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도서관 모임
원래 글은 가까운 사람들이 모르게 쓰는 거거든요.
그런데 제가 금기를 깼어요.
가족이 제 글을 계속 읽고 있다고 생각하면 아마 저는 글을 못썼을 거예요.
모임원들에게 이 브런치를 공유하고 나서 몇몇의 구독자가 생기고 나니 되려 글쓰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는 그 구독의 의미를 응원과 동의, 지지로 이해하고 운영과 글쓰기에 힘을 얻고 있습니다.
다시 힘을 내어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아이를 사람 속에서 키우고 싶어요.
따뜻한 공동체. 시끄럽게 오가는 정. 북적대는 온기 속에서.
나이가 들수록, 결혼 후 정련된 관계들 속에서
그런 공동체가 참 귀해졌습니다.
교회나 종교 공동체처럼 자발적인 봉사를 통해 만들어가는 공동체에 속하는 일이 가장 쉬운 것 같다며 늦은 나이에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시는 분들도 봤어요.
저는 그러지는 못해요.
작은 도서관과 같이 사회 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이끄시는 작은 뜨개 모임에 나가거나,
제가 함께 글 쓰는 전국구 모임을 온라인으로 붙들고 있는 정도가 다입니다.
무조건적인 지지와 응원, 사랑을 보내주는 이들.
사람, 환대, 장소.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기본 요소.
여기에 '건강한 음식과 자연, 책, 음악'이 더해진다면 반드시 좋은 시간이 됩니다.
우리는 '영어'라는 키워드로 만난 가족들입니다.
육아의 방식도 아이들의 월령도, 성별도, 성격도, 부모와 아이의 삶과 배경도 저마다 다릅니다.
자연과 날씨는 변화무쌍하고 야외에서의 모임은 언제나 불확실함을 동반합니다.
그래서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안정적으로 모일 수 있는 공간은 역시
키즈카페입니다.
주말에도 여는 서울형 키즈카페가 많지 않아서
주로 대관의 형태로 프라이빗한 키즈카페를 이용하게 됩니다.
그러면 하루의 만남에 식사까지 5만 원 정도가 듭니다.
수입이 없는 제게 그리 가볍지 않은 만남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돈 안 드는 공간에서 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책과 사람이 있는 곳, 도서관은 무조건 조용히 해야 한다는 금기를 깼습니다.
사서님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노래도 부르고 연주도 하고 놀이도 할 수 있습니다.
'영어 도서관'에서의 첫 '영어 동아리'이기에 이토록 많은 배려와 환대를 받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도서관에만 오면 항상 신나는 일이 생겨!'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노래하고 놀이하고 책 읽고 엄마들끼리 수다도 떨면서 공동 육아를 합니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제가 원어민들과 영어 전문직이나 선생님들 앞에서
모임을 이끈다는 것이 사실 여간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나는 영어 발음도 그리 좋지 못하고 영어 말하기도 고급 수준에 미치지 못하며
영어 교육을 전공한 사람도 아닙니다.
하지만 용기를 냅니다.
영어를 못해도 활기차게 영어로 노래를 부르고
우쿨렐레를 못 쳐도 신나게 연주를 합니다.
못해도 당당하게 즐겁게 하는 어른을 보고 자라면
아이들도 그렇게 음악도 영어도 노래도 즐기며 자랄 거라고 믿습니다.
요즘 아이가 등하원길 '개미'에 빠져있습니다.
영어 노래 중에서 이상하게 행진하는 신나는 곡들이 나오면
또다시 틀어달라며 좋아합니다.
"The ants go marching"과 "The Grand Old Duke Of York"같은 노래가 그렇습니다.
왠지 모르게 신이 나는 경쾌한 곡들.
내 아이의 관심사에 맞는 노래와 주제, 책을 선정해
모임을 준비하는 시간은 정말이지 너무나 행복합니다.
내 아이만을 위한 수업.
집에서는 그렇게 1시간 동안 내 아이만을 위한 공연,
내 아이만을 위한 수업을 해주지 못합니다.
