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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혜 Oct 21. 2019

절약에도 이유가 필요합니다

절약, 그 낭만적 철학 - '핑계' 아닌 '성찰'이 되는 질문, '왜?'

'힘든 훈련을 극복하는 요령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이 있었다. 여기에 수영선수 펠프스와 피겨여왕 김연아는 같은 답을 했다.


"그냥 해요."


그들은 '그냥' 훈련했다. 그 뿐이었다. 


큰 성취를 이룬 사람들은 목표에 매진한다.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 쉬는 시간 10분도, 밥 먹는 시간과 용변을 보는 시간, 잠들기 직전까지 에너지를 끌어올려 원하는 바를 이룬다. '그냥 한다'는 무성의한 대답이 아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념하겠다는 자세의 상징이다. 


여기에는 질문이 없다. '왜 훈련(공부)해야하지?'라는 질문은 '성찰'이 되기보다는 '핑계'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통 우리는 해야 할 이유 10가지 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 2가지가 더 크게 다가온다. 훈련이 버거워서, 공부가 지겨워서, 자기만의 합리화를 하려는 것이다. 그 결과 훈련의 강도는 점점 약해지고, 결국에는 목표를 이루지 못 한다. 최후의 1˚C를 눈앞에 두고 99˚C에서 끓기를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좋은 결과를 위해서는 운동이든, 공부든, 그 무엇이든 목표를 정한 후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냥' 하는 것이 낫다.


그런데 나는 안타깝게도 '그냥'하는게 안 된다. 질문을 계속 던진다. 내가 정한 목표가 비뚤어졌을까봐 겁나기 때문이다. 잠시 멈춰 생각한고 글로 정리한다. 확신을 하는게 두렵다.


절약을 처음 시작하던 3년 전, 그 때는 확신에 차 있었다. 아니, 확신을 넘어 맹신했다. 그래서 '그냥' 절약했다. 기계적으로 돈을 안 썼다. "돈은 안 쓰는 것이다"라던 김생민의 말에 격한 공감을 하면서 말이다.


"절약은 노력이야. 난 노력해서 모은 돈으로 투자하고, 부자가 될꺼야. 부자와 돈은 좋은거야. 그러니 가능한 빨리 부자가 되야지. 난 40대에 10억 부자가 될기위해 노력할거야."


내 삶의 모든 시야는 '돈'과 '부자'에 맞춰져 있었다. 1년 6개월을 지칠만큼 절약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 했다. 힘들었나보다. 고되고 힘드니까 질문을 시작했다. 


'나는 왜 이 '짓'을 하지? 왜 조산 위기까지 겪어가며 악착같이 돈을 벌었지?(둘째 아이가 37주 3일만에 태어났다. 어린 큰 아이를 등하원시키며 맞벌이를 한 탓인 것 같다. 37주 이전 출산을 '조산'이라 한다.) 우리 부부는 육아 휴직하기 좋은 여건인데도 큰 아이는 어린이집 종일반에 있어야만 했지?'


그 때의 질문은 절약을 쉬고 싶은 '핑계'였을까, 아니면 더 나은 절약을 위한 '성찰'이었을까. 어쨌든 맹렬하게 달려가던 절약에 제동이 걸렸다. 


나는 계속 봉투에 만 원 씩 꽂아가며 쓰고 있었는데, 봉투 옆으로 흘끔거린 다른 삶의 방식들이 꽤 멋져보였다.


소박한 삶을 살아가며, 노동을 줄이고, 여가를 늘였던 니어링 부부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구 환경을 생각하며, 소비를 최소화 하던 마크 보일과 하얼, 페달 부부. 행복을 '사람'에 두고, 소박하지만 함께 자주 모여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휘겔리한 친구들. 미니멀한 살림에 예술적인 물건으로 우아하게 살아가는 선배 부부의 모습. 


(물론 어떤 경우에도 눈에 차지 않던 경우는, 버는 돈보다 많이 소비하는 삶이다. YOLO(You Only Live Once)의 극단적 왜곡이었으며, 자기 재산을 보살피지 못 하고 낭비할 뿐이다.)


책과 사람을 만날수록 인식의 지평이 넓어졌다.'부자가 곧 행복'이란 굳센 믿음 대신,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을 지어니, 삶은 이토록 소중한 것이다'라는 소로우의 말을 떠올리며 살았다. 


나는 왜 절약을 하는건지 질문을 거듭했다. 지금까지 정리한 절약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행복 만족선을 깨지 않는 최소한의 소비를 해야 한다. 버는 돈 보다 가능한 덜 쓰는 소비 습관. 이거야 말로 현재의 만족과 미래의 안정감을 균형있게 충족시키는 방법이다. 절약으로 환경을 보호하는 건 두 말 할 것 없다.


그러나 절약한다고 비참할 필요는 없다. 삶의 존엄과 우아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건강에 좋은 식재료와 질 좋은 물건을 지향한다.


동시에 우리가 소박하게 살아야, 다수의 이웃들도 은행에 진 빚으로 거짓된 부유함을 뽐내는 행동을 줄이게 될 것이다. 검소한 삶을 살면 이웃도 행복할 수 있다.


소박한 삶은 평범한 나와 이웃의 삶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방법이다. 오로지 큰 집과 좋은 차. 그러니까 남에게 보여지는 물건이 삶의 목적이 되어버린 사회는 곪아버린다. 능력껏 살 수 있는 소수의 부자는 괜찮겠지만 대출을 끼고 마련하는 보통 사람들은 가정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기 어려워진다."


'왜 절약해야하지?'라는 질문은 절약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더 많이 절약할 수도 있지만, 꽃 한 송이를 사면서 '이런게 행복이지'라며 즐거워한다. 일류 절약가는 될 수 없어 아쉽기는 하다. 그 누구보다도 절약을 잘 하고 싶다. 


하지만 나의 질문은 '핑계'가 아닌 '성찰'이 될 수 있도록, 늘 깨어 있으려 한다. 철학이 있는 절약가는 위축되지도 않고 궁상맞지도 않다. 오히려 질문 덕분에 차분히 정리한 '절약의 이유' 덕분에 '나는 의미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만족감과 자존감이 높아지고, 절약이 궁상이 아니라 더욱 떳떳해질 수 있게 되었다.


펠프스 선수와 김연아 선수도 질문을 하며 살거라 생각한다. 다만 질문 끝에 답을 찾았기에, '그냥' 연습할 수 있는 확신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나도 기계적으로 절약할 수 있을만큼의 신념을 갖고 싶다. 잠시 농땡이를 피우기 위해 삐딱하게 '왜 절약하는건데?'라는 질문은 삼간다. 더 나은 절약, 더 나은 삶을 위한 질문을 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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