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세상으로 들어가면 다르게 보이는 것들.
한 변호사가 있습니다.
그는 민변 활동을 하며 사회의 약자들을 위해 싸우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현실과 타협하며 국내 굴지의 거대 로펌에 들어갑니다.
영화가 시작하는 장면에서 징역 15년은 보내야 할 범죄자를 집행유예를 받게 해주는
그의 모습에는 어딘가 한켠에 감출 수 없는 불편함이 느껴집니다.
그가 원해서 택한 것이 아니라, 택할 수밖에 없었던 길이었기 때문이죠.
어쨌든 그는 꽤나 능력을 인정받는 변호사였습니다.
로펌의 대표는 회사의 이미지 쇄신도 할 겸 그를 팍팍 밀어주기 시작하죠.
이제 그의 앞에 놓인 것은 꽃길(?)이 아니라,
로비와 접대, 향락이 넘쳐나는 그들만의 세계죠.
대표가 성공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하는 세상의 때 같은 것이었죠.
(영화 예고에서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정우성이 맡은 변호사는 초반부에 생각만큼 선역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더 나은 성공을 위해 그에게 한 살인사건 피의자를 무료 변론해줄 것을 제안합니다.
이제부터 영화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한 아이가 있습니다. 그 아이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죠.
그래서 학교에서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고,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맞은편 집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되죠.
이 사건이 바로 변호사인 정우성이 맡게 될 그 사건이죠.
먼저, 검사가 아이를 만납니다.
전문가가 모범 사례가 보여줘도 될 거라고 할 정도로 아이에게 잘 다가가는 검사.
하지만 변호사는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아이의 엄마는 문전박대, 학교 앞에서 아이를 기다려보는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습니다.
아이에게는 자기만의 세상이 있습니다.
그 아이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그 아이의 세상에 들어가야만 하는 것이었죠.
아이는 조금씩 변호사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합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표현을 하는 것이죠.
그렇게 두 사람은 조금씩 서로 소통을 시작하게 됩니다.
변호사는 결국 아이와의 소통도 가능해지고, 아이 엄마의 허락도 받아냅니다.
그리고 아이와 그날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아이의 방에는 그림이 하나 걸려있습니다.
변호사를 꿈꾸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것이죠.
여기서 예고편에 나오던 그 대사.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가 등장합니다.
그 순간, 변호사의 표정은 흔들립니다.
자신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포기하고, 지금의 길에 서있기 때문이죠.
세상의 많은 사람들처럼 처음의 마음과 달리 현실에 굴복하고,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죠.
사실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결국 아이의 증언을 이용해 자신의 의뢰인에게 무죄를 받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니까요.
물론 영화가 그렇게 끝났다면 이 영화가 백상예술대상을 받진 못했을 겁니다.
영화는 자페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를 통해 세상의 편견에 맞서고 있습니다.
그들과 대화를 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이 이상하거나 모자라서가 아니라,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잘못이라고 말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장점과 단점이 있고,
편견과 선입견 없이 바로 보면 그들도 전혀 다르지 않다고 말이죠.
우리 사회에는 많은 편견과 고정관념, 그리고 차별과 혐오가 존재합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지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그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세상에는 모순된 말처럼 보이지만, 다양하고 많은 소수자들이 존재합니다.
여러분은 그들의 세계는 어떨지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
나와 다른 세계를 가진 이와의 만남은 조금은 불편하고, 조금은 모험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막연한 편견과 선입견만으로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것은 아닌가요.
<증인>에 나오는 대사로 마무리하려 합니다.
"그게 지우잖아요. 지우 있는 곳으로 제가 가면 되죠"
사족. 이 영화에서 김향기 배우의 연기는 정말 정말 대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