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관홍 Aug 23. 2021

어느덧 가을을 맞이하는 날이에요

계절의 끝자락에서

종종 계절의 한가운데에 들어서고 나서야 계절이 바뀌었음을 깨닫고는 한다. 다가오는 계절의 소리는 귀 기울이지 않으면 놓쳐버리고 만다. 번번이 미리 준비하지 못한 계절 맞이를 아쉬워하며, 뒤늦은 계절 나기를 시작한다. 한 해를 잘 보내는 일은 계절들을 알차게 나는 일과 같을지도 모른다. 다가오는 계절을 맞아 옷장을 정리하고 새 옷을 고르는 일, 제철 과일을 먹는 일, 계절을 만끽하러 여행을 떠나는 일, 계절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고르는 일. 


그런 것들이 모여 조금 더 일상이 단단해질 수 있다.


여름의 초록을 담아두기


올여름엔 조금 더 초록을 눈에 담아두기로 했다. 밖으로 나서 한 번만 눈을 돌려보면 초록은 도처에 있다. 여름엔 무성한 초록이 색을 뿜어낸다. 옅은 초록, 짙은 초록, 말간 초록, 뜨거운 초록, 차가운 초록이 세상에 가득하다. 책상 한 켠에 화분 하나를 두었다. 테이블야자는 흙 없이도 물에서 성실하게 싱그러운 초록을 비춘다. 한여름 안에서 내 눈은 초록을 따라다녔다. 


아직 여름은 떠나지 않았다. 조금 남은 여름의 끝자락에서 새로운 초록을 찾거나, 내년의 여름을 위한 무언가를 발견하기를 기대하며 집 밖으로 나선다.


나만의 가을맞이


다가올 가을맞이를 서두르기로 한다. 맘에 드는 새로운 향을 일상에 들여볼까 생각해본다. 여름을 함께 났던 향은 어딘가 가을과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가을에는 조금 쓸쓸하지만 따뜻한 향이 어울릴것만 같다. 가을은 옷장 앞에서 고민이 길어지는 계절이다. 바구니에 꺼내둔 옷들을 하나둘씩 갈아준다. 쇼핑몰에 접속해 옷을 골라본다. 팔을 걷어 입을 셔츠나 베이지 색 바지를 고른다. 쌀쌀한 날씨를 상상하며 옷장 속 가디건을 점검한다. 여름에 초록으로 사진첩을 가득 채웠듯이, 가을엔 어떤 시선으로 채울지도 기대해본다. 이번 가을에 담을 사진에는 사람이 조금 더 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가을을 상상하다보니 어느새 여름의 끝이 보인다.


어쩌면 이번 가을에도 바다로 떠날지도 모른다. 지난 가을 사람들과 떠났던 강릉 바다가 그리워서일 것이다. 분명 다시 외로워질 마음을 달랠 무언가를 단단히 준비하기로 한다. 이번 가을에는 무언가를 기대하는 설렘을 품는 방법을 알 수 있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약속장소에 일찍 도착해버리는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