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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브장 Feb 07. 2019

아이캔스피크, 유캔두잇!

이제는 우리가 말할 차례!


민원을 넣는 나옥분 할머니


주인공 나옥분 할머니는 구청 공무원들에게는 악명 높은 민원인이다.

20년째 민원을 끊임없이 넣고 있는 등장만으로 공포, 그 자체인 존재다.

그런데 이곳에 융통성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원칙주의자, 천상 공무원 같은 박민재가 등장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민원을 넣으러 왔다!

불법적인 상가 재개발을 막기 위한 민원을 넣는 나옥분 할머니.

하지만 담당자인 박민재는 구청장에게 편법을 동원해 재개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할머니가 준 증거는 확인도 하지 않고, 창고로 들어간다.



아이 캔 스피크의 시작, 영어학원에서 마주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영어를 꼭 배워야만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할머니.

하지만 학원은 할머니를 받아주지 않는다.

그러다가 우연히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박민재를 목격한다.

이때부터 할머니는 영어를 가르쳐달라고 박민재를 쫓아다니지만, 그는 차갑게 이를 거절한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박민재는 동생이 어딘가로 가는 것을 목격하고, 내려서 동생을 쫓아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따라가서 도착한 곳은 나옥분 할머니의 가게?!

할머니가 동생의 저녁을 챙겨주고 있었던 것이다.

동생을 챙겨준 것에 대한 고마움, 집밥의 온기 덕분이었을까.

박민재는 할머니에게 영어를 알려주기로 한다.



서로의 외로움을 보듬어주는 가족이 되다.


할머니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며 두 사람은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부모가 없이 동생과 함께 살던 민재와 오랜 시간을 홀로 지내온 할머니.

두 사람, 아니 세 사람은 이제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가족이 되어간다.

추석을 함께 보내는 세 사람


민재의 아픔을 이해하고, 민재 역시 할머니가 영어를 배우는 이유를 알게 된다.

하지만 어느 영화나 시련은 다가오고, 위기는 존재하기 마련.

행복했던 순간도 잠시, 이들에게도 갈등이 찾아온다.

그러면서 영화는 숨겨두었던 진짜 이야기를 시작한다.



친구의 마지막 소원, 숨겨왔던 진실을 알리다.


영화의 초반부에도 등장하는 할머니의 친구 정심.

하지만 어쩐지 불안했던 친구의 건강상태는 역시나 좋지 않다.

친구는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옥분에게 마지막 부탁을 전한다.


목숨을 구해준 친구 정심의 마지막을 다가오자,

옥분이 평생을 숨겨왔던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세상에 공개하기로 한다.

옥분은 자신의 위안부 피해자이며, 미국 의회에서 증인으로 나설 것임을 언론에 밝힌다.

죽음의 문턱에서 서로를 의지하던 두 사람


할머니의 진실을 알게 된 민재는 할머니에게 찾아가 사과한다.

그리고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영화가 이 정도쯤 왔을 무렵.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옥분의 진실이 알려진 이후에 변화하는 상가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진실을 마주하고 그 상처를 위로하고 안아주고, 옥분에게 힘을 보태준다.

40년이 넘도록 가족에게도 국가에도 얻지 못했던 위로와 응원이 그곳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하우아유? 파인땡큐 앤유?


영화의 끝은 미국 의회에서 진행되는 청문회 장면이다.

그 장면에서 국적을 초월하여 같은 상처를 간직한 이들의 연대를 목격할 수 있다.

그리고 불안을 뚫고 나오는 하우아유.

그리고 그것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증언.

우리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장면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실제로 미국에서 증언을 했던 이용수 할머니.

그리고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김복동 할머니.


전 세계를 돌며 위안부의 진실을 이야기했고,

더 나아가 전쟁성폭력 피해 여성들과 연대하고, 그들을 보듬어주었다.

이것은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역사이고, 기록이다.


이제 생존자도 얼마 남지 않은 이 아픈 역사를 우리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분들이 없더라도 남아있는 이들도 아이 캔 스피크, 유캔두잇.



아이 캔 스피크는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기다렸던 영화이다.

위안부 문제를 다루지만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담은 영화.

그리고 참 따뜻한 영화. 보고 나면 뭉클해지고, 먹먹해지는 영화.


정말 이런 영화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우리의 아픔이 일상 속에서 치유되고, 더 많이 알려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말하자. 이제는 우리가 말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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