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t go wrong with it. 이게 최선이에요.
"미국에선 공짜가 없어요. 도움을 받았으면 돈을 내죠."
"유료화하세요. 그래야 걸러져요. 진짜 할 사람들만 남죠."
"모임에 쏟을 시간을 내 가족과 아이에게 쓰세요."
엄마들의 불안으로 증식하는 맘케터들의 모임과 콘텐츠를
무급자로서 버겁게 소비하면서 생각했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때 모임을 유료화하라는 조언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불편했지만 "No problem!"을 외쳐 주시는 모임원분들의 힘을 얻어
가입비 규약을 만들었다.
회비는 고작 만원.
그리고 나도 냈다.
연말 크리스마스 파티 모임 등의 대관비나
아이들을 위한 재료비 등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자본주의사회야. 돈이 최고야."
"사업가적 마인드, 돈 버는 마인드가 너무 없는 거 아니야? 혼자 다른 세상에 살아?"
"신랑은 허리띠 졸라맨다고 오트밀로만 점심 해결하는데 너는 뭐 하고 있는 거야?"
제대로 하면 돈을 벌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조금만 더 힘쓰면 작은 유료 놀이 모임을 모집해 여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런데 나는 뭐가 이렇게 걸리고 불편할까?
스스로가 참 답답한 시간들이었다.
엄빠 등골 뽑아먹는 영어 사교육에 구역질이 나서 이 모임을 만들었다.
엄마들끼리도 할 수 있다고, 서로 돕자고.
그런데 내가 엄마들 돈을 편히 받을 수가 없었다.
영어 유치원, 유학 비용 아껴서 엄빠 노후에 보태자고.
지금 좀 더 사람답게 살자고. 그래서 우리 모인 거 아닐까.
영어는 교육불평등의 핵심에 있다.
그래서 강남 대치동 엄마가 모임을 신청했을 때 주저했다.
영어 유치원이나 유학이나 많은 영어 사교육에 이 모임이 더 거들뿐이라면,
나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싶어서.
그런 내 선입견에 죄송한 마음이 들면서도 기꺼이 두 팔 벌려 환영하지 못했던 자신이
꽤나 당황스럽고 난감하기도 했다.
모임 모집을 내렸다.
가입 문의와 초대에 드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새 멤버가 들지 않으니 일부 모임원들의 참여가 줄고 분위기가 조금 늘어지고 있기도 하다.
곧 우수학습동아리로 선정되면
월 1회 모임을 비회원에게도 열어
미취학 아동 엄마와 아이들의 즐거운 무료 영어 놀이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그땐 영어로 소통이 어려운 엄마가 찾아와도 우리 회원 모두가 불편함이 없이 우리가 나눈 것들을 또 기쁘게 나눌 수 있겠지.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며 내 아이가, 우리 아이들이 자랄 것이다.
엄마가 좋아하는 일을 기쁘게 나누며 서로가 더 많이 가져가는 모습을,
그렇지 않아도 여전히 기쁘고 충만한 엄마의 뒷모습을.
아주 오래전, 국어 교과서에서였다.
'영어 사교육비'를 주제로 한 논설문 속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해야 한다' 주장을 아주 낯설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이 있나? 너무나 부자연스러운 것 아닌가? 영어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서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해야 한다니?
그런데 지금, 바이링구얼 육아, 영어 육아가 육아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자발적으로 영어를 공부하고 아이와 영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MZ 엄마들이
아래로부터 이중언어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단일 민족 단일 문화의 신화가 깨어진 지 오래인 다문화시대에 살아가면서도
단일 모국어에 대한 빗장은 굳건히 열리지 않고 있었다.
바로 곁에 중국어 등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이웃이 즐비하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다.
다양한 부족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아프리카 부족들은
각자의 부족어로 서로 소통을 하지만
우리는 한국어로만 소통하며 단일 언어를 사용하기를 고집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한국 사회에서 아이에게 영어로 말을 거는 엄마들을 보며
기이하다며 조롱하기도 하지만,
이런 흐름이 사교육을 더욱 조장할 것인지, 축소해 나갈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또 한편에서는 엄마들의 영어 공부를 위한 많은 영어 사교육시장이 또 흥행하고 있다.
부모들에게 되려 피곤한 일이 되고 있지 않은지 의심스럽기도 했다.
제대로 해 먹고 제대로 키우는 일만 배워서 사람답게 살아내기도 바쁜 하루 속에
영어 공부까지 더해지니 하루하루가 너무나 바쁘고 버거운 날들도 있었다.
여행이나 유학, 이민, 취직 등의 이유가 아니고서는
영어로 말하기를 꾸준히 연습할 당위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한마디로 어색하다. 스스로가.
엄마가 이 단일언어 사회 속에서 너에게 영어로 계속 말을 걸어주고 있는 이 상황을
어린 네가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서 걱정했다.
언어는 곧 문화와 정서인데 아이가 어떤 문화적 정체성을 가지고
어린 시절을 회상할 때 어떻게 기억할지에 대해서 특히 고민했다.
아이가 수시로 영어 마더구스를 흥얼거릴 때 특히 그랬다.
