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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담 Oct 21. 2023

2-4. 너는 아이니까.

나는 어른이니까.

 아픈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죄인이 된다. 그저 아픔없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 조차 어려운 일이기에 모든 일이 엄마의 잘못같다. 하지만 미안한 마음을 가진다고 늘 좋은 엄마일 수는 없다. 나는 진단을 받고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고민을 했다. 나의 판단은 할 수 있는 한 평범하게 키우는 것이었다. 미안하고 아이가 안쓰럽다고 마냥 오냐오냐 키우는 것이 아니라 힘들더라도 최선을 다해 학업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잘못된 행동은 호되게 혼내고 바로 잡으며 키워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 아들 녀석은 좀처럼 혼나지 않는 법을 모르는 것 같았다. 하지 말란 말은 수십번 해도 큰 소리를 내지 않으면 행동이 멈출 기미가 없고, 기본적인 공부만 하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과 달리 기본적인 공부도 잔머리를 굴리고 대충 하려고 하다보니 여러 번 같은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해서 결국은 감정적인 고성이 터져나와버리곤 한다.


그저 감사하기만 해도 모자란 나의 아들의 존재인데, 부모인 내가, 그것도 나는 어른인데, 감정에 휘둘리는 내 모습에 자괴감마저 든다. 보기에도 아까운 나의 아들에게 조금만 참았더라면 좋았을텐데, 하고 후회를 하기도 잠시 큰 소리를 내며 뛰어가는 아이에게 또 감정을 한껏 넣어 혼을 내버린다. 사실은 아이가 웃고 뛰는 모습을 감사하기도 모자랄 만큼, 아이의 질병은 너무나 무겁기만 한데, 인간이란 동물은 너무나 간사해서 지금의 감정에 휘둘리고 만다.


 늘 아이들이 잠든 밤,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너는 아이니까 그럴 수 있는데. 어른인 나는 좀 더 참을성을 가지고 좀 더 어른스럽게 아이를 보듬어 주어야 한다고. 매일매일 천사와 악마를 넘나드는 내 모습이 참 싫다. 나는 어른이고, 엄마다. 어른이 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엄마가 되어 아이들을 통해 배운다.


다음 날이면 모든 것을 잊고 내 품을 파고들고 사랑한다 말하고, 엄마가 최고라고 이야기 해주는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내일은 더 나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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