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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담 Oct 21. 2023

2-3. 초등학생이 되다

1장 일단락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슬픔을 안은 채 살아가고 있다. 조금씩 나빠질 것이라는 사실에 매일의 성장이 가슴 벅찬 기쁨만으로만 다가오지 못함이 너무나 슬프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고 그 기분을 더 자주 느끼는 기분이다. 어느 날, 아이가 힘없는 목소리로 전화를 해서는 "엄마, 나 다리가 힘들어."라고 한다. 원래는 하교 후 피아노학원을 가는 날이지만 그냥 집에서 쉬기로 했다. 아이를 돌봐주고 있는 엄마에게 전화하니, 울면서 교문을 나오고 있더란다. 그날따라, 아이가 방과후 수업을 마친지가 한참이 지났는데도 하교한다는 키즈콜이 울리지 않아 전화기를 내내 들여다보다 힘들다는 전화에 마음이 쿵 내려앉는다. 아이는 한동안 운동장 계단에서 앉아있었다고 한다.


초등학교에 가기 전, 친구들을 사귀었으면 하는 마음에 태권도를 보냈지만 힘들다는 말을 하는 날이 많아지더니,  점점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을 하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내가 물으니, 엄마에게 말하기 부끄러웠다고 한다. 무엇이 부끄러웠던걸까. 늘 힘들면 힘들다고 하던 아이가 이제는 제 나름 해보려고 노력하며 힘들 때까지 용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 아이 마음 속 깊이를 알 수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매의 눈으로 아이의 자그마한 건강 신호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정신을 집중해볼 뿐.


그럼에도 아이는 늘 해맑고 신이 나 있는 귀여운 존재이다.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충분히 즐거움을 만끽하는 아이의 미소로 나는 살아간다. 2023년 4월에는 처음으로 수중운동을 시작했다. 마음 졸이며 부모대기 공간에 마련된 CCTV 화면을 쳐다보다가 수영장 앞을 기웃거리며 왔다갔다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이가 좀처럼 CCTV에서 보이지 않았다. 수영장을 가서 보아도 구석에서 나오지 않고 계단 근처에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몇 분 뒤, CCTV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행히 봉 같은 것을 잡고 물 속에서 다리를 걷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수영장 쪽에 가보니 아이가 낑낑대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힘들어 보이는데 나를 보더니 함박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어보였다. 늘 그렇게 순수하고 해맑은 웃음을 보인다. 이 모습을 끝없는 기쁨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나의 얼굴에는 늘 어두운 미소가 떠오른다.


어느날은, 아이가 학교에서 달리기를 했다고 한다. 나는 이미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사진을 받아보아서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걱정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다. 그런 나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힘들지 않을 만큼,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왔다고 했다. 우리가 늘 달리기를 하거나, 오래 걷는 날은 자주 괜찮냐고 물어보고, 자주 쉬었다 가자고 잔소리를 하다보니 아이가 눈치를 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딸마저 오빠를 향한 걱정의 말을 하도 듣다보니, 계단을 내려가는 오빠에게 꼭 잡고, 천천히 가라는 말을 한다.


나의 마음과 아이의 마음이 같을 수는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이가 앞으로 겪어갈 당사자로서의 힘듦을 가늠조차 할 수 없기에 감히 나의 힘듦을 논하고자 했던 마음이 부끄럽다. 앞으로 아이가 겪어갈 세상은 힘들지 않을까, 그걸 나는 담담히 잘 지켜보고 아이의 뒤를 받쳐주는 지혜로운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그럼에도 가장 큰 고민 거리였던 초등 입학 시기를 큰 이벤트 없이 무난히 보냈으니, 한 고비가 일단락되었다. 우리는 1장(chapter), 1장의 인생을 잘 보낼 수 있을 것이라, 마음을 다독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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