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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홍 Sep 16. 2021

낙관을 선택하기로 했다

비관은 기분이고 낙관은 의지다
- 프랑스 철학자 알랭


혼자 있는 시간


퇴사를 하고 나니 궤도에서 벗어난 기분이 든다. 오랜 시간 어딘가에 소속되어 살아왔기 때문인지 자발적인 방황이 더욱 혼란스러웠다. 정해진 시스템에 빠르게 적응하고, 존재감을 지우는 일에만 익숙해진 사람이라 허허벌판과 같은 바깥 세상이 두려웠다. 사람들은 불확실한 걸 본능적으로 싫어한다. 인생의 큰 방향이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는 사실은 무게감의 차원이 달랐다. 전직을 마음먹었다고는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지독하게 무서웠다.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냈다. 자신을 들여다 보고 앞으로 갈 길의 힌트를 찾아야 했다. 수많은 책과 영상을 찾아보며 앞서간 사람들을 따라 방향키를 조정해보았다. 결국 스스로 찾아야 할 일이었지만, 너무나도 버거웠다. 참고하려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던가, 기회가 닿아 제의를 받는다던지 등등 혼자가 아니었다. 그 사실이 무언가를 같이 할 사람이 없는 내 처지를 비관하게 만들었다.



없는데 어쩌겠어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기 전에 우선 스스로 발을 딛고 설 줄 알아야 한다. 나와 비슷한 길을 거쳤던 사람들을 동경하고 따라해보는 것만으로는 그럴듯한 확신은 생기지 않았다. 이쪽 세계에서 빠져나와 벌판에 서 있는 사람이 다른 세계에 진입하는 일은 막연하기만 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벌써 6개월째 표류중이지만 최소한 자기 확신을 가지고 달려드는 무엇이 없다. 현실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멀지 않은 시점에,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초심자에게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알면서도 조바심이 난다. 앞선 사람들의 선례를 보며 최대한 예상하고 속도보다 방향을 맞춰야 결국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냥 그렇게 생각해보고 믿는 것 뿐이었다.



이게 다 마음가짐 문제 아니겠어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퇴사하고 나서 꾸준히 하기로 마음먹었던 것 중 하나가 글쓰기다. 쓸 말이 없어도 썼던 글에 리부트(Reboot)라는 단어가 적혔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 과거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내가 바라는 모습은 이게 아니었다고, 라이프스타일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재정립하기 위해서도 쉼표는 불가피했다.


돌이켜 보니 나는 세상과 불화를 겪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의 행운이 나에게는 불운이었다. 세상에는 '일반적인 기준'이 존재하고 그것을 굳게 믿었다. '남들 다하는 OO'이라는 표현이 언제나 머릿속에서 등장했다. 그 말은 나를 깎아먹는데 활용되고는 했다. 스스로 만든 생각으로 오염시켜버린 정신을 복구하기로 다짐했다. 내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은 마음가짐(마인드셋)과 연결된다.


현실적 낙관주의자가 되기 위해


뿌리깊은 비관과 부정적인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버릇은 원래 그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안다. 습관 전문가들은 오히려 덮어쓰는 방식이 유효하다고 말한다. 낙관과 긍정적인 말을 조금 더 스스로에게 자주 해주기로 결심한다. 바뀌지 않는 듯한 현실에 고무줄처럼 다시 비관의 늪으로 돌아가버리지만, 나아지고 있다는 자기확신을 가져야 한다.


믿는다는 것은 용기다. 확실한 근거가 있어서 믿는 것이 아니다. 
인생에서 확실한 것은 없다. 믿는다는 건 태도에 가까운 일이다.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이 무너지는 것이 무서워서, 믿는 일조차 꺼려한다면 나의 세상은 비관만으로 가득찰 것이다. 그런 나의 세상을 깨부수고 낙관을 선택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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