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도 끝나지 않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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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는 다 보고 나면 이 영화가 왜 명작이었는지 알 수 있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영화에서 많이 사용하는
'7번방의 선물' 류의 신파적 코미디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시대적 배경과 풍자적인 이야기는 그 깊이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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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시끄럽고 어딘가 사기꾼 같은 이 사람(귀도)의 엄청난 수다로 영화가 시작된다.
차가 고장나서 우연히 멈춘 곳에서 한 여자(도라)를 만나게 된다.
한 번의 만남은 우연일지 몰라도 계속된 만남은 인연이라고 했던가.
두번째 우연이 지나고, 귀도는 우연을 가장해서 계속해서 도라에게 나타난다.
하지만 도라에게는 결혼할 남자가 있었다.
그렇다고 그렇게 만나면 영화가 진행되지 않을테니..
그들은 사랑에 빠지고 단란한 가족을 이루며 살아간다.
여기까지 영화는 아주 유쾌하고,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처럼 보인다.
물론 중간중간에 조금씩 어두운 시대적 분위기가 나온다.
(귀도의 삼촌이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이 대표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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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귀도는 도라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작은 서점을 운영하면서 넉넉하진 않지만 여전히 유쾌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유태인에 대한 차별이 본격화되었고, 그들에 대한 학살이 시작되고 있었다.
귀도의 가족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어린 아들과 삼촌과 함께 수용소로 끌려가는 귀도.
그리고 가족을 버려두고 갈 수 없어 자원해서 수용소로 가는 도라.
여기부터 이 영화의 진정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암울하고, 어두운 시대.
대학살의 공간에서 아들을 지키기 위해 귀도는 거짓말을 시작한다.
힘들고 괴로운 삶 속에서도 아들에게만은 이것이 게임이고, 곧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준다.
그리고 전쟁이 끝날 무렵,
나치는 그들의 악행을 숨기기 위해 수용소의 사람들을 죽이려 하고,
귀도는 아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희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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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끝나는 순간, 그 여운이 엄청나다.
묵직한 울림이 떠나지 않아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로베르토 베니니의 코믹하고 유쾌한 연기는 영화 속의 비극과 슬픔을 감추고 있지만,
사실은 그것으로 인해 영화의 비극은 더욱 강조된다.
힘든 노동, 주변 동료의 죽음, 언제 나갈지 알 수 없는 불안감.
그 앞에서 모든 것을 가리는 아버지의 마음.
자신이 살아있음을 아내에게 알리는 사랑까지.
영화는 비극 속에서 사랑을 말하고 있다.
시대의 어둠을 웃음과 사랑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까.
(우리나라의 시대극들이 대부분 극도의 비극을 강조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욱 빛나는 것은 아닐까.
웃음으로 인해 시대의 무게가 가벼워지지도 않았고,
시대의 무게 속에서도 웃음을 통해 시대의 무게를 더한다는 것.
이 영화가 아름다운 이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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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은 이 영화에서 가장 슬픈 장면으로 마무리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