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와 함께하는 일상의 소중함
여행을 좋아한다. 물론,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내게 있어 여행은 안식처와 같았다. 결혼 전에 여행다운 여행을 별로 못 해봐서인지 가정을 이루고, 아내와 선우와 함께 이곳저곳 많이 다녔다.
10년간의 결혼 생활 중 다닌 곳을 꼽아보자. 제주, 부산, 포항, 경주, 남해, 여수, 순천, 부여, 거제, 통영, 담양, 익산, 무주, 공주... 가까운 곳은 당일치기로 조금 먼 곳은 1박2일에서 3박4일로 갔다(적어 보니 많이 다니긴 했구나).
시간을 쪼개고 일정을 맞추어 해외 여행도 두 번이나 갔다. 선우가 6살에 대만(자유여행)을, 8살에는 베트남(패키지여행)도 다녀왔다. 특히 베트남은 아내의 시간이 맞지 않아 나와 선우만 갔다.
'과연 내가 선우를 잘 챙길 수 있을까? 선우는 힘든 패키지여행을 잘 따라올 수 있을까?'
나와 아내 모두 걱정했지만, 선우는 씩씩하게 여행 내내 잘 따라다녔다. 더운 날씨에서도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말이다. 패키지의 다른 관광객들도 많은 칭찬을 했다. “힘들텐데 얘가 아주 잘 따라다니네.” 선우도 가끔 베트남 여행 얘기를 한다.
“그때 케이블카 쭉 타고 올라갔던 데 있잖아. 큰 손으로 된 다리.
엄마도 나중에 같이 갔으면 좋겠다.”
바낭의 골든브릿지 풍경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가 보다. 나도 선우랑 단 둘이 베트남 다낭 곳곳을 누비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신기한 곳도, 같이 먹은 맛있는 음식도... 처음으로 엄마가 아닌, 아빠와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었기에 기억에 더 남는다.
아쉽게도 코로나로 해외여행은 언제 열릴지 모르게 되었다. 나도 여권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국내 여행도 거의 못 가고 있다. 많이 바빠졌기 때문이다. 일도 힘들고, 탈출구가 되어주던 여행도 못 가게 되면서 많이 우울해졌다. 행복하기 위해서 일하는 건데, 과연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옳을까?
그렇지만, 조금씩 마음이 바뀌고 있다. 어디를 가진 못 하더라도, 일상의 순간 속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며칠 만에 같이 가족과 함께 식사할 때, 아침에 선우를 학교에 데려다 주면서 잘 다녀오라고 서로 손 흔들 때, 같이 도서관 가서 책 빌려올 때, 같이 보드게임할 때, 좋아하는 마블 영화를 소파에 앉아 선우와 함께 볼 때....
이런 순간들 역시 시간이 지나면 나중에는 엄청 생각나겠지... 현재를 즐기기로 했다. 카르페 디엠이란 말도 있지 않나. 비록 멀리 여행은 못 가지만, 해외여행은 못 가지만 일상의 작은 부분들을 아끼고 소중하게 바라보고 싶다. 그 부분들 역시 (길진 않지만) 찰나의 여행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조금씩 커 가는 선우. 언젠가는 나와 아내 곁을 떠나 독립하게 될 선우. 그 선우와 함께하기에 매일 스치는 일상이 소중하다. 그 당연한 진리를 잊지 않고 싶다.
ps. 그래도 갑갑하긴 하다. 시간을 내서 가까운 데라도 가야겠다. 어디 갈까? 선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