기특하기도 하면서 나처럼 어린 시절을 떠올릴 때 위안과 힘이 되는
좋은 한국어 노래를 더 많이 들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한 달 정도 영어로 말 걸어주기를 멈추었던 것 같다.
무료 베일리 검사를 하고 나서 한국어로 '위, 아래, 안, 밖'도 아직 제대로 모르는 아이에게
영어로 말해주고 있었구나. 필수적인 한국어에 더욱더 집중해야겠다고.
좀 더 다양하고 풍부한 모국어 환경을 주는데 더 성심을 다했다.
가랑비 옷 젖듯 노래를 통해 언어가 젖어드는지
아이는 들은 지 한참 된 영어 노래도 기억해서 혼자 부르고
영어 단어를 말해주면 바로 따라 한다.
나와 아이는 재밌어서 듣고 재밌게 불렀다.
영어 거부의 시기가 지났다.
22개월부터 두세 달이었다.
거부는 영어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한국어든 영어든 마찬가지다.
아이는 자기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 책장을 덮는다.
엄마가 너무 줄줄 책만 읽으려 하거나 지식을 주입하는 식의 책 읽기를 하면
아이는 당연히 과부하가 와서 멈춰 서려한다.
요즘 아이는 취향책을 찾았다.
스스로 가져와서 계속 읽어달라고 하고 끝까지 읽는다.
바이링구얼 영어 육아를 잘못 이해하면
계속 말을 들려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아주 원어민스럽게, 빠르게 엄마 마음대로 떠들어대기 쉽다, 나처럼.
아이의 특성에 따라 그건 틀릴 수 있다.
우리 아이처럼 조심성이 많고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아이의 경우 특히 그렇다.
이해하지 못하고 답답하니 거부할 수밖에 없다.
한 개의 단어씩 알려주고 이해할 수 있도록 천천히 또박또박
반복해서 하나씩만 말해주니 훨씬 편안해했다.
요즘 한창 "이게 뭐야?"라고 물어보는 26개월의 아이에게
한국어로 단어를 말해주면서 영어 단어도 덧붙여 말해주고 있다.
다양한 영어 교육서들을 보더라도
내 아이에게 시도해 보고 가장 편안한 방법을 지속하면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단 하나의 옳은 방법이 없는 언어 습득의 과정.
어떤 엄마가 그랬다.
"우리 모임은 아이들보다 엄마들이 좋아서 하는 것 같아요."
"맞아요. 엄마표 영어- 엄마 혼자 하는 영어, 쉽게 지치고 불안하잖아요. 내가 잘 가고 있는지."
"이렇게라도 가끔씩 만나서 어려움도 나누고, 동기도 얻고, 서로 격려도 하면서 지속할 힘을 얻는 거죠."
진짜다.
또 유명한 영어 교육 인플루언서들에게 조언을 얻고, 비용을 내서 컨설팅을 받으면
헤매지 않고 덜 불안해하면서 잘 갈 수 있겠지.
엄마들은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시작한 엄마표 영어의 컨설팅으로
또 다른 돈을 쓰고 있었다.
그렇게 의존하면 끝이 있을까? 정말 어떤 종류의 사교육에도 끝은 없다.
피아노를 외주 줘서 학원에 보내기 시작하면,
한글도, 영어도, 수영도, 태권도도, 영어도, 수학도, 독서도..
모든 것을 외주 주고 나면, 엄마는 외주 준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기 위해 정보를 모으고,
아이의 시간표를 짜면서 '내 삶은 뭔가.. 또 내 아이의 삶은 뭔가..' 현타가 온다.
프로그램 없이는 못 사는, 스스로 하루를 지어내지 못하는 어른으로 키울 수밖에 없다.
끝없이 자극을 좇아 돈을 쓰며 시간과 경험을 소비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내 삶에 주체적이지 못한, 의존적인 인간.
스스로의 일상을 일구는 능력, 조용히 책 읽고 자신의 생각과 흥미에 오래 집중하며,
물음을 만들어내고 오래 붙들고 늘어지는 인간으로 자라기는 어렵다.
나는 영어권 체류 경험이 없다. 학교 영어만 열심히 했고, 원어민 친구를 사귀면서 영어입이 조금 트인 정도다.
말하기와 쓰기의 표현언어가 듣기와 읽기의 이해 언어보다 훨씬 더 편안한, 한국에서는 좀 특이한 케이스다.
진심 영어가 좋아서 시작했지만 영어 교육 관련 정보는 너무 몰랐다.
심지어 그 유명한 '노부영'이 유명한 영어 강사 '이부영'인 줄 알았을 정도였다.
나는 별다른 사교육 없이 영어를 너무 좋아해서 수능 영어 1등급을 받았다.
그리고 원어민을 보면 두려움 없이 말을 걸고 친구를 쉽게 만들었다.
그래서 아이가 훗날 영어에 쏟을 시간을 줄여준다는 명분으로 바이링구얼 육아를 하기에
나는 분명한 한계를 느꼈다. 그건 아이 몫이다. 힘들지만 사실 하려면 한다.
수능이 언어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지 않는가?
