“아들이네요.”     


초음파 사진을 지켜본 산부인과 의사선생님의 말씀이었다. 왠지 아들일 것 같았는데, 진짜 아들로 밝혀진 순간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아들이건, 딸이건 둘 다 감사하고 축복된 일이겠지만, 내가 아들이 생겼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아마도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내게 ‘아들’이라는 존재는 사뭇 남달랐나 보다(물론, 딸이었어도 기분 좋았을 듯).   

  

‘아이를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보다 ‘이 아이 옆에서 든든하게 있어 주고 싶다’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아내는 입덧으로 크게 고생하진 않았고, 4달, 5달, 6달... 조금씩 아이를 만날 날이 다가왔다.      


아이를 위한 옷을 사고, 신발을 사고, 침대를 사고... 조금씩 새 생명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이제 한 가지 큰 미션이 남아있었다. 바로 이름 짓기.      


모든 부모들이 제일 고심하는 부분이다. 어떻게 자라나고,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소망과 바람이 짧은 ‘이름’ 속에 담겨 있다. 그러기 때문에 이름 짓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반려동물 이름 짓는 데도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지 않나.     


이름을 짓는 데 단 한 가지 원칙이 있었다. 너무 특별하지는 말자는 것. 내 이름은 약간 독특하다. 거기에서 오는 장점은 있다. 외우기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 출석부에서 내 이름을 보고, 금방 외우겠다는 선생님들이 여럿 있었다. 친구들도 내 이름은 금방 외웠다.   

  

반면에 많은 놀림을 당해야 했다. 그 독특성 때문에. 하필 내 이름은 유행가 가사에 많이 나왔다. 내 이름이 들어간 노래를 부르며 놀리는 아이들도 있었을 정도였으니. 악의를 갖고 놀리지는 않았겠지만, 내 이름을 소개할 때 부끄러워한 적이 제법 있었다(지금도 약간 그렇다).  

   

그래서 아들 이름은 무조건 특별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또 너무 평범한 이름도 싫었다. 학교에서 이름 부르는 데, 몇 명이 동시에 손을 들면 좀 그렇지 않나. 가뜩이나 성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많다는 ‘이’. 너무 독특해서도 안 되고, 또 극히 평범해서도 안 되고... 아, 정말 쉬운 게 하나도 없구나. 부모가 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구나.     


몇 주 골머리를 앓다가 ‘유레카!’ 

한 이름이 떠올랐다.     


이선우.     


얼른 한자를 찾아보니, 착할 (선), 벗 (우)가 눈에 띄었다. ‘착한 친구’. 괜찮아 보였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사람들의 좋은 친구. 착한 친구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이름을 그렇게 정하고, 몇 주 지났다. 고민에 빠졌다. 부르기에 쉽고, 너무 독특하지도 않은 이름이지만, 뜻이 약간 걸렸다. 너무 평범해 보였다.     


찬찬히 한자사전을 찾아보았다. 어랏! 이런 한자가 있었다.     


베풀다, 은혜를 끼치다 (선) , 비 (우)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비. 은혜를 끼치는 비. ‘단비’ 아닌가. 비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빗줄기는 얼마나 큰 선물인가. 아내와 나의 바람이 바로 이것이었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들에게 은혜를 끼치는 아이가 되었으면...      


무사히 아이는 태어나서 지금 10살까지 건강히 살아가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부르는 ‘선우’의 이름. 뜻대로 더욱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또 사랑을 받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해 보니, 선우에게 많은 사랑과 도움을 받은 사람은 바로 나였다. 그동안 얼마나 선우 때문에 웃고, 행복하고, 즐거웠는지....     


선우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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