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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지금Minow Sep 27. 2023

체코에서 사는 법 3가지.

쉐어 하우스, 스튜디오, 에어 비엔비


체코에서 비행 공부를 시작한 후로 항상 고민해야 했던 것은 바로

어디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였다. 짧게 단기로 머무는 것은 에어비엔비로 해결하면 되었지만, 처음 80일 무급휴가 동안 지낼 곳 그리고 퇴사를 하고 장기간 지내야 할 공간은 제. 대.로. 찾아야 했다.




@Brno, Ceska street


체코에서 지낼 공간을 구했던 세 가지 방법.


첫 번째, 쉐어 하우스 구하기.


브루노에는 여러 대학들이 있었다. 그래서 학기가 시작되면 도시는 그야말로 젊음이 넘치는 학생들로 기운이 넘쳐흐르고, 방학 때에는 한적함이 가득 메운다. 대학생들이 머무는 곳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여행객들이 프라하만큼 많이 찾지 않는 곳이라 그런지 렌트비용이나 생활물가는 조금 더 저렴한 느낌이었다.

내가 처음 두 달 넘게 생활을 해야 할 때 지냈던 곳은 쉐어 하우스였다.


예전 직장 동료였던 마틴은 슬로바키아 사람이었는데, 퇴사 후 브루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 생활의 전반적인 기반을 잡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내가 지내는 쉐어 하우스도 마틴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한 아파트 안에 방에 3개가 있는데 하나는 주인이 머무르고, 두 개의 방은 렌트를 주었다. 한 방에서 다달이 월세가 30만 원씩 나오면 되는 것이었다. 내가 지내게 될 방은 이미 다른 룸메이트가 있었으나 여름 방학이라 브루노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15만 원을 내고 방을 혼자서 쓸 수 있었다. 저렴한 만큼 세탁기, 주방을 쉐어해야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브루노 시내 중심에서 조금 벗어난 지역이었고 바로 앞에는 공원이 있었다. 아침부터 뛰어노는 강아지, 세 바퀴 달린 자전거를 발로 달리는 어린 꼬마 아이들로 넘쳤다. 우뚝 솟은 커다란 나무들이 아침부터 만들어주는 시원하고 선선한 그늘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8월의 도하였다면 40도가 육박하는 날씨에 보딩을 마치면 남몰래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 줄기, 녹아내릴까 말까 하는 두꺼운 화장. 나는 그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였다.


학교를 마치고 쉐어 하우스로 돌아가는 길에 괜히 공원 벤치에 앉아도 봤다가, 노래도 듣다가 간다.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햇빛 잘 드는 커피숍을 구경하고, 커피 한 잔씩 마시는 재미도 있었다.






@Brno, Czech Republic
@Brno 집 앞 공원




두 번째, 에이전시가 있는 스튜디오


첫 번째 퇴사를 준비하면서 내가 마지막에 골머리를 앓았던 것은 바로 비자 준비였다. 내 나이가 이미 학생 비자를 받을 수 없는 나이였기 때문에 장기 비자를 준비했었다. 대사관과 약속을 잡고, 약속 날이 되기 전에 그들이 필요로 하는 서류들을 준비해야 했다. 그중에 하나는 내가 어디에 얼마 동안 머무를지 정확하게 명시된 집 계약서였다.


내가 처음 살았던 쉐어 하우스에서는 이런 서류를 얻어내기가 복잡했다. 그리고 받아낸다고 하더라도 내가 앞으로 시험공부를 하고 머무를 시간이 예전보다는 훨씬 많을 텐데, 모르는 사람들과 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요인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제는 내 여행 메이트 쿠쿠 밥솥도 챙겨와서 김치찌개 된장찌개도 끓여먹고 부지런히 주방을 쓸 예정이었다. 그래서 퇴사 전에 브르노를 방문할 때에는 학교에 오는 아이들에게 어디에 사는지 물어보았다.