아이의 학습량을 쪼개어 미리 부담을 덜어주고 싶어서라면 나는 지속할 수 없다.
내가 주고 싶은 건 뭘까? 모국어와 동등한 영어의 방? 엄마도 못 가진 유창한 발음?
2개의 언어로 사고하는 것의 유리함과 불리함, 피로함과 유용함 사이를 끝없이 저울질하기를 멈추고,
결심하고 지속해야 한다. 엄마의 당위와 목적으로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
영어 모임을 시작하고 영어 사교육 시장의 정보를 조금씩 알게 되면서
막연히 불안한 마음에 영어 스터디를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컬컴까지 가입하게 되었고 일상에 과부하가 왔다.
여름이 오면 월 2회 영어 모임 외의 일정을 최소화하고
가족과의 자연 속 자유로운 시간을 더 많이 보내면서
사진만 남기는, 진짜에 닿지 못하는, 일회적인 체험 위주의 시간들을 줄이는 대신에
아이가 자기 안의 흥미를 좇아 책이나 자연, 사람이나 동물, 식물을
자기만의 호흡으로 오래 들여다보고 탐구하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어주어야겠다.
차라리 더 오래 아이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야겠다.
프로그램 속에, 만들어진 놀이 속에 너무 오래 아이를 두지 말아야겠다.
어른도 이렇게 피곤한데, 아이들은 얼마나 피곤할까.
시간이 정해진 의도된 어른 주도의 놀이 활동은 아이들의 집중 시간을 더 짧게 하고
탐구하고자 하는 본능이 사라지고
수업 규칙과 규율에 너무 일찍 익숙해지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는 사회화 과정을
너무 빨리 겪게 되는 것으로 관찰된다.
할 수만 있다면, 책 읽고 글 쓰며 '사유의 깊이'를 더해가고
학교에서 모두 잘하기를 강요받고 비교당하며 완벽하게 불완전한 웃자란 어른으로 자라게 하기보다
자신의 삶을 만들어나가며 '창직'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하나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다운 삶을 사는 사람으로 커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호구냐는 얘기 참 많이 듣고 살았다. 실속 없고, 자기 거 못 챙기고.
그게 꽤나 아팠다. 다르게 살아보려 했지만 잘 안 됐다.
이제 보니 많이 받고 살아서 그렇다. 장학금도 많이 받았고, 사회에서 참 많이 받았다.
특히 우리 아빠는 내게 어른김장하만큼 멋있는 사람이다.
아빠는 아낌없이 기쁘게 나누며 검소하게 사는 삶을 보여주셨다.
나는 이제 '자발적 호구'로 다시 기쁘게 살기로 했다.
계산하고 바라고 자책하는 일, 어렵고 피곤하다.
이제 보니 그냥 좋아서 나누다 보면 뭔가 더 좋은 게 오겠지라는 기대를 버리지 못한,
미완성형 어른이었기에 괴로웠던 것이었다.
"줬으면 그만이지."
길을 찾았다. 진짜 어른 김장하 님 덕분에.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우리 아빠처럼 살면 된다. 나이 들어도 진짜 멋지게.
- 선순환이 되면 공동체가 아름다워진다. 136p
- 대가 없는 나눔, 간섭 없는 지원, 바라는 것도 없고 기대할 것도 없는 보시. 330p
- 내가 산이 참 좋다고 했을 때 산이 나에게 뭘 해주기를 바라지 않듯, 내가 꽃이 참 참 예쁘다고 했을 때 꽃이 나에게 뭘 해주기를 바라지 않듯, 사람도 그 상대방 자체를 인정하고 대가를 바라지 않으면 아무런 갈등도, 괴로워할 일도 없다는 것이다. 331p
- 무주상보시 – 집착 없이 베푸는 보시 331p
- <줬으면 그만이지>, 김주안 중에서
"No strings attached."
"Giving without expecting anything in return."
"Just give and forget."
영어 모임 고민이 내 삶에 대한 고민으로, 모임 철학을 세우는 일이 내 삶을 세우는 일로 나아가고 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로 나를 찾아가고 있다.
나는 이 모임에서 이미 너무 많이 받았다.
그러니 이제 진짜 제대로 나누어야겠다.
그동안 너무나 나를 아꼈다.
내 가족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기꺼이 나눌 수 있을 만큼 나를 채우는 사람이 되어야지.
오늘 어린이집 가족 봄소풍에서 "아이가 나누는 걸 참 좋아하나 봐요."라는 어느 엄마의 말에서,
아이가 참 잘 자라고 있구나, 내가 아이에게서 배워야겠구나, 생각했다.
그래, 엄마도 너처럼 살아갈게, 아주 조금씩.
그러려면 나눌만한 거리들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해.
내 안의 것이 차고 넘쳐서 흘러가야 해.
자신에게 더 오래 집중해야 해.
카톡을 매일, 수시로 확인하는 습관을 버리고
내가 원할 때 연결되는 삶을 살고 싶다.
자꾸만 새어나가는 관심과 시간.
잡아두자.
글쓰기를 몇 주 쉬었더니, 참 말 많다.
싹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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