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wing Together in Harmony ✨
그들의 음악을 어떤 장르라고 규정하긴 힘들었지만 모든 사람들이 넋을 잃어가고 있었다. 록보다 강렬했고, 재즈보다 자유로웠으며, 클래식보다 품위 있었고, 훵크보다 리드미컬했다.
서로의 음이 달랐지만 잘못 부르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마치 화음 같았다.
-<엇박자 D>, 김중혁
"원래 이렇게 정신이 없어?"
오랜만에 모임에 온 내편이 물었다.
"아이들은 원래 그래. 살아 있잖아! 오늘은 엄청 집중이 잘 된 편인데? 책 읽어주는 동안 아무도 뛰어나가지 않고 자리를 지켰잖아! 놀라워. 매회 점점 나아지고 있어!!"
내편을 위한 쉬는 시간을 만들어준 지 한 달, 아이와 단둘이 갈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자발적으로 모임에 함께해 주는 그다. 기타까지 들고서!
나 혼자만의 서투른 우쿨렐레 연주를 서포트하는 든든한 내 인생의 베이스!
꿈꾸던 가족들의 주말 영어 모임이 현실이 되었다. 가끔 이게 꿈인가 생신가 싶다.
우리 모임은 뭘까?
문화센터 수업 같기도 하고, 영어 회화 모임 같기도 하고, 교회 모임 같기도 하고, 아기들을 위한 작은 음악 놀이터 같기도 하다. 부모들의 재능 기부와 나눔으로 만들어가는 우리는 부모들의 영어 품앗이 모임!
이번 주에는 회원 분들의 제안으로 다가오는 부활절을 맞이하여 달걀 꾸미기와 Easter Egg hunt 활동을 했다. 우쿨렐레와 기타 반주로 영어 노래 "If you're happy and you know it"을 부르며 신나게 몸을 움직이고, "London bridge" 노래와 "동대문 남대문" 노래를 부르며 까르르까르르 웃으며 공동체 놀이를 했다. 그리고 Easter egg hunt와 관련된 책을 원어민의 실감 나는 Reading으로 읽고 다 같이 달걀을 꾸몄다. (책을 읽어 줄 때마다 방청객을 능가하는 부모님들의 실감 나는 반응이 어찌나 웃기는지 아이들도 신기해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에그 셰이커 등의 음악 놀이와 신체 놀이, 색칠하고 스티커 붙이기 등의 조작활동이 어우러지니 지루해할 새 없이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 한 시간이면 이 모든 활동이 충분하고도 넘친다!
모임이 예상 밖으로 계속 커지고 있어서 회칙을 정리했다. 당분간은 모임원 모집을 하지 않거나, 월 1회 한꺼번에 새 멤버를 초대하는 방식이 낫겠다고 이야기를 나눴다. 육아 크루의 모집글은 이제 내리기로 했다. 간단한 카드뉴스로 회칙의 중요한 부분만 정리해서 우리 모임을 소개하는 명함을 만들어봐야겠다.
난 뭘 하고 있는 거지?
가끔 내가 작은 학교를 만들고 있는 건가 생각할 때가 있다. 집에 있는 온갖 놀잇감과 악기들을 챙기면서는 수업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해야 되는 일을 할 때에는 버겁기도 했는데, 이렇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하니 어찌나 재밌는지! 역시나 적성에 맞다고 생각하면서.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서 가능성과 재능을 발견하고 끌어내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고 행복하며 의미 있는 일인지도 생각하면서. 교사가 학폭이나 민원 걱정 없이 수업만 즐겁게 준비할 수 있는 학교라면 당장에 달려갈 텐데! 그 꿈도 이루어지려나. 꿈속에서라도?
오늘은 브라질 출신의 동네 엄마가 새로 모임에 나왔다. 좋은 에너지를 지닌 선량한 엄마와 아이가 오면 모임이 더욱 빛이 난다.
