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lliesu Nov 23. 2023

3. 눈부시게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도슨트 정우철의 미술극장 2-정우철

도슨트 정우철은 나의 미약한 미술지식에 큰 도움을 줬다. 과거 유럽여행을 떠났을 때 분명 미술 전공을 하고 있음에도 작가들의 그림이 크게 와닿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일까, 그때부터 전시를 챙겨보는 일은 미술대학 대학원생인 내게 아주 중요한 행위임에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크게 내 생활에 자리를 차지하지 않았고 그렇게 나는 내 세상 속에 갇혀사는 사람이 되었다. 내 세상 속에 갇힌다는 게 어쩌면 작가라는 직업을 택한 나에게 크게 나쁜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기본적인 지식을 갇혀야 하는 지성인이 되고 싶은 내겐 큰 치부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지난여름 소마에서 진행한 한국 근현대 전시에서 이중섭의 편지를 보고 한 사람의 작품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난 이들의 과거를 굳이 찾아보며 공부를 하는 시간을 낸다는 건 내 생활에 여의치 않았고 그렇게 아쉬움 가득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정우철의 책을 발견했다.


근현대 작가들을 소개하는 많은 책들 중에 정우철 작가의 책의 유독 눈에 띄었던 이유는 표지에 쓰여있는 한 문장의 글 때문이었다.

'오늘보다 더 눈부시게 살고 싶은 당신에게.'

그리고 나는 프롤로그를 읽었다.

그 누구보다 생을 아파했고 그 누구보다 빛났던 이들을 미술관에서 만났다는 정우철은 폭풍과도 같은 젊음을 지나 최후의 시간에 이르기까지 삶의 순간을 그림 속에 빠짐없이 기록한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했다. 산다는 것이 하루 속에 나를 발견하고 되찾는 일이라는 사실을 여행을 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면서 벌써 깨닫기는 했지만 삶에 찌들어 하루들을 그냥 보내고도 했었는데 미술관에서 만난 예술가의 삶보다 더 큰 감동을 주는 예를 알지 못한다는 정우철의 글을 읽고 또다시 한번 내 하루들의 그 생명력들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웠다.


미술극장이라는 책의 제목과 걸맞게 정우철 작가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는 사람도 읽기 쉽게 미술계에 대해 그리고 작가의 삶과 작업에 대해 한 편의 영화를 보듯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생각을 많이 하는 책을 찾고 있었던 요즘이어서 도서관에서 종종 시집이나 철학책을 빌리곤 했었는데 훨씬 전에 빌려놓은 책 보다 정우철의 책에 더 자주 눈이 가곤 했다.


31살이 돼서 유학을 꿈꾸는 내게 요즘은 이상과 현실이 부딪혀 매일이 교통사고의 연속이었다. 이 책을 마주하고 나의 시간들에 희망을 더해 지금이라도 더 용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미래에 내가 지금에 내게 얼마나 고마워할지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다짐을 하게 만들어주었다. 지금의 삶에서 배움을 더해 나의 세상이 누군가의 가슴에 남았으면 좋겠고, 나의 이 주제 없는 하루들이 그 작은 순간들이 고스란히 작업으로 잘 기억되어 치열한 삶 속에서 잊고 또 잃은 것들을 환하게 비추어지길 바란다고..

내게 예술은 행복한 상상이자 진통제이자 윤슬 같은 빛이니 말이다.


nov 23, 2023 pm2:59

매거진의 이전글 2. 꼬질꼬질해진 표지를 마주하는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