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펴자

낭만사전 #12 돛단배 / 그래 가 보는 거야!

by Philip Lee

언젠가 돛단배를 본 적 있다. 조그마한 강어귀에 매어 있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돛단배는 아니다. 돛이 없었다. 돛이 걸려 있었을 나무만 황망히 서 있었다. 배는 더 이상 배가 아니었다. 배로서의 역할을 더 이상 하지 못하는 한낱 조형물일 뿐.


12.돛단배.png


강 이편에서 저편으로 사람을 실어 나르는 때도 있었겠지. 중요한 물건을 싣고 운반하는 중요한 업무도 담당했겠지.... 시원한 바람에 부풀은 하얀 돛을 내세우며 검푸른 강물을 오르내렸을 저 배... 지금은 조그마한 밧줄 하나에 겨우 의지해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왠지 처량했다.


갑자기 나를 확인해 본다. 내 마음엔 과연 돛이 있나... 세상 풍파에 찢기고 해어져버린 내 돛. 더 이상 돛을 쓸 수 없는 건 아닌가... 이젠 꿈과 희망을 찾아 멋지게 항해하는 게 아니라 꾸역꾸역 하루하루 버텨가는 게 내 모습은 아닌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활짝 펼쳐진 돛. 돛을 다시금 꺼내 본다. 꼬깃꼬깃 접힌 그 돛을 다시 펴서 내 마음의 중심에 둔다. 예전처럼 빨리 갈 수는 없어도, 예전처럼 멀리 갈 수는 없어도 그저 가기만 하면 괜찮지 않을까. 내 마음의 돛을 달고 다시금 인생의 항해를 한다면 그걸로 괜찮지 않을까.


다시 돛을 펴자.


순간의 spotlight
그 선을 따라
별을 찾아
떠나가려해

이젠 돛을 올리고
바람을 타고
미지의 오늘에 나를 띄워
미지의 오늘에 나를 띄워
- spotlight (데이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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