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한글날.
훈민정음. 곧 오늘의 한글을 창제해서 세상에 펴낸 것을 기념하고,
우리 글자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국경일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것에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편이다.
내가 선택해서 이 나라에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이라는 위치에서 성장과정들을 쌓아 올려 왔기 때문이다. 우리 글자 한글이 있었기에 내 생각을 과감 없이 표현할 수 있고, 시간이 명징하게 흐르는 것들을 나열해 볼 수 있고, 색깔의 감정을 섬세하게 보여줄 수 있으며,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다채로운 표현들이 많음에 감사하다.
과한 줄임말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단어 본연의 고유 매력이 있고 가치가 있다 느끼기 때문이다. 과하게 줄인 표현들의 글을 나중에 보고 있자면 다시 그 글을 길게 해설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는데 그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장벽을 만들어 소통의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소통 장애는 범주를 크게 키워 나아가다 보면 매스 미디어로부터 많은 노출이 되어 있는 세대들의 문해력에도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문해력이란 글을 읽고 생각하는 능력을 말한다. 단순히 그냥 읽는 것이 아닌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이해하며, 분석하여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을 말한다.
문해력 능력이 부족해진 점에는 한자의 부재가 원인이라는 이유가 있다. 한자를 알아가기에도 앞서서 줄임말이나 용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다면 좋은 글이나 영화, 다큐멘터리를 보더라도 가슴 깊숙하게 전달되는 울림과 여운이 없을 것이다. 체화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지루하고 따분해질 것이다. 혹은 자극만을 쫓아서 생각하는 능력을 상실할 수 있다.
글자와 친해지려 노력했던 방법 중에 하나를 공유해 보자면 길거리에 보이는 간판과 표지판을 읽고 의미를 찾아서 공부했다. 수많은 간판들과 표지판들을 설치했을 노동자들의 피땀눈물 노력들이 떠오르고 내가 만약 가게를 운영하게 된다면 어떤 상호명을 짓는 게 좋을까? 하고 상상도 종종 해본다. 이렇게 글자와 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연결고리를 만들고 이으고 붙여 상상력을 키워 나가다 보면 이야기꾼이 되어 간다.
말의 맛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면 글을 잘 쓰지 못하더라도 글을 쓰는 것이 즐거워지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상대적으로 유연해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한글과 한국어와 언어를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의 노고에 존경과 감사함을 표한다.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글 지후트리 ghootree
그림 지후트리 ghoo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