그러다가 대만 여학생이 최근에 학교랑 20분 떨어진 곳에 외국인 기숙사가 새로 생겼다고 알려주었다. 나는 그 여학생에게 괜찮다면 숙소 구경을 시켜 줄 수 있는지 물어보니 흔쾌히 허락을 해 주었다. 확 트인 공용 공간과 건물을 관리해 주시는 분이 항상 상주하고 계셨다. 지어진 지 2년이 채 안 된 건물이었기 때문에 시설이 깨끗한 것은 물론이고, 같은 비행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있어서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도움도 구할 수 있겠다 싶어서 마음이 확 끌렸다. 프로모션이 진행되고 있는 기간이어서 2명이 머무를 수 있는 스튜디오에 발코니가 갖춰진 룸을 싱글 스튜디오 가격으로 지낼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대만 친구의 룸 투어를 마친 후 건물을 관리하시는 분께 에이전시 연락처를 받아서 도하로 돌아왔다. 비자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부분들을 모두 기재해 주셨고, 영어와 체코어 두 가지의 언어로 동시에 적힌 계약서였기에 따로 번역을 할 번거로움도 덜었다.


해가 뜨는 방향이라 아침을 맞이하기 좋았고, 도시를 바라보고 있지 않아 나가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마음이 답답할 때에는 발코니에 걸 터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마음을 고르기 좋았다. 대신 식탁이 없어서 누가 집에서 밥을 먹어야 하면 프린트 박스를 꺼내서 간이 식탁으로 쓰기도 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발코니에 의자를 꺼내두고 난간을 식탁 삼아 밥 먹는 것도 제법 운치가 있었다.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 생긴 것, 그리고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10개월 동안 이 공간에 머문 시간들을 생각하면 참 행복하다. 누군가의 보금자리였고, 내가 그곳에서 잠시 지내며 행복한 기억을 쌓았다. 나 다음에 이곳에 사는 사람에게도 좋은 일들이 가득 생기길 바라며.





@Brno 
@Brno 내 공간




세 번째. 에어비엔비.


에어비엔비는 짧은 기간으로 머무를 때 예약하고 지내기 좋은 플랫폼이었다. 영어를 잘 못하는 체코 아주머니네 집에서 방 하나를 썼었다. 은근히 집시들이 모여 사는 곳이 브루노 시내 곳곳에 있어 나는 그 지역에서 지내는 것이 조금 무서웠다. 어쩌면 그들은 나를 생각도 안 할지도 모르는데, 아무튼 나는 무서웠다. 그래서 에어비엔비를 예약할 때에도 내 친구 마틴한테 이 지역이 안전한지부터 물어보았다. 체코 아주머니네 집은 안전한 곳에 있어서 두어 번 그 집에서 머물렀다. 요리도 간단하게 할 수 있었고, 아주머니께서 텃밭에서 키운 자두를 따서 한 바구니씩 건네어주시기도 했다.


짧게 머무를 때에는 잘 모르다가, 장기로 숙박하게 되면 할인을 해 주는 곳도 많았기 때문에 그런 점이 좋았다. 대신 그 중간중간에 뜨는 날이 있으면 도서관에서 메뚜기처럼 이 좌석 저 좌석 옮겨 다니듯 많은 짐을 들고 이동하는 것이 힘이 들었다. 그래도 길게 있는 기간 동안은 마음 편한 곳에서 먹고 자고 쉬는 것이 최고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 불편함도 감내했었다.




쭈욱 다 적어놓고 보니 다양한 방식으로 이곳저곳 옮겨 다니면서 살았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지내는 곳에 무엇으로 채워졌으면 하는지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피부가 닿았을 때 차가움이 전해지는 유리 테이블보다는 따뜻한 소재의 테이블이 좋고, 햇살이 가장 잘 드는 자리에 내 책상을 두고 싶다. 입사 선물로 받은 민무늬 하얀 접시보다는 무광의 도자기 재질의 그릇이 좋다. 제철의 과일과 야채가 담긴 식탁과, 계절을 닮을 꽃도 좋아하더라. 이불을 바꾸면서 다가올 계절을 준비하는 것도 귀찮지 않았다.



머물다 떠나는 곳에서의 삶이 10년 넘게 이어져 오다 보니 내가 앞으로 살아갈 공간에 대한 갈망도 그만큼 커지는 것 같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원하는 이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생기면 좋겠다. 지금 함께하는 나의 사람이 그 공간에 함께 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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