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말 2. <올리브 키터리지>
올리브는 생이 그녀가 ‘큰 기쁨’과 ‘작은 기쁨’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큰 기쁨은 결혼이나 아이처럼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일이지만 여기에는 위험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해류가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작은 기쁨도 필요한 것이다. 브래들리스의 친절한 점원이나, 내 커피 취향을 알고 있는 던킨 도너츠의 여종업원처럼.
<올리브 키터리지>는 과거 초등학교 교사였던 ‘올리브’와 바닷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들은 모두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하다. 남에게 굳이 알리고 싶지 않은 어두운 면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짙은 어두움이 세찬 밀물처럼 밀려올 때, 이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소설 밖.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곳을 살펴보자. 세상은 점점 냉혹해지고, 우리 같은 평범한 이에게 더 이상 베풀어 줄 아량이 없어 보인다. 여기에서 우리의 선택은 많지 않다.
일확천금을 기대하며 매주 습관적으로 사는 로또. 안정된 월급과 생활을 위해 계속 문을 두드리는 이직. 아이를 편하게 학교 보낼 수 있고, 차를 안전하게 주차할 수 있는, 교통이 편리한 고층 아파트. 그것도 아니면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이 필요한 해외 여행, 스킨스쿠버 등의 버킷리스트. 이외에도 가슴 깊이 각인된 간절한 소망이 있다. 소설에서 말하는 ‘큰 기쁨’을 우리는 찾고 찾는다.
그렇지만 한 가지 법칙이 있음을 조만간 깨닫게 된다. 기쁨 뒤에는 언제나 슬픔이 찾아온다는 현실. 그리고선 다시 이같은 기쁨을 맛보기 위해 몇 달, 몇 년, 혹은 그 이상을 기다리고 찾는다. 하지만 바라던 큰 기쁨을 만나지 못하고 계속 힘겨움에 헐떡거린다면... 그 삶은 어떻게 보답받을 수 있을까.
다시 소설 안으로 들어가 보자.
어릴 때 폭우가 온 다음 비포장도로를 걷다가 빗물이 고인 곳에서 동전을 주우면 그런 기분이 들곤 했다. 그렇게 주운 25센트 백동화는 엄청나게 커 보였고 마법의 동전 같았다. -138쪽
올리브는 앞으로 몸을 숙여 창밖을 내다보았다. 다정하고 연한 구름, 새파란 하늘, 풋풋한 연둣빛 들판, 광활한 바다, 높은 곳에서 보니 모든 것이 경이롭고 경탄스러울 뿐이었다. 희망이 무엇인지 기억났다. 이것이 희망이었다. -364쪽
매일 아침 강변에서 오락가락하는 사이, 다시 봄이 왔다. 어리석고 어리석은 봄이, 조그만 새순을 싹틔우면서. 그리고 해를 거듭할수록 정말 견딜 수 없는 것은 그런 봄이 오면 기쁘다는 점이었다. -461쪽
올리브가 발견한 것은 ‘작은 기쁨’이었다. 그 기쁨 때문에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었다. 우리 주위에는 어떤 작은 기쁨이 있을까.
자주 찾는 동네책방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한 권 남은 특별판을 득템했을 때, 당장 필요한 물건을 중고마켓에서 적당한 가격에 구입했을 때, 십여 년만에 우연히 만난 지인으로부터 잘 살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응원하는 프로야구팀이 끝내기 홈런으로 극적 승리했을 때, 지나온 삶을 돌아봤는데 특별한 건 없어도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을 때...
이런 때, 때, 때.... 곳곳에 숨어있는 이런 때가 작은 기쁨 아닐까. 이 기쁨은 숨 막히는 세상에서 잠깐이라도 숨 쉴 수 있는 신선한 산소가 될 것이다. 자. 어디 있을까. 오늘 내가 만날 작은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