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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ilip Lee May 24. 2021

왜 이렇게 달라?

레고를 좋아하는 아들과 별로인 아빠


극적타결!

선우의 생일 선물을 간신히 결정했다. 과학상자!    

 

선우는 계속 레고를 원했다(어린이날에 레고를 받았음에도). 최근 익힌 스마트폰으로 계속 레고를 검색하고, 나와 아내에게 계속 물어보았다. “이거 어떨까?”   

  

나와 아내의 반응은 시큰둥. 가격도 셌지만, 그것보다도 이런 마음이 컸다. “또 레고야?” 그럼에도 선우는 레고에 대한 소망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그런 찰나에 생일선물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과학상자’를 발견했다. 당장 아내에게 물어봤고, 아내는 선우에게 물어봐서 좋을 것 같다는 확답을 얻은 것이다.

     

생일 며칠 전, 택배로 과학상자가 왔다. 뜯어본 선우는 레고와는 다른 모습의 각종 공구와 나사, 정체불명의 태엽, 투박한 판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장 낑낑대며 나사를 조이고, 설명서대로 무언가 만들고 있었다. 탁구공 발사대란다.      


휴. 이번 생일도 무사히 넘어가서 다행이다. 그런데 다가올 크리스마스와 내년 5월에는 어떤 선물을 해 줘야지...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선우와 나를 비교해본다. 어렸을 때 나는 레고를 좋아했던가? 아무리 더듬어봐도 레고나 조립식 장난감을 갖고 논 기억은 없다. 생일선물로 레고를 바랐던 적도 당연히 없었을 것이다.     


레고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레고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손재주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아니, 손재주보다도 그런 것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게 알맞은 표현이겠다.      


낑낑 대고 설명서를 보고, 다 맞추고 나서의 희열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과정 자체가 너무 힘들지 않나. 시도도 하지 않고, 겁부터 난다고나 할까. (만약 나도 어렸을 때 레고를 맞추고 나서의 성취감이 있었다면, 지금보다 조금은 레고를 좋아했을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선우는 나와 다른 점이 제법 있다. 우선, 선우는 시도하는 것을 좋아한다. 새로운 것에 대해 두려워하기보다, “우와! 이런 것도 있네.”라며 박수치며 좋아한다. 새로운 길을 가 보는 것도 좋아한다. 나는 답답하게도 꼭 가던 길만 간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말은 내 삶의 신조이다.    

 

선우는 레고도 매번 똑같이 만들지 않는다. 처음에는 설명서대로 맞추지만, 시간이 지나면 설명서 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비행기나 로봇으로 변신시킨다. 다른 두서너 개의 작품을 하나로 만드는 작업도 서슴지 않는다.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족보 없는(?) 작품을 완성하고, 나에게 보여주는 선우. 그 표정은 마치 새로운 땅을 정복한 후, 그 땅을 부하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개선장군의 모습과 같다. 만약 비행기 레고 부품이 하나 없어진다면, 나는 씁쓸히 다른 레고 상자를 뜯었을 것이다. ‘더 이상 이 비행기는 만들 수 없겠군...’      


이런 선우의 도전 정신은 아내를 똑 닮았다. 아내 역시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크다.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보통 꺼리기 마련인 형광등 교체도 스스로 한다(내가 그런 쪽에 전혀 관심이 없어 아내가 계발된 것일 수도).     


선우가 제일 좋아하는 과목은 과학이다. 실험하고, 새로운 것을 관찰하는 과학이 선우의 취향과 안성맞춤이었으리라. 내가 선우 나이였을 때는 국어를 좋아했다. 그런데, 선우는 국어는 별로란다. 벌써 문제에 긴 지문이 나와 있는 국어에 칠색 팔색한다. 그나마 다행(?)은 나와 선우 둘다 수학은 싫어한다는 것이다.     


선우와 나. 다른 점이 참 많다. 이렇게 다른 선우를 보면, 약간 아쉽기(?)도 하다. 닮은 부분이 많으면, 더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조금씩 생각이 바뀌고 있다. 아들이 외모뿐 아니라 취향과 성격까지 나와 똑같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아들이 나와 똑같은 점이 많아 앞으로 똑같은 길을 걷는다면 기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 나와 다른 모습 속에서 자신만의 장점과 개성으로 새로운 길을 걷는다면... 그것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 아닐까. 나와는 다른 점을 간섭 없이 지켜봐 주는 것. 그것이 중요한 아빠의 역할일지 모른다.

     

ps. 간섭 안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간섭 없이 올바른 길로 잘 인도해가는 것이 또 다른 숙제이다. 학교 졸업한 지 오래됐는데, 아직도 숙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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