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중반에서 나를 돌아보다
얼마 전, 가족들과 함께 <인사이드 아웃2>를 보았다. 1편만큼이나 재미있었다. 사춘기에 막 접어든 13살 라일리의 마음 상태와 그에 따른 행동을 어찌나 그리 잘 묘사했는지. 초등 6학년인 아들도 영화에 매료되었다. “진짜 나랑 똑같아!”를 남발하면서. 며칠이 지났을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 영화가 어쩌면 내 얘기일 수도 있겠는데? 근데, 난 40대잖아?’
영화 속 갈팡질팡하던 주인공과 나의 모습이 생뚱맞게 겹쳐왔다. 남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 항상 신경쓰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함부로 버럭하는, 도무지 해소되지 않는 불안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그게 바로 라일리였고, 나의 지금 모습이었다. 흔히 말하는 사춘기를 지나는 청소년과 닮았다. 사춘기야 짧게는 몇 년만에 끝나고, 철이 들면 자연스레 없어진다. 그런데 난 몇 년째 이 모습으로 살고 있다니.
사실, 사춘기라 명명하기에 웃픈(웃기고 슬픈) 나의 증상을 나만 인식한 것은 아니다. 아내와 아들도 순간마다 나의 이런 행동들을 지적했다. 그리고 제발 바꿔 줄 것을 주문했다. 나 역시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여러 노력을 했다. 읽기만 해도 당장 삶이 행복해질 것 같은 심리학 책을 몇 권 읽었다. 그다지 큰 성과는 없었다.
뭐라도 해야겠기에 최후의 보루인 정신과 병원도 찾았다. 친절한 의사 선생님과의 상담과 약의 힘으로 어느 정도 증상이 완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스트레스를 받자 사춘기는 다시 시작되었다. 불안과 분노로 삶이 채워지고 있었다. 언제부턴가는 ‘난 원래 이래!’라며 뻔뻔하게 자기합리화를 하기도 했다. 이런 증상은 올해가 절정이었다. 하는 일이 바빠지면서 최소한이나마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치는 경우까지 있었다.
다행히 요즘은 많이 완화되었다. 이 증상이 다시 증폭되기 전에(영화 속 버럭이와 불안이가 내 머릿속 조종대를 잡기 전에) 객관적으로 나를 돌아보고, 나를 살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그 다짐이 옅어지기 전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난 인생의 ‘사춘기’를 다시 지나고 있는지 모른다. 아니, 좀 괴상하지만 ‘사십춘기’라 부르겠다. 이 사십춘기를 겪고 있는 나를 위해 이 글을 쓴다. 때로는 퍽퍽한 삶에 대한 푸념, 누군가에 대한 짙은 원망,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자책도 쓸지 모른다. 고작 나까지 세 명인 가족에 대한 가볍지 않은 책임감과 변하지 않는 나의 아집도 적힐지 모른다.
확실한 건 이 글을 쓰며 내가 나의 모습을 잘 관찰했으면 한다. 무엇보다 사십춘기를 통해 조금 더 의젓한 어른으로 커나가길 소망한다. 한 가지 희망이 있다.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는 것. 나의 삶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