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와 전학으로 힘들었을 선우를 바라보며
“으~ 하기 싫어!!!”
갑자기 선우가 줌 수업 휴식 시간에 소파에 몸을 던진다. 당혹스러웠다. ‘그냥 앉아서(학교도 안 가고) 수업 듣는 건데, 뭐가 힘들다는 거지?’
“선우야! 많이 힘들어? 좀 쉬면 괜찮아질 거야.”
“아냐! 수업 듣기 진짜 싫어!”
“너 학교도 안 가고 집에서 수업 듣는 건데, 그러면 어떡해?”
약간 화를 냈다. 자세히 보니, 선우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런 상황에서 더 이상의 화를 내는 건 무의미했다. 무슨 말로 위로할까 고민하다 일단 자리를 피했다. 선우는 곧 마음을 추스르고, 줌 수업을 끝까지 마쳤다.
선우의 투정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선우 나이에 공부 좋아하는 애가 얼마나 되겠나. 잠깐 공부하기 싫었겠지...’
며칠 지났다. 불평의 소리가 연이어 나왔다. 이번에는 아이가 아니라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왜 이렇게 일이 많지?’
‘새로운 일이 나와 맞지 않는 것 같아!’
‘그냥 하던 일을 계속 할 걸 그랬나?’
마치 거센 홍수에 둑이 무너지듯, 불평과 한숨이 끊이지 않았다. 듣다 못해 아내는 결국 볼멘소리를 냈다.
“그만 좀 한숨 쉬면 안 돼! 애도 다 듣겠어!”
순간 며칠 전, 선우의 투정이 생각났다. 아이의 투정과 나의 투정이 다른 것이 무언일까. 아이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투정하는 것이 당연할지 모른다. 그런데 다 큰 나는? 부끄러웠다. 나는 어른인데, 가장인데, 아빠인데...
사실, 새로운 곳으로 이사 온 후 제일 걱정이 된 것은 선우였다. 거의 7년을 살았었는데, 이사와 전학을 한 것이다. 나와 아내도 이사 후, 적응이 어려웠는데, 선우는 일생의 절반을 살아온 곳을 떠난 것이었다(거의 고향을 떠나온 셈이다).
장난 반 진담 반으로 “다시 이사가면 안 돼?”하는 선우를 보며, 괜스레 마음이 짠해진다. 한순간에 친구와 학교와 정들었던 아파트와 놀이터를 떠나온 선우... 미안함이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는다.
옛 집과 학교에 대한 그리움과 새로운 학교와 선생님, 친구들에 대한 낯섦이 얼마나 많았을까. 그 마음들이 이리저리 섞여 선우는 줌 수업 때 심한 투정을 했을 것이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투정 이후 선우는 힘든 내색을 안 비친다. 아빠, 엄마가 둘 다 일해 혼자 줌 수업 듣고, 점심 챙겨 먹고, 학원도 혼자 간다. 이럴 때는 어린 게 나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힘든 마음을 꾹 누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생긴다. 힘들 때는 선우가 분명히 내색했으면 좋겠다. 게다가 아직 어린아이 아닌가. 투정하다 보면 마음이 풀릴 때도 있다. 눈물도 흘려도 된다. 마음속의 짐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지리라.
선우야. 많이 힘들지? 힘들게 돈 벌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나처럼, 너도 초등학교 3학년이 겪고 있는 문제들로 힘들고 지치지? 이사 오고 전학 와서 많이 외롭지?
너도, 나도 참 힘들구나. 아빠랑 같이 투정도 부리고, 서로 위로도 해 주고 그렇게 살아가자.
너와 내게 한마디 하고 싶다.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