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만 보고 달리는 이들을 위한 유쾌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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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왕의 주인공 만복은 차, 배, 자전거, 소 등등 탈 것이라면 가리지 않고, 타기만 하면 멀미를 한다.
영화는 만복이 어쩔 수 없이 2시간 거리의 고등학교를 걸어서 등하교 하게 되면서 시작한다.
하지만 2시간을 걸어서 학교를 간 만복은 수업시간에 잠만 잔다.
아버지는 정신력이 부족하다고 잔소리만 할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만복은 여전히 수업시간에는 잠만자고, 꿈도 목표도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런 만복에게 담임선생님은 꿈과 열정을 무척이나 강조하며,
만복이는 걷기를 잘하니 육상을 해 볼 것을 권한다.
그렇게 어찌하다보닌 시작하게 된 경보.
만복은 경보에는 큰 관심도 없고, 육상은 생각보다 힘들다.
육상부에 있는 선배 수지는 그런 만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목숨을 걸고 해도 모자랄 판에 그저 해맑은 만복이 맘에 들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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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만복에게 시련이 다가온다.
그것을 바로 전국체전 예선을 위해서 버스를 타야했던 것...
버스에서 끝없이 멀미만 하다가 정작 대회장에서는 기절하고 만다.
이를 계기로 만복은 육상부를 떠나게 되지만,
뭔지 모를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끼고 육상부로 돌아간다.
다른 친구들은 무언가 하는데 혼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무서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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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안과 공포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 승자독식의 시대.
가진 자를 따라잡기 위해서 미친듯이 노력해도 따라갈 수가 없고,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쳐도 힘든 세상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기 혹은 청년들에게
세상은 여전히 꿈과 열정, 간절함, 정신력 등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 말들은 그 가치를 많이 잃었다.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세상이기 때문에...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조롱받고, 열정페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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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돌아오면.
육상부로 돌아온 만복이 이전과는 달라졌다.
이제넌 정말 목숨을 걸고, 경보를 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준다.
훈련도 열심히 하고, 다친 발을 숨겨가면서까지 대회참여를 강행한다.
하지만 전국체전이 열리는 곳은 서울...
만복은 대회출전을 위해 걸어서 서울에 가기로 결정한다.
우여곡절 끝에 대회에 참여한 만복은 앞만보며 빠르게 걷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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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치열한 대회의 끝은 우승으로 해피엔딩!!!........ 이라면
내가 이 글을 쓰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 순간 만복은 하늘을 본다.
내가 무엇을 향해 가고 있었는지를 생각한다.
이 영화가 좋았던 점은 바로 이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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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꿈과 열정이라는 이름을 쫓아가며 내면에 있는 불안함과 두려움을 숨기고 있다.
꿈과 열정이 없는 사람은 패배자이며, 실패자로 낙인찍었다.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그렇게 해서 뭐가 될거냐고 비난했다.
정말 그럴까.
이 영화가 던져주는 메시지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넌 지금 왜 그렇게 살고있냐고. 무엇을 위해 그렇게 가고 있냐고.
그래서 나는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지금 당신은 왜 그렇게 열심히 달리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