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
11월이었다. 반 오십이 됐다고 정말 25살이 맞냐며 의미 없는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수다를 떤 게 엊그제 같은데 가을비도 내리지 않은 채 내가 사랑하는 계절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흘러가는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은 하루에 열두 번도 더 하지만 그렇다고 아쉽지는 않다. 돌이켜보면 정말 기억에 남을 여행들에 놓여 있었으니까, 그래도 너무 빨리 내 꿈들을 이뤄버린 건 아쉽다고 해두고 싶다. 그 덕에 내 인생을 너무 기대해 버렸으니까,
27살 즈음 이루고 싶었던 꿈을 24살에 이뤄버렸고, 언젠간 이루고 싶어 가슴속에 묵혀뒀던 꿈을 25살에 이뤄버렸다. 그렇게나 갈망하던 꿈을 이뤘다. 마음속에 간직하고 간직해 정말 죽기 전에 이루고 싶던 그 꿈을,
꿈이 이뤄진 후에도 나는 언제 꿈을 이뤘냐는 듯 그렇게나 열심히 살아왔고, 또 기대했고 또 좌절했다. 이렇게나 허무할 거였으면 평생 꿈으로만 둘걸 이라는 생각도 종종 하며,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닭띠 해가 정말 맞냐, 내가 닭띤데 어떻게 이렇게 운수가 안 좋냐, 이번 연도는 글러먹었다, 또 좌절을 한껏 했던 어느 날. 그날은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은 그러던 어느 날이라는 내 생각이 맞아떨어진 날이었다.
그렇게 25살 겨울, 내 시선이 담긴 책을 만들었다.
이렇게나 가슴 뛰는 오후가 찾아오려고, 이렇게나 사랑하는 일을 하게 되려고, 그렇게나 힘이 부쳤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로소 결국 가슴 뛰는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