모임이 끝나고 아이는 언제나 낮잠을 서너 시간씩 잔다. 얼마나 피곤했는지, 자극이 많았는지를 알 수 있다. 다녀와서 모임 내내 아이만을 위해 집중해주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해서 한참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몸으로 스킨십하며 오래 놀아준다. 모임에서는 여러 이들을 살피고 진행에 신경 쓰느라 정작 내 아이를 못 챙긴다며 내 편은 볼멘소리다. 사람들이 찍은 사진과 영상에서의 내가 내 아이와 늘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가 모임에서 젖을 찾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엄마를 내내 찾고 있었다면서.. 엄마가 보고 싶었겠구나, 아빠가 있다고 믿고 너를 외롭게 그 카오스 속에 던져두고 있구나, 나 혼자만 만족감을 얻기 위해 모임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내 아이와 함께 보내는데 더 집중하려면 모임이 더 작아야 하고, 돌아가면서 진행의 부담을 나누는 진정한 품앗이 모임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어요."
"또래들과 어울려 놀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음식이 다 너무 맛있고, 날씨도 분위기도 너무 좋았어요."
내겐 모임을 한 이래로 가장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모임이었는데, 내 아이에게도 그랬을까? 나는 아이에게 가장 자연스럽게 영어를 경험하게 하기 위해 이 모임을 하고 있다. 아이는 또래 혹은 언니 오빠들과의 활동 속에서 커가는 것이 보인다. 내 아이만을 위해서라면 보물찾기 같은 활동도 아직 이르다며 시도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언니 오빠들이 하는 걸 보면서 따라서 곧잘 해내며 즐겼다. 내가 다양한 연령대가 뒤섞인 모임을 꿈꿨던 이유도 그렇다. 같은 또래만 모이면 부모는 끊임없이 비교하게 된다. 다양함 속에 자유로움이 있다.
모임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받기 위한 과정은 꽤나 시간과 에너지, 페이퍼워크를 필요로 하고 있지만 선정 결과가 나올 5월 초까지는 이 자유로운 정적을 마음껏 즐기며 홀가분하게 모임원들과 봄의 피크닉을 즐기고 싶다.
미세먼지가 가득하고, 곳곳이 불타오르는 이다지도 삭막하고 이상한 봄날 가운데에서. 아이와 어떤 모양으로 살아가는 게 좋을지를 고민하면서. 한 달에 두 번, 이렇게 가끔은 이렇게 완전히 세상 시름을 잊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 속에 우리 가족을 오롯이 놓아두는 이 정겨운 작당을 한 나 자신, 매우 칭찬해! 지지해 주기로 결정해 준 내편, 고마워요! 모임 속에 버려두며 강하게 크고 있는 우리 아가, 영어로 말해주면 이제 재밌어하며 따라 하기 시작하는 우리 딸! 거부에서 환영으로, 재미로 나아가며 엄마를 성장시켜 줘서 고마워! 기특해!!
Family Language Learning
이 원서를 5월부터 매주 화, 목 2시에 1시간 동안 함께 소리 내어 읽고 책대화를 나누는 영어 모임을 열어볼까 한다. 컬컴 가산점에서! 우리 모임 내에서만 함께할 사람을 찾으려다 보니 계속 미루게 되어서 결심했다. 좀 더 넓은 네트워킹 베이스를 하나 찾게 되었으니, 이 공간을 적극 활용해서 미뤄둔 책들을 느리더라도 제대로 읽고 완독 하며 모임의 방향과 내 영어 육아의 방향에 영감을 얻고 싶다.
'지금 일하는 거야, 쉬는 거야?'
'귀찮게 뭐 하러 그런 걸 해?'
'혼자 하는 게 제일 편하고 효율적일 텐데?'
'또 사서 고생하고 있구먼.'
'실속 없기는.'
그런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이렇게 되돌려주기 위해 나는 오늘도 시시콜콜한 모임 일기를 쓴다.
"Alone we can do so little; together we can do so much." – Helen Kel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