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hilip Lee May 07. 2021

오늘은 어린이날, 선우의 세상

아들과 보낸 작은 추억 하나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이런 노래가 있었다. 가사가 다 기억나진 않지만, 멜로디는 생각난다. 어린이날이다. 이날도 나와 아내는 일해야 했기에(맞벌이의 비애ㅠ) 이번 어린이날은 어디 못 가고, 나중에 시간 날 때 가려 했다.     


그런데, 그 전날 오후 시간이 확 비어(아내는 일ㅠ) 부리나케 선우와 갈 곳을 찾았다. 3~40분 거리에 이천 공룡수목원이 있었다. 대충 훑어보니, 갔다 오면 좋을 것 같아 가기로 결정.     


 “선우야~ 얼른 옷 입어! 우리 여기 가자.”     


원래 이런 급출발은 싫어했는데, 점점 이런 일에 익숙해진다. 그래도 어린이날인데, 바깥 공기라도 쐬게 해줘야지... 가뜩이나 코로나로 학교도 드문드문 가서 친구가 없다고 툴툴대는 애다.     

 

10분 만에 짐을 챙기고(사실 짐이랄 것도 없다), 시동을 켜고, 내비게이션을 설정하고 수목원으로 출발했다. 날씨가 약간 우중충해서 그런지, 평소에 차가 많았던 국도가 썰렁하다. 30분만에 도착, 입장권을 사고 수목원에 들어갔다.     


역시 공룡수목원이다 보니, 작은 호숫가의 큰 공룡(아마도 초식공룡?) 두 마리가 우리를 반긴다. 한때는 공룡 이름을 달달 외우던 아들은 이제 그 세계를 졸업했는지 시큰둥하다. 그래도 간만에 밖에 나와서 좋은 듯, “여기서 사진 찍자!”라는 아빠의 주문에 제법 포즈를 잘 취한다(이런 일은 일 년에 한두 번 있는 희귀한 사건).     

쭉 둘러보니, 공룡보다는 주위의 경관이 멋있다. 산속에 있는 수목원이다 보니 큰 나무도 많고, 삼림욕을 하는 기분도 든다. 아이를 위해 왔지만,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수목원 중심에는 동물 먹이 주기 체험도 할 수 있었다. 양, 염소, 토끼, 기니피그부터 오리, 원앙, 닭, 공작까지 여러 동물이 있었다. 그곳에서 먹이(당근)를 사고 나눠 주었다. 날씨가 안 좋아 먹이 주는 사람이 우리밖에 없었다. 동물들은 배고팠는지 아이의 손가락까지 먹을 기세다.      


토끼에게 먹이를 주던 중, 먹이 냄새를 맡고 양 몇 마리가 선우에게 다가왔다. 자신의 우리를 탈출(?)한 것이다. 아이는 놀라면서 뒷걸음친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지 양들은 뻔뻔하게(?) 먹이를 달라고 다가온다. 아이는 쭈뼛쭈뼛 당근을 내밀고, 그 상황이 재밌는지 웃었다. 나도 따라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우산이 없어 난처했던 찰나, 온실 식물원에 들어갔다. 거기서 무상으로 우산을 대여하고 있었다. 우산을 사용하고, 돌아갈 때 정문에서 반납하면 되는 것이었다. 싸지는 않은 입장료이지만, 이런 센스가 마음에 들었다. 다음에는 아내와 같이 오고 싶다.      


비가 계속 오고 날씨가 추워져, 핫초코와 간식을 먹고, 결국 일찍 돌아왔다. 그곳에서 두 시간도 안 있었던 것 같다.      


돌아와서 저녁에는 선우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어린이날 선물을 주었다. “뭐 갖고 싶어?”라고 물어봤었는데, 역시 레고다. 갖고 싶었던 바다탐사선 레고를 들고 활짝 웃는다. 이럴 때 사준 보람을 느낀다(출혈은 감당해야겠지만ㅠ)      


매년 맞이하는 어린이날. 아이가 커 가면서 책임감이 더해진다. 아이가 어릴 때는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길 항상 신경썼다면, 지금은 여러 가지가 더해진다.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길, 아이가 좋은 선생님 만나길, 아이가 친구들과 잘 지내길, 아이가 공부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길, 아이가 나중에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길....      


이 걱정이 기우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아빠로서 조급하지 않았으면 한다. 선우는 선우 속도대로 잘 커 가고 있다. 그것을 굳게 믿어주며, 지켜봐 주는 것이 내가 묵묵히 해야 할 일이다.  


선우야. 어린이날 축하한다. 

오늘뿐 아니라, 1년 365일이 너의 날이다. 너의 세상이다.     


ps) 가혹하게도 5월에는 선우 탄생일도 있다. 선우야 이번에는 뭐 갖고 싶니?(될 수 있으면 좀 싼 거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