언제나 집안일들, 먹고 치우는 일, 씻는 일 등에
함께 노는 일은 미루어집니다.
그렇게 정성과 사랑으로 준비한 모임에서
다른 아이들과 엄마들도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면
안 먹어도 배부를 정도의 에너지를 얻습니다.
그런 기회를 모두에게 나누기로 했습니다.
모임이 만들어지고 6개월. 이제 진짜 품앗이 형태로
돌아가면서 모임에서 아주 사소한 재능을 나누어
함께 이끌어나가기로 마음을 모았습니다.
그게 얼마나 든든하고 벅차고 감사한지 모릅니다.
그 과정에서 정기 모임에 참여하지 못하는 회원분들,
온오프 활동이 없는 회원분들을 정리했습니다.
새로운 만남은 언제나 반갑지만
오랜 침묵은 견디기가 어렵고 지치게 합니다.
참여하는 회원들의 소속감을 강화하고
좀 더 친밀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산을 지원받아 월 1회 비회원에게도 모임을 공개하여
우리가 함께 온라인 독서모임과 오프라인 놀이 모임 등을 통해
함께 연구하고 실천한 영어 육아와 관련된 경험을
다른 부모님들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수도권 서남부 공동 영어 육아 모임.
영어 중급자 이상의 부모들과 미취학 아동이
월 2회 토요일 작은 도서관 혹은 평생학습관에서 만납니다.
영어 회화는 초중급이지만 영어로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적극적인 마인드를 갖고 계신 분들도 계십니다.
아이에게 가장 자연스럽게 영어로 소통하는 부모님과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좋은 영어 정서를 심어주기 위해 모였습니다.
어쩌다 보니 원어민 엄마들도 모였습니다.
원어민 엄마들에게도 단일언어 사회에서 한국어에 주로 노출되고 있는 아이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영어로 대화하는 환경을 경험하게 해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혼자 가면 지치는 엄마표 영어의 길을 함께 가는 동지들.
서로의 어려움과 고민을 나누기도 하면서
"Family Language Learning"원서를 온라인으로 주 2회 하원 전 1시간의 짬을 내어
함께 소리 내어 읽고 있습니다.
아이의 오랜 영어 거부와 회피의 시기가 자연스럽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엄마의 두려움과 멈춤의 시간도 지나가고 있습니다.
함께 읽기와 모임 덕분입니다.
엄마가 못하더라도 틀리더라도 열심히 말은 건네다 보면
아이도 못하더라도 틀리더라도 열심히 말을 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난다는 문장에서
큰 힘을 얻고 다시 시작했습니다.
"This humility helps our children ask for help."
-<Family Language Learning>
영어로 질문을 건네면 이제 아이가 웃으면서 한국어로 "응" 합니다.
엄마가 그냥 하는 말과 묻는 말을 구분할 줄 압니다.
긍정적인 대답을 하고 편안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이제 한국어로 대화가 편안하게 오가는 아이는
아마 이제 한국어로 어느 정도 말할 수 있게 되자
영어라는 다른 언어에도 조금 여유로운 마음이 된 것 같아 보입니다.
책이 많아서 따로 더 영어 버전을 들이지 않고
아이가 사랑하는 추피책을 읽어주면서
한 문장씩 영어로 슬쩍 바꾸어 읽어주고 있습니다.
혼자서 한참 그림책을 보고 있기도 하고
차분히 블록으로 기찻길도 만드는 아이를 보니
늘 노래에 맞춰 춤추고 돌아다니는 것만 좋아하던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컸나 싶어 대견하고 고맙습니다.
모든 아이에게는 자기만의 때가 있고
엄마는 환경을 만들고 사랑으로 지켜보며 격려하는 일,
좋은 본보기를 보이는 일이 다입니다.
작고 단단한 모임으로 오래 이어나갈 수 있도록
스스로 내 시간과 에너지를 잘 분배하며
지혜로운 의사결정을 해나갈 수 있기를
초심으로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도하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