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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su Dec 22. 2023

2. 과거를 간직한 나라

instanbul, TURKEY

더 무거운 백팩을 가지고 떠났던 지난겨울에도 발을 삐거나 넘어진 적은 없었다. 그 어떤 여행보다도 이번 여행을 고대하고 기다렸는데, 터키에 온 지 약 16시간 만에 나는 제대로 걸을 수 없게 되었다.


터키 그러니까 터키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는 도시인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이스탄불의 공항은 지금까지 가본 공항중에 제일 큰 공항을 가지고 있었는데 공항에서부터 나는 그 방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알 것 같으면서도 전혀 모르겠는 문자를 가진 나라, 읽을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못하겠는 표지판들.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함께 공존하고 있는 터키는 현대적이면서도 고유의 느낌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어 내게 더 새로운 나라였다. 보통은 캐리어가 아닌 백팩이나 짐들이 먼저 나오곤 하는데 왜인지 컨베이어벨트에서 내 가방을 찾아볼 수가 없었고 한참이나 뒤에야 가방이 나왔다. 카트를 끌고 가방을 가지고 갈까 하다가 눈에 보이는 출구 표지판이 그리 멀어 보이지 않아 그냥 걸어가자 싶었는데 그때 이 공항의 방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한참이나 걸은 뒤에야 출구로 나왔고 그를 만났다.


99프로의 이슬람교를 가지고 있지만 종교가 자유라고 하는 나라이지만  알라에게 기도를 드리는 공간인 모스크에서  하루 다섯 번 큰 소리의 에잔이 흘러나오는 나라. 15분만 걸어도 5개는 족한 모스크를 볼 수 있는 나라. 이 나라가 처음인 나는 출구에서 나와 곧장 그에게 전화를 걸려했지만 고개를 돌려보니 바로 그를 찾을 수 있었고 그는 귀여운 꽃과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격한 환영인사를 받고 나는 트레인을 타고 숙소로 향했고 오래 머물 곳으로 이동하던 다음날 아침 나는 길바닥에 철퍼덕하고 넘어지고 말았다.


전세게에서 교통질서를 제일 잘 지키는 나라 중에 한 곳인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걸 비행기에서 알쓸별잡을 보면서 들었는데 이렇게 신호등을 지키지 않는 나라는 베트남 이후로 사실은 처음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한두 명 정도 신호등을 무시하고 건너는 사람들은 봤지만 이렇게까지 안 지킨다고? 싶었다. 숙소에서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10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나는 4번이나 무단횡단을 했고 다급한 마음에 인도 블록을 보지 못한 나는 발을 접질려 차도 쪽으로 큰 가방과 함께 엎어지고 말았고 잠시 잠깐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발목에서 ’두둑‘ 하는 소리를 들었다. 사실 대충 아프면 아픔보다는 창피함이 먼저이긴 하나 그 순간 창피함은 전혀 떠올리지 않을 정도로 아팠고 그렇게 나는 그의 부축을 받고 인도로 향했다. 급히 앉을 곳을 찾다가 호텔 일층에 있는 카페에 앉았고 그는 데스크에 가서 양해를 구하고 비닐고무장갑에 들은 얼음을 가지고 왔다.


바지를 걷어보니 다리는 삼분도 채 되지 않아서 엄청나게 부어있었고 아니나 다를까 손과 다른 쪽 다리의 무릎은 빨갛게 까져 피가 나고 있었다. 지금까지 약 10년 동안 여행을 하면서 이렇게 최악이었던 적은 없었는데 여행 첫날 목적지가 걸어서 한두 시간 거리인 곳은 가볍게 걸어 다니는 내가 팔도 아닌 다리를 다쳤다니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사실 전날 잠깐 내 가방을 들어본 그가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오늘은 고집해 내가 가방을 메고 가겠다고 선언했는데 자신이 가방을 메지 않아 생긴 일이라며 자책하는 그를 보고 어이가 없다며 웃어 보일 수밖에 없는 나였다. 친절한 카페의 직원은 비닐백에 얼음을 가지고 와줬고 나는 잠깐동안 식은땀을 식히며 우리가 타려고 했던 35C번 버스가 스쳐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잠깐의 시간 동안 마음을 진정하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했고 거의 다 도착할 즈음에 또다시 버스를 마주했지만 나의 바보 같은 다리 때문에 한 발 차이로 버스를 타지 못하고 다음 버스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싱숭생숭한 마음에 창밖에 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앞으로 이 거지 같은 다리와 함께 어떻게 여행을 해야 하지 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갈라타 브리지를 건너는 순간 나는 웃음이 나오는 풍경을 마주했고 그때부터 기분이 괜찮아진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원래부터 여행을 하기 전에 그렇게 많은 검색을 해보고 가지는 않지만 항상 이 나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종류의 그의 말들에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이 그저 조금의 기대감만 안고 이곳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내가 스친 터키의 풍경들은 실로 역사적이었고 새로웠고 아름다웠다. 우리는 숙소에 도착해 발에 바를 파스와 붕대를 구했고 끼니를 해결하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왜 오래된 건물을 좋아하지 않냐는 나의 질문에 지진이 일어나는 터키는 50년 100년 된 건물이 무너지면 많은 사람들이 다칠 거라는 그의 답변에 어느 정도 그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하지만 모든 건물을 새롭게만 바꾸려는 우리나라와 달리 과거를 간직하는 이곳은 어쩌면 우리보다 더 정체성을 자신들의 과거를 지킬 수 있는 나라가 아닐까, 과거가 없으면 지금도 없기 마련이니 말이다.

DEC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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