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걱정의 쓸모

2017.12.18

by 느림주의자

결국은 행복해버렸다. 쓸데 없던 걱정들이 모두 무가 되어버렸다. 함박눈이 내리던 어느 날 그렇게 우리는 또 겨울을 여행하기로 했다. 이렇게 걱정없이 열시간을 넘게 달리고 달려 우리는 결국 그곳에 도착하겠지 한국에서부터 해왔던 걱정들이 무색해질정도로


가시방석에 앉은채로 받은 비행기 탑승권을 보니 금새라도 터질듯한 폭탄이 떠올랐다. 이번여행은 무난할까 싶었는데, 이 여행이 무난할꺼라고 생각하면 섭섭하다고 누군가 경고하는 것처럼 그렇게나 다사다난 했다. 입국 거절을 당할수도 있다는 각서를 쓰는것도 두번째, 첫번째보다 조금 덜 두렵긴 했지만 조금 더 어이없기는 했다. 첫번째 실수 후로 세번째 여행인데 앞으로는 절대 실수하지 않겠다고 나 자신에게 약속을 했었지만 이년전 일본에서 여권에 찍은 기념 스템프가 문제가 될줄 누가 알았을까. 러시아에 도착하는게 두려운 내 속을 모를 기장님은 30분이나 늦게 받은 관제탑의 신호 때문에 누가 쫓아오듯 빠르게 러시아로 향했고 덕분에 나는 터질듯한 심장을 붙들고 러시아에 빠르게 도착했다. 쉴틈없이 후들거렸던 두 다리도 터질듯한 심장도 공항에서 써온 항공사에 책임을 물지 않겠다는 각서도 그리고 내 걱정들도 전부다 무색해질 정도로 빠르게 입국 심사대를 통과했다. 일초가 십분같았던 긴장감과 긴장해 흘린 식은 땀덕에 바깥공기를 들이마시자마자 추울것 같았던공기는 시원하게 다가왔고, 덤탱이를 씌우려고 하는 택시기사님들의 속셈은 싸기로 소문난 러시아 물가를 통해 들통나 버렸다.


여기저기서 우리에게 사기를 치려고 했지만 우린 사십분 정도를 조르고 졸라 예상보다 싸게 택시에 올라탔고 그렇게 우리는 고대하고 고대했던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기위해 기차역을 향해 출발했다.

한껏 들뜬 미소로 기차에 올라타는 우리 둘을 바라보는 승객들과 승무원들도 언니는 자리만 찾으라며 내짐을 자꾸 가져가는 나의 여행메이트도 모두 한겨울날 오후의 따뜻한 햇살처럼 그렇게 빛이 났다.


어리버리하게 자리를 찾는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쉽게 자리를 찾았고, 생각보다 매우 좁고 정체모를 냄새가 공기를 가득 채운 이 기차가 이상하게 아늑하기만했다. 상상했던 그대로라고 할까나, 한참을 열심히 달리더니 모두가 잠들 시간이 되자 미등을 제외한 모든 불이 꺼졌다. 창밖에 보이는 것들은 쌓여있는 눈과 조금은 빛나는 별 그리고 어두컴컴한 도시. 이 열차에 몸을 담을 13시간동안 우리는 걱정없이 편안하겠지, 분위기와 함께 들이킨 팩와인덕에 빨개진 두볼을 핑계삼아 조금은 바보같이 웃어버렸다. 정말이지 좁디좁아 오십센치도 되지 않는 거리에 낯선이들이 존재하지만 왠지모를 편안함과 아늑함, 그리고 정말 예전부터 말해왔던 이곳에 이 열차를 타러 그녀와 함께왔다는 만족감에 주체할수 없는 행복감이 쏟아져 나왔다.


여권때문에 한국에서부터 해왔던 걱정들을 뒤로하고 조금은 태연해졌다.이 여행이 시작된지도 얼마 되지 않아 그렇게 우리는 또 다른 여행을 꿈꾸고 있었다. 모든 걱정이 정말 쓸모가 없어져 버렸다. 모든일들은 어디든 도착을 해야 시작이 될거란것을 알아채버렸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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