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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스티스 Feb 14. 2023

아이가 예뻐서 쓰는 글

기록1.

브런치에 마지막으로 올린 글은 입덧에 관한 글이었다. 임신 후기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은 입덧이 끝났고 마지막 글을 쓴 날로부터 4개월이 지났다.


이대로 가다간 어떤 글도 쓸 수 없을 것 같아 일기라도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래서 사진과 일상 기록을 곁들인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언제든 게으른 글을 쓰고 싶을 때마다 이 공간에 기대어보기로.


육아를 하는 내 자신에 대한 글은 종종 썼지만 아이에 대한 글은 쓴 적은 없다. 감정 표현이 글의 전반을 차지할 거라 일기 같은 글이 될까봐 자제했던 것 같다.


날이 갈수록 아이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고 있다. 아이가 마냥 예쁘다는 말은 내 마음을 표현하기 턱없이 부족하다. 남편을 따라 타지에 오는 과정에서 육아와 커리어의 선택지를 두고 홀로 속앓이를 했던 그 고민의 시간에 대해 모두 보상받고 있다고 느낀다.


애정표현에 박한 가정에서 자란 내가 이리도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이를 가까이서 보고 쓰다듬고 눈을 맞추는 순간마다 생각한다. 이런 행복을 내게 줘서 정말 고맙다 아이야.

잠든 모습, 잠에서 깨어난 모습, 혼자 놀며 집중하는 모습, 뛰고 걷는 뒷모습, 울음을 터트리는 모습, 그네를 탈때 고개를 젖히고 햇볕과 바람을 느끼는 모습, 몰래 과자를 꺼내 먹다가 질려서 작은 조각을 남겨 놓은 흔적, 물 받은 욕조에서 살랑살랑 발장구를 치는 모습...


그러면서 한편 아마도 내가 맞벌이 직장인이었다면 이런 감정을 온전히 누리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들었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아이 외에 신경을 곤두세울 대상이 적기 때문에 이런 행복을 누릴 여유도 보다 더 생긴게 아닐까.


남편에게 이 얘길 꺼냈더니 예상밖의 반응이 돌아왔다. 요즘 아이를 보고 있으면 일분 일초가 아쉽다고 했다. 그는 타지에 와서 여러 업무를 떠맡느라 일주일에 두세번은 늘 야근을 하고, 주말이 되어서야 겨우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이가 너무 예쁜데 함께 하는 시간이 늘 부족하다보니 애달프고 그래서 종종 일을 때려치고픈 욕구가 솟는단다. 아이에게 온갖 애교를 부리거나 스킨십를 퍼붓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남편이기에 아이에 대한 애정도 눈에 보이는 수준으로 생각했었나보다. 아이에 대한 남편의 마음은 짐작보다 훨씬 깊었다.  


처음 남편의 말을 들었을 때에는 역시 아이와 함께 나누는 시간 만큼 아이에 대한 감정이 깊어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아이로 인한 나의 행복감이 커지는 것은 맞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을 덜 보내는 아빠의 아이에 대한 애정이 나의 것에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 나의 컨디션이 정상궤도를 되찾은 것도 육아 만족도에 한몫하고 있다. 둘째를 가진 후 초기 입덧으로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됐을 땐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나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일 지경이었다. 흰밥과 3분 카레, 빵과 쨈, 우유와 시리얼을 내어줄 수 밖에 없었지만 별 투정없이 그 시기를 잘 보내준 아이에게 참 고맙다. 그때에는 그런 고마움 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여유가 없었다.


결국에는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잘 큰다'는 유행어처럼 떠도는, 그러나 고개를 힘차게 끄덕여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진리같은 결론에 이른다. 내가 건강하고 웃을 수 있어야 아이를 몸으로 돌보고 마음으로 보듬어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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