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우리는 언젠가 푸른 봄을 지나, 뜨거웠던 여름을 지나, 햇살이 아름다운 가을을 지나, 추운 겨울에 다가갈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뜨거웠던 우리의 날들이 어느새 다가올 가을날 한줄기의 햇살에 담기길,
살다 보면 깨닫게 되는 사실들이 있다. 믿고 싶지 않지만 많은 것들에게 있어 노력과 능력보다는 운이 잘 따라야 하며, 그 운은 가만히 있는 사람에겐 절대로 다가오지 않고, 내가 정해놓은 목적지가 너무나 멀어 보여도 그냥 별생각 없이 걷고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도착한다는 것. 엄마의 잔소리가 두려워 몰래 휴학을 해버렸는데 그런 엄마가 내게 건네준 말 몇 마디로 그렇게 거짓말처럼 정말 끝나지 않을 여행이 시작됐다. 그렇게 한참을 돌고 돌아 달리고 달려 멀디 멀었던 꿈을 이뤘고 그래서 꿈을 잃었다.
다시 이 기억을 가지고 똑같이 4년 전으로 돌아가도 나는 하루하루에 마음 깊이 머물며, 지금 이 순간처럼 글을 쓰고, 늦은 저녁 침대에 배를 대고 여행잡지를 읽으며 또 여행지를 그리고, 여행지에서 별것도 아닌 일에 또 눈물을 흘리고, 그렇게 살아가겠지. 아니 그럴 거다. 매일을 꿈 위에서 그렇게. 슬럼프 아닌 슬럼프 속에서도 이렇게 또다시 미래가 찾아와도 지금처럼 살아간다고 다짐하는 나를 보면 조금은 잘 살아왔음을 느낀다.
텁텁하고 뻣뻣하게 살고 싶진 않다. 멈췄으면 하는 순간이 많은 인생, 얼마나 가치 있는 인생인가. 오랫동안 간직한 꿈을 이루는 일이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봤다. 그렇게나 그리던 곳에 결국 오게 돼 내 꿈이 끝나버릴까 두려웠는데, 다시 꿈을 꾸게 되었다. 이렇게나 다니곤 결국 내가 누군지 알아차리게 되는 거였다. 순간 느꼈던 많은 감정, 생각, 눈물, 추억을 차곡차곡 모아서, 누군가가 아닌 나 자신과 친해지는 시간을 갖고 나를 알아가는 것. 가슴 뛰도록 설레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도 빠짐없이 해왔다. 정해진 직장 없이 돈을 벌어 여행하며 사는 인생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안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어쩌면 점점 무덤덤해졌을지도 모른다. 포기에 대해, 그래서 조금은 두렵다.
이번 생은 평범하긴 글렀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이 바라시는 보통의 사람이 대학교에 입학해 곧바로 학교를 졸업하고 자격증 공부로 취업준비를 해 별 재미없이 20대 청춘을 소비하고는 겨우 겨우 취업을 한 뒤 적당한 나이에 시집을 가서 또 적당한 나이에 적당하게 모든 것을 해내는 그런 생은 아니라는 걸, 점심은 대충 커피로 해결하고 해 잘 드는 공원 벤치에 앉아 사랑하는 시간에 사랑하는 것들을 하며 보내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그런 행복을 느껴주는 내게 고마워서 또 그 순간들이 너무나 소중해서 그래서 평범하지 않은 나를 적지 않게 사랑해, 이렇게 마음대로 살기로 했다.
평범하긴 그른 김에 좋아하는 것들을 더 좋아하며 대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