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모임에만 있는 것

모임의 드나듦과 부침, 구구절절한 고개를 너머

by 빛율

영어 모임에는 그런 것들이 있다.

새로운 언어와 문화, 만남, 기대, 꿈, 연결, 설렘, 배움, 나눔, 성장, 관심, 에너지.


그리고 이런 것들도 있다.

부담감, 불편함, 귀찮음, 불만족, 책임감, 불확실성, 예측불가능성.


열린 모임이다 보니 사람들이 드나든다.

만남과 이별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그게 늘 안 쉽다.

영어 실력 부족, 육아관이나 영어 노출 방법에 대한 의견 차이 등으로 떠나간 사람들도 있고,

그 자리는 언제나 새로운 사람들과 에너지로 채워졌다.


마음 한편에 미안함, 불편함, 서운함 등이 뒤섞인 마음에

한동안 남몰래 앓기도 했다.


리더로서 다른 모임원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게 조심스러워서

늘 이전과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상세한 회칙을 만들어 알리는 형태로 마무리를 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기대고 싶은 마음을 접었다.

운영은 온전히 혼자 하는 것이었다.

품앗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모두를 리더로 세우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다.

'주도성'을 이끌어내는 것에도 많은 에너지가 들었다.

대상은 육아와 일로 시간과 에너지가 늘 부족한 엄마들이다.

나 역시 그렇다.


퀭-해진 채로 모임에 대한 생각이 종일 떠나지 않을 때마다 불쑥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지?'

'대체 무엇을 위해, 아무 수익도 없이, 평화로워야 할 육아휴직 기간에 이렇게 내 모든 에너지를 쏟아가며 고민하고 있는 거지?'

'그냥 편하게 고요하게 혼자 영어 육아하는 게 훨씬 나은 거 아닐까?'


답을 찾지 못했다. 그저 '영어'라는 새로운 언어가 주는 에너지가 사실 다였다.

지칠 때마다 모임에 대해서 완전히 잊어버리고 생활했다.

그러면 또다시 새로운 아이디어와 동기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공부를 해나가고 모임 경험이 쌓여갈수록 이제 어떤 회원들을 받고 싶은지 확실한 기준이 생기기 시작했다.


1. 영어 실력을 떠나 영어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과 못해도 일단 말해보는 자신감이 있을 것.

2. 아이에게 영어육아를 하는 이유가 막연한 불안감이나 남들보다 앞서 가게 하고 싶은 욕심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기보다 설렘과 기대감 같은 긍정적인 동기일 것.

3. 영어에 대한 감정이 긍정적이어서 아이들에게 영어라는 언어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심어줄 수 있는 부모일 것.


그리고 모임을 계속해나가면서 점점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가기도 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내 발음이 부끄러워지는 순간도 있었고, 계속 갖다 쓰는 표현들에 밑천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대 새롭고 트렌디한 표현을 쓰고 싶어지기도 했다. 끝없이 부족함을 느끼게 하는 게 언어 공부인 것 같다.


그래도 모임 덕분에 거의 매일 영어로 생각하고 쓰고 말하고 있다. 영어로 꿈도 꾸고 생각을 영어로 이어나갈 때도 있다. 그런데 머리가 자주 아프다.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쓰게 하는 바이링구얼이 정말 좋은 게 맞을까?'

'내 아이를 굳이 바이링구얼로 키울 필요가 있나?'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다시 한번 확신했다. 내 아이는 이렇게 힘들지 않게, 바이링구얼처럼 모국어를 사용할 때와 같은 뇌의 작용으로 수월하게 두 언어를 오가기를 바라게 되었다. 나처럼 피곤하지 않게, 어렵지 않게 세상으로 나아가렴. 연결되렴. 꿈을 펼치렴.


훗날 내 아이가 이 글을 통해 엄마의 노력과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본다면, 엄마가 두 개의 언어의 방을 만들어주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생각하기보다 얼마나 설레고 도전이 되고 행복했는지를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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