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통유리창뷰 스벅을 화이트모카 한 잔에 샀다. 아깝지 않다.
요즘은 내가 인생에서 포기할 수 없는 넘버 1이 망해가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재앙은 언제나 내 뜻과 무관하게 일어나는 것이니 이 엿같은 재앙에서 덜 억울한 쪽으로 방향을 틀어 본다.
내 의지가 허용되는 이 작고 귀한 스벅의 화이트모카 한 잔에 순간의 전부를 걸겠다.
적어도 나에겐 고작 그 정도의 자유의지가 있는 것이다.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이라는 책을 (아직도) 읽고 있다. 내용이 무척 흥미로운데도 속도는 안 나는 신기한 소설이다. 내가 입틀막의 대반전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도 그만한게 나오지 않아서 일까?무튼 재밌다.
공공장소에서 소설책을 읽을 땐 내 하찮은 집중력을 고려해 가사를 알아 들을 수 없는 외국노래목록을 재생시킨다.
해서 이 미국 소설을 펼치고 귀에선 Alive라는 노래가 나올 때면 마치 미드 도입부 OST를 듣는 짜릿함이 있다.
내가 만든 쾌감에 의미를 부여하다 또 기분이 괜찮아져 버린다.
화이트모카가 가져다 준 자유의지의 맛이다.
내가 써 내려가는 글의 문체가 한껏 정제된 것을 보며 내가 꽤나 화가 나 있구나 그걸 누르려 애쓰고 있구나를 느낀다.
애쓰고 있구나! 그래, 난 참 애쓰고 있는 것이다.
열과 성을 다해 갈망했고 행했고 분투했으나
내 뜻대로 되지 않은 모든 것에 대해서 그 한 가지 사실이 보인다.
쉬어가자, 적당히 도망치자, 오늘은 여기.
비 내리는 통유리창뷰 스벅을 화이트모카 한 잔에